반응형 섬청년탐사대 이야기11 섬청년탐사대 이야기(11)문갑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문갑도야, 나는 네가 새처럼 날개가 있으면 좋겠다.자취방 창문에 너의 풍경이 문득 날아오면 좋겠다.바람의 소리와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고오면 좋겠다.살랑살랑, 속닥속닥. 2.문갑도야, 문송섬 할머니를 아니?너와 성도 같고 너처럼 이름에 섬이 들어가있어.문갑도에 날 때부터 사신 분이래.섬을 떠나던날 선착장에서잘가라고 인사를 해주셨지.이름을 작게 말하셔서 이름이 문송섬이신지는다시 물어봐야 할 것도 같아.네가 마을 이장님께 여쭤보고 편지해주렴. 3.문갑도야, 망구할매는 잘 계시니?수천년 옛 이야기를 간직한 전설의 망구할매말이야.다음에 가면 망구할매 무릎팍에 누워밤하늘 총총 별을 보고 싶구나.수많은 옛 이야기 별똥별처럼 가슴팍에 탁 떨어졌으면.참 좋겠다. 4.문갑도야, ‘썸’이라는 단어를 아니?덕적도랑 썸.. 2016. 9. 28. 섬청년탐사대 이야기(10) 섬캠핑팀, 모닥불, 회상 혹시 소라껍데기에 몸을 집어넣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물론 없다. 아마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섬청년탐사대원으로 관매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날. 솔숲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날. 텐트 안에 들어있는 데 파도소리가 솨솨 들리던 날. 텐트 천은 고막으로, 움크린 내 몸은 달팽이관으로 변했다. 소라껍데기속으로 들어가 침낭을 깔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온몸으로 파도소리를 받아들였다. 파도소리가 쌔근쌔근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내가 자연의 귓구멍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관매도의 귓구멍인가? 아니면 그 귓구멍에 붙은 귀지일런지도 모르지. 귀지보다 못한 인간으로 살면 안되지 않을랑가...별별 생각이 들어버리네이' 머릿속으로 쫑알쫑알. 또 파도소리는 무수히 밀려 왔다가 사라지는.. 2016. 6. 25. 섬청년탐사대 이야기(9) 관매도 섬도서방이 품고 있는 책 배를 타고 1시간 넘게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책방이 있다. 섬쳥년탐사대 1기가 만든 관매도의 섬도서방이다. 선착장과 가까운 곳에 도서방을 만들었다. 나무판자로 된 책 선반을 올리기위해 보루꾸(?)를 쌓았다. 섬도서방 1호점을 기념하기위해 섬청년탐사대 한명 한명 보루꾸(?)를 날랐다. "보루꾸 하나씩 들어서 쌓으세요."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이 외친다. 보루꾸는 구멍이 뚫린 시멘트 벽돌이란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진도에서 배에 실려 관매도까지 왔다. 50분 정도 흘렀을까. 책방 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관매도가 책을 품었다. 이곳의 책들은 섬청년탐사대원들을 비롯해 전국곳곳에서 기증해준 책들이다. 섬도서방을 나오면 관매도의 푸른 바다가 넘실넘실거린다. 저 멀리 몇 백년의 세월이 서려있는 솔숲이 있.. 2016. 6. 25. 섬청년탐사대 이야기(8) 섬그림팀, 관매도의 하늘을 훨훨 날아서 관매도의 밤하늘에 노오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이었다. 26일 관매리마을회관에는 늦은 밤까지 불이 켜 있었다. 솔숲 캠핑장에 찾아오신 영일이 아저씨를 마을까지 모셔다 드린 후 잠시 마을회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순간. 마을회관 창문 너머로 섬청년탐사대 '섬그림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회관에 들어서서 창가쪽을 바라봤다. 관매도 앞 푸른 바다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림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더니 이번엔 관호마을과 관매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방해될까봐 슬쩍 보고는 마을회관을 빠져나왔다. 이 그림 앞에 서면 하늘을 나는 새가 된 기분이다. 관매도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굽어보니 정겹다. 집안의 평화와 행복을 비는 당제를 지냈다던 후박나무(천연기념물 제212호)도 무성한 잎을 드리우고 있다. 모닥불을 피.. 2016. 3. 31. 섬청년탐사대 이야기(7) 섬사진관 제1호점, 울컥하는 심정으로 셔터를 눌렀다 "장수사진을 찍으실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으로 지금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민박집 마루에 벌러덩 누워있는데 마을 이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좀 이상했다. 옳거니! 자세히 들어보니 섬청년탐사대원 훈호의 목소리다. 재간둥이 훈호가 마을 이장님에 빙의해 마이크를 잡았던 것. 깜짝 속았다. 훈호를 비롯한 섬청년탐사대원들은 26일 관매리마을회관에서 '섬사진관 제1호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관매도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찍어드리기위해 마련됐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 시간 나는 민박집에 짱 박혀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었다. 영호의 전화에 벌떡 일어나 비몽사몽으로 마을회관으로 걸어왔던 것. "남는 인원들은 뚝방 칡뿌리 자르러 갈거에요." 영호의 말에 주머니에서 장갑을 주섬주섬 꺼내던 찰나, 마을회관에.. 2016. 3. 30. 섬청년탐사대 이야기(6)관매도 추억의 이발관과 호섭이 머리의 추억 | "18살때부터 이발했지. 1969년 이용사 시험을 봤고. 국민학교 졸업 후에 물길어 나르면서 이발 기술을 배웠어." 관매도에서 '추억의 이발관'을 운영하는 조종복(65세) 씨는 잠시 가위질을 멈추고 지난 세월을 반추했다. 1월 섬청년탐사대원으로 관매도를 찾은 날, 조종복 씨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면도칼과 가위, 손톱깎이, 포마드 기름, 빛바랜 카세트 테이프, 낡은 금고, 빨간 분무기…. 옛 이발의 추억에 잠기게 하는 이곳은 처음엔 '문화이발소'란 이름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흔한 3색 회전등도, 번듯한 간판도 없지만 이곳은 특별한 공간이다. 육지의 이발관으로 가기 어려운 관매도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2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관매도에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200여명 정.. 2016. 3. 30. 섬청년탐사대 이야기(5)영일이 아저씨 "얼굴들이, 성격들이 다들 밝아.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밝게 하고. 힘들어도 얼굴에 표를 안내는 것 같아. 그런게 얼매나 고마워. 웃으면서 배려할 수 있다는 게 흔한게 아녀." 영일이 아저씨는 섬청년탐사대를 '웃으면서 배려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27일 관매도를 떠나던 날, 영일이 아저씨와 나는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섬청년탐사대가 오후 3시 배를 타고 떠나는 날이었다. 사진: 섬청년탐사대 열정여행가 김훈호 아저씨에게 관매도는 어떤 섬인지 물었다. "솔직히 내 성격으로 봐서는 안맞지. 처음에는 솔직히 적응 안되더라고. 내 고향이지만.. 세월이 약이라고...세월이 흐르다보니 내가 적응을 하더라고. 관매도가 나한테 적응하는게 아니라 내가 적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영일이 아저씨는 우리가 섬에 있.. 2016. 3. 29. 섬청년탐사대 이야기(4)강제윤 시인의 책 속 옛 사랑의 작은 섬, 관매도 "이 책들 한 번 읽어보슈~" 오지탐험가 김성선 대장님이 내게 책 3권을 내밀었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당신에게 섬', '섬을 걷다-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떠나는 섬 여행'. 모두 섬순례자 강제윤 시인의 책이었다. 시인은 관매도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무엇을 보았을까. 마침 시인의 책 '당신에게, 섬'에서 관매도는 '옛사랑의 작은 섬'으로 불리고 있었다.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품고서. "1965년 여름, 어떤 남녀가 관매도를 찾았다. 둘은 마을 뒷산에서 동반 자살을 했다. 음독이었다. 20대 후반, 두 남녀는 우연히 만나 깊은 사랑에 빠졌다. 평생 함께 할 것을 약속한 남녀는 양쪽 부모님의 결혼 허락까지 받아냈다. 마침내 양가의 상견례 날. 비극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상견례를 위해 식.. 2016. 3. 17. 섬청년탐사대 이야기(3)관매도 해양쓰레기를 줍다가 별의별 생각 섬이 만약 콧구멍을 가지고 있다면 이날 코딱지 한 번 시원하게 파준 정도 였을 것이다. 그래도 섬은 무척 고마워 하지 않았을까. 섬이 만약 신발을 신고 다닌다면 발바닥을 성가시게 하는 작은 모래 알갱이를 빼 준 정도 였을 것이다. 그래도 섬은 고맙다며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보였을듯 하다. 섬청년탐사대원들은 지난 28일 진도군 관매도 해변의 골짜기를 찾아가 해양쓰레기 치우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처음엔 막막했다. 저 많은 양을 언제 다 치우나. 허..참..재밌는 것이..참 놀라운 것이.. 탐사대원들이 모두 힘을 합치니 골짜기를 가득 메웠던 쓰레기들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이날 귀중한 유물을 발굴하는 심정으로 모래를 팠다. 너덜너덜해진 구두와 줄무늬 슬리퍼가 얼굴을 내밀었다. 바다 위를 걸어 온 것인가비네. .. 2016. 3.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