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헛헛하면 혼불을 찾는다."
그네는 이제 아주 안 보이게 된 액막이 연이 어째서인지 자신의 몸만 같아서, 마치 저수지에 몸을 던진 인월 아짐처럼, 밤하늘의 복판 아찔한 수심속으로 깊이 빠져 잠겨들고 있는 것이 역력히 느껴졌다.
명주실.
이미 그네를 지상으로 잡아당길 명주실은 연 자새에서 다 풀리어 무엇에도 제 가닥을 걸어 볼 길 없이, 머리카락 한 올처럼 시르르 허공에 떠오르며 이윽고 흔적을 감추어 버렸다.
무슨 액을 막으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 달 뜬 밤, 연을 띄우셨을까.
강실이는 한숨을 삼킨다.
한숨도 서걱서걱 얼어 있다.
시리다.
-제6권 85쪽-
부모와 자식은 한 나무의 뿌리와 가지여서, 우연히 어쩌다 태어난 것이 아니라, 조상의 염원이 어리고 세세생생의 인연이 지중하여 한 핏줄로 난다 하며, 설령 죽어서 유명을 달리해도 그 연은 끊어지지 아니하니, 억겁을 통하여 이승의 찰나에 단 한 번 만나고, 다시는 그와 꼭같이 날 수는 없다 하나, 모양을 바꾸어 못 알아볼 뿐 관계는 영원하다 하는데.
-제10권 96쪽-
버석, 버스럭.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가 음습한 주홍의 등장 불빛이 번진 방안에 오싹할 만큼 커다랗게 울린다. 그것은 불빛이 구겨지는 소리 같기도 하였다. 무명씨 기름으로 밝힌 등잔의 불빛은 그 주홍에 그을음을 머금고 있어, 됫박만한 방안의 어둠을 환하게 밀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벽 속에 스민 어둠까지도 깊이 빨아들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주홍을 내쉬고 어둠을 삼키는 등잔불 혓바닥이 제 숨결을 따라 팔락, 파르락, 흔들린다.
-제5권,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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