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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의 책<나무열전>. 책을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나무의 종류와 특성을 다룬 식물학책이 아니다. 나무와 관련된 한자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쓰기까지 자료수집에 심혈을 기울였을 저자의 노고가 느껴진다. 한 장 한 장 내용이 알차다. 나무에 관련된 용어가 이렇게 많았는가하고 놀랄정도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각 종 나무들의 한자어원에서부터 겉모습 그리고 그에 얽힌 옛날 역사를 동시에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일거삼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나무가 살고 있었는가하고 새삼 깨닫는다.
나무의 뿌리를 가리키는 한자에 이런 깊은 뜻이 있었던가. 최초로 뿌리라는 글자를 만들었을 그 누군가는 얼마나 오랫동안 나무를 관찰했던 것일까. 땅바닥에 글자를 지우고 또 지우고 완성해낸 글자가 아닐까. 턱을 괴고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이천년 전 사람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 책은 나무의 뿌리, 꽃, 가지, 열매 등 나무와 관련된 언어들을 꼼꼼하게 기록해 나간다. 언어에 얽힌 옛 이야기가 흘러나와 심심하지 않다. 읽는 사람으로하여금 저절로 어휘력을 풍부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소나무를 아주 사랑해서 이 나무의 이름을 '솔'이라 불렀다고 한다. '솔'은 '으뜸'이라는 뜻을 가졌단다. 그야말로 소나무는 으뜸나무인 것이다.
나무껍질이 붉은 소나무는 적송(赤松)또는 춘양목(春陽木)이라고 불린다. 적송은 춘양을 비롯해서 봉화와 울진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적송 근처에서 살림을 차린 버섯을 송이(松栮)이라고 한다. 삼겹살과 상추에 얹어먹었던 송이버섯이 그런 뜻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적송에는 미인송이라고 불리는 것도 있다. 미인송(美人松)은 북한 금강산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휴전선 너머에 있어서 만날 수 없는게 안타깝다.
이처럼 소나무는 사는 곳마다 다르게 불린다. 바다에 사는 소나무는 역시나 해송이라고 불리고, 우리말로는 곰솔이다. 해송껍질은 검어서 '곰'이라는 말이 붙는다. 우유빛깔 소나무는 백송(白松)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없지만, 중국에 많다고 한다. 껍질이 아주 희고 붉은 반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옛 선조들은 소나무 잎을 시루에 떡을 찔 때 깔았다. 떡에 솔 향이 배면 맛도 좋고 건강에 좋기 때문이란다. 왜 소나무가 으뜸소나무인지 알 것 같다. 소나무는 영하 80도 이하에서도 살 수 있는 강인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소나무는 그야말로 나무계의 엄친아가 아닐까?
키가 작고 가지고 뻗어서 퍼진 소나무는 반송(盤松),
흰 모래톱 사이사이에 푸른 소나무가 드문드문 섞여 있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는 백사청송(白砂靑松),
서리나 눈에도 시들어 죽지 않는 강한 소나무는 경송(勁松),
짙푸른 소나무는 취송(翠松)이라고 한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나무마다 파닥파닥 살아 움직이지 않을까. 여름 피서철에 숲이나 계곡으로 떠날 마음이라면, 이 책 한 권을 고이 모시고 가는 것도 좋다.
참고 : 강판권의 <나무열전>, 출판사 : 글항아리
나무의 뿌리를 한자로 근(根)이라고 합니다. 근자는 중국 진나라를 세운 진시황제시대에 만든 글자입니다. 이 글자는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나무가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이 바로 식(植)입니다. 식자는 나무가 곧게(直) 서 있는 모습이지요. 나무의 뿌리는 삶의 근본(根本)이자 근원(根源)입니다.
- p39 -
나무의 뿌리를 가리키는 한자에 이런 깊은 뜻이 있었던가. 최초로 뿌리라는 글자를 만들었을 그 누군가는 얼마나 오랫동안 나무를 관찰했던 것일까. 땅바닥에 글자를 지우고 또 지우고 완성해낸 글자가 아닐까. 턱을 괴고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이천년 전 사람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 책은 나무의 뿌리, 꽃, 가지, 열매 등 나무와 관련된 언어들을 꼼꼼하게 기록해 나간다. 언어에 얽힌 옛 이야기가 흘러나와 심심하지 않다. 읽는 사람으로하여금 저절로 어휘력을 풍부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소나무를 아주 사랑해서 이 나무의 이름을 '솔'이라 불렀다고 한다. '솔'은 '으뜸'이라는 뜻을 가졌단다. 그야말로 소나무는 으뜸나무인 것이다.
나무껍질이 붉은 소나무는 적송(赤松)또는 춘양목(春陽木)이라고 불린다. 적송은 춘양을 비롯해서 봉화와 울진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적송 근처에서 살림을 차린 버섯을 송이(松栮)이라고 한다. 삼겹살과 상추에 얹어먹었던 송이버섯이 그런 뜻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적송에는 미인송이라고 불리는 것도 있다. 미인송(美人松)은 북한 금강산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휴전선 너머에 있어서 만날 수 없는게 안타깝다.
이처럼 소나무는 사는 곳마다 다르게 불린다. 바다에 사는 소나무는 역시나 해송이라고 불리고, 우리말로는 곰솔이다. 해송껍질은 검어서 '곰'이라는 말이 붙는다. 우유빛깔 소나무는 백송(白松)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없지만, 중국에 많다고 한다. 껍질이 아주 희고 붉은 반점이 있는 게 특징이다.
옛 선조들은 소나무 잎을 시루에 떡을 찔 때 깔았다. 떡에 솔 향이 배면 맛도 좋고 건강에 좋기 때문이란다. 왜 소나무가 으뜸소나무인지 알 것 같다. 소나무는 영하 80도 이하에서도 살 수 있는 강인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소나무는 그야말로 나무계의 엄친아가 아닐까?
키가 작고 가지고 뻗어서 퍼진 소나무는 반송(盤松),
흰 모래톱 사이사이에 푸른 소나무가 드문드문 섞여 있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는 백사청송(白砂靑松),
서리나 눈에도 시들어 죽지 않는 강한 소나무는 경송(勁松),
짙푸른 소나무는 취송(翠松)이라고 한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나무마다 파닥파닥 살아 움직이지 않을까. 여름 피서철에 숲이나 계곡으로 떠날 마음이라면, 이 책 한 권을 고이 모시고 가는 것도 좋다.
참고 : 강판권의 <나무열전>, 출판사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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