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 배운 황진이의 시조입니다. 처음 이 구절을 접하고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의 목소리, 눈빛, 제스처까지 또렷하게 기억나요. 최근에도 ‘맞다, 이런 근사한 시조가 있었지’라고 기억해 내고는 읽고 또 읽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후대 사람들은 이 시조의 가장 유명한 구절을 따다 제목처럼 부릅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라고요.
동지(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지달 기나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 내서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어뒀다가
정든 님 오신 날 밤에 굽이 굽이 펼치리라
* 서리서리: 국수처럼 동그랗게 말아
놀랍지 않나요? 길고 고독한 시간에 놓인 사람. 그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까워, 차라리 이 시간을 잘라다 보관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국수처럼 또르르 말아 따뜻한 이불 속에 넣어놓고, 정든 님이 오셨을 때 굽이굽이 펼치고자 염원했죠.
<글, 우리도 잘 쓸 수 있습니다>, 박솔미 - 밀리의 서재
이상은 작사 작곡 <비밀의 화원> 가사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없이
아름다운 태양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나는 연필로 쓴 일기 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아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 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꺼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점심을 함께 먹어야지 새로연 그 가게에서
새 샴푸를 사러가야지
아침하늘빛에 민트향이면 어떨까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 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랄라라라라
월요일도 화요일도 봄에도
겨울에도 해가 진 무렵에도
비둘기를 안은 아이같이
행복해줘 나를 위해서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 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 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랄라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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