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bookjournalism.com/contents/5084
미디어 학계에서는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문화 산업 종사자들을 창의 노동자(creative labors)로 분류한다. 이들은 일반 노동자와 달리 개인의 창의성을 활용해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미디어 학자 데이비드 헤즈먼댈치(David Hesmondhalgh)와 사라 베이커(Sarah Baker)는 창의 노동을 문화 산업 내에서 상징 생산(symbol-making) 과정에 집중하는 작업으로 정의한다. 문화 산업은 물리적 가치나 부가적 가치가 아닌, 오로지 상징 생산 과정만으로 이윤을 내는 유일한 분야다. 창의 노동자들은 후원에 의존했던 전통적 예술 노동자들과 달리, 자본을 가진 산업에 고용된 상태에서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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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인간의 의지를 코나투스(conatus)라고 불렀다. 그는 인간이 억압에 저항하고 집요하게 삶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코나투스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코나투스는 분투(striving)하는 특성으로,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는 힘이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가 밖으로 표출되면 열정이 되지만, 안에 머물 경우 의지의 형태를 띤다고 말한다. 열정과 의지는 어쩌면 한 끗 차이인 것이다. 몇몇 지망생의 경우 코나투스를 열정의 형태로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었으나, 많은 경우 의지의 형태로 열정을 차갑게 식힌 채 유지하고 있었다. 나아가 그 의지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는 쉽게 파괴되지 않지만 더 강한 외부적 압력을 만날 경우에는 파괴될 수 있음을 짚는다. 만약 한 인간이 코나투스를 잃게 되었다면, 그것은 외부의 감당하기 힘든 압력에 의해서다.
“의지를 유지하는 것만도 힘들다”는 소영의 말은 창의 노동의 환경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 준다. 지망생들은 영화판에 그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도 아닌, 자신의 의지로 뛰어들었다. 쉬운 길도, 미래가 보장된 길도 아니지만 그들이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강한 코나투스를 지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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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이야기가 있고 주제가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별개예요. 내가 어떤 주제를 쓰고 싶어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는데, 다 풀고 나면 내가 생각했던 주제가 아닐 때가 있어요. 이야기는 아는 만큼만 나오는데, 제가 이 주제를 생각했던 것보다 잘 알지 못한 거죠. 이야기와 주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해요. 그러면서 저 스스로도 제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에 대해 배워 가요. ‘아,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이게 아니구나. 다른 이야기구나’ 하는 걸 알게 돼요.
현우: 구조 만드는 건 머리를 쓰는 거잖아요. 인물 관계나 주제를 만들기 위해서 계산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쓴다고 주제에 연결될 순 없죠. 보통 글 쓰는 사람들이 가장 처음 실수하는 것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길 가다가 무언가를 보고 이미지상으로 되게 그럴 듯한 게 떠올랐어. 이 사람이 이러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 그렇게 쓰기 시작하면 주제에 절대 닿을 수 없어요. 진짜. 절대로. 한 달 동안 틀어박혀서 써도 안 나와. 만약 그런 식으로 주제를 만들면 억지로 퍼즐을 맞춘 게 다 보인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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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모드로 변경됐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각을 만들어 내는 일에 돌입해야 하는 시기다. 자신이 정한 소재나 대상에 대해 심도 깊게 자료를 조사하는 기간이다. 시나리오는 아이디어만으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생각에 깊이를 더하고, 실제로 소재를 관찰하면서 자신의 상상에 현실성을 더해야 한다. 자료 조사와 관찰을 거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나서야 작품의 뼈대를 구성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시각 만들기에 돌입하면 지망생들은 이 기간만큼은 일상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춰서 해석해 나간다. 지망생들은 자신이 그려 내고자 하는 대상에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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