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꽃을 꺾기보다는 뫼시었다.
조선시대 궁중의 찬란한 문화였던 '궁중채화(宮中綵華)'는 사람의 손 끝에서 피는 꽃이다. 비단과 모시로 꽃을 만들고 나뭇가지, 모여든 벌, 나비, 잎까지 정교하게 재현하는 예술이다. 주로 궁중의 연희나 의례에서 아름다운 장식으로 활용되면서 왕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했다.
가짜 꽃일지언정 그 아름다움이 실제 꽃 못지 않다. 누가 진짜 꽃인지 헷갈릴 정도다. 조선시대 궁중 채화는 생명을 아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선조들은 살아있는 꽃을 꺾기보다는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곁에 두었다.
아름다움과 늘 함께하겠다는 선조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계절없이 피는 채화는 조선시대 왕실에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조선의 국운이 다하면서 사라진 채화지만,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황수로 채화장의 노력으로 오늘날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책<아름다운 궁중채화 황수로의 한국채화 이야기>는 채화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다. 검붉은 책 표지에 우아한 자태로 그려진 채화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장을 넘기며 등장하는 채화. 실제 채화를 보면 옆에 있는 꽃이 오히려 초라해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를 자랑한단다. 사진으로 봐도 황홀할 정도이니 실제로 보면 어떨까. 꽃 항아리에 꽂는 준화, 왕실 의례중 공연을 위한 지당판, 머리에 장식하는 잠화 등 그 종류도 많다고.
채화를 만드는데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 전지 가위, 둥근 인두, 홈 인두, 매화골, 밀랍 솥, 숯다리미, 누름통, 무쇠 화로 …. 그 야말로 장인 정신이 없으면 한 송이 채화를 피워내기가 쉽지 않을 터.
책을 천천히 읽고 있자면 한 송이 채화를 피워내기위해 장인의 땀과 헌신이 느껴진다. 분명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그런데 책이 비싸다. 그러면 어쩌랴. 책 값을 한다. 오늘 또 하나의 세계, 소중한 문화를 본다.
신이 피워올린 자연의 꽃. 신과 인간이 정령으로 피워올린 채화(綵華)! 이 모든 꽃은 우주의 정령이며 신의 선물이다. 비록 노천에 핀 야화라 할지라도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꽃은 결코 아름다워지기 위해 미추(美醜)를 다투지 않는다. 인류를 구원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꽃 향이 없다면 지구상의 인류는 벌써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 황수로 <선비, 꽃과 나무를 벗하다>-
홍벽도화준 / 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순조지당판 / 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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