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졸업생,취업준비생,백수 등 20대가 겪는 신분(?)에 대한 고찰
사회논문같은 제목으로 이번 글을 쓰게 돼서 유감이다.
'취업'이라는 거사를 치러야하는 20대 청춘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백수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취업되는 사람. 백수의 시간을 거치고 취업되는 사람. 전자의 경우는 행복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괴로운 시간을 견뎌내느라 고생을 좀 해야한다. 막상 따지고 보면 전자의 경우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직장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기에 100%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겪어보니 백수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취업되는 게 좀 나을 것 같다.
20대를 보내면서 청춘들은 크게 다음과 신분((身分) 변화를 거치게 된다. 신입생, 대학생, 졸업생, 취업준비생, 백수, 구직자. 이 여섯가지 단어가 어떤 사전적 의미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이 느끼는 바대로 이야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일명 '20대가 겪는 신분'에 대한 고찰(?)이다.
신입생->대학생->대학교 4학년 or 취업준비생->졸업생->취업준비생or구직자or백수
<신입생>
유효기간은 대학교 입학후 최대 1년이다. 가장 좋은 시기인데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남자는 '군입대준비생'이라고 불려도 되지 않을까.^^;개인적으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또 다시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거창한 꿈에 부풀어 있는 거의 마지막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때만해도 뭐든지 꿈꾸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우주의 에너지가 심장을 휩싸고 돌기 때문이다. 군대를 갔다오면 좀 막막하고 현실적으로 변하는 게 흠이다.
<대학생>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유효기간은 4년~8년(군대, 유학 등 포함하면)이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으로 표현되는 시기가 참 좋았던 것 같다. 대학생은 뭐든지 할 수 있고 학교라는 울타리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꽤 안락한 시간이다. 그야말로 열심히 수업듣고, 열심히 공부하기만 하면 되는 시기다. 물론 학교 다닐 때는 조별과제, 레포트가 지겨울테지만, 졸업하면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라도 재학생 신분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어디를 가든지 '대학생이다'라고 말하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 신분을 가진 시기에는 그래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꿈이 그나마 가장 클 때다.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식지않은 꿈을 품고 산다.
<졸업생>
'졸업생'이라는 신분의 유효기간은 1일이다(내가 생각할 때). 대학교 졸업식을 치르고 그 하룻동안만 졸업생이라는 생각이다. 그 이후에는 그냥 '백수'다. 좋게 표현하면 '졸업생'이지만 졸업생이라는 신분의 유효기간은 24시간이다. 그 이후에는 '백수'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요새는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백수대신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를 쓴다. 사실 막 졸업한 청춘의 경우 '백수'라는 표현을 쓰기도 애매하기는 하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은 딱 4학년 2학기에서 넓게는 4학년 1학기까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만.쩝. 요새는 졸업후에도 취업이 안되서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을 쓰는 기간이 늘어났다. 어찌 되었건 '졸업생'이라는 단어는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쿵'하고 때리며 정신 번쩍 들게 한다. 이 맘때 뒤늦은 후회가 밀려드는 청춘이 많을 것이다.
<취업준비생=취준생>
유효기간은 딱히 없다. 취업 못한 졸업생이 자기 자신을 쉴드칠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이자 단어다. 그나마 '얼마나 취업이 어려우면...그럴까'하는 격려와 위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신분이기도 하다. 이 기간이 오래되면 별로 좋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게 흠이긴 하다. 취업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단어도 다섯글자로 가장 길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숨이 차다. 나는 사람들에게 '취업준비생'이라고 말하지만, 남들의 눈에는 '백수'인 취업준비생이다.
명절 때도 내 입은 '취업준비생'이라고 말하지만, 어른들이 볼 때는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백수'다. 그래도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스럽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은 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있기에 오래 써도 부담없는 단어다. 누가 물어볼 때 '저는 백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나는 취업준비생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나마 성의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백수이긴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뉘앙스때문에 그렇다. 알바를 하고 있다면 또 애매해지지만. 그래도 대학교 재학시절이나 '알바생'이라고 하면 열심히 산다는 인상을 주겠지만, 졸업하고 나서 알바생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좀 거시기하다. '취업준비생'이라고 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 무엇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여서 확실히 말할 수 있으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다.
'취업준비생'의 시간이 길어지면, '취업준비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주변사람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다. 특히 가족에게.
<백수>
사실 언제부터 백수라는 표현을 써야할지 애매하다. 졸업하고 나서 직업이 없으면 '백수'가 맞지만, 앞서 말했듯이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을 안하거나 혹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 그런 사람들을 대학교 4학년 학생들과 더불어 '취업준비생'이라고 부른다. '백수'는 내 입에서 꺼내기도, 남들이 표현하기에도 좀 머쓱해지는
단어다.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자기자신을 '백수'라고 표현하고픈 청춘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백수'라는 표현은 왠지 무기력해보이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놀고먹는 한량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취업준비생'이라는 표현이 좀 당당해 보이고, 굽은 어깨를 약간이나마 펴고 다닐 수 있게 한다. 졸업하고 나서 계속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중에서 자기자신을 '백수'라고 선뜻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의 20대중에서 누가 '백수'인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취업준비생이긴 하지만 백수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 "직업이 뭡니까? 어디서 일을 하십니까?' 등등의 질문을 레푸트 훅처럼 던지지 않는 이상. 그냥 취업준비생이겠거니, 백수이겠거니하고 느낌으로 안다. ^^;
<구직자>
지켜본 결과 '구직자'라는 말은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자신을 표현할 때 잘 쓰지 않는 단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뉘앙스가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르게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구직자'라는 말에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과 더불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직장을 구한다는 뉘앙스가 동시에 들어 있다.
백수, 취업준비생, 구직자 중에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단어를 뽑으라면 '구직자'가 1위라는 생각이다. '준비 '라는 단어는 수동적인 느낌이지만, '구직'이라는 단어는 능동적인 느낌이다. '백수'는 딱히 뭐라고 말해줄 수 없는 맹물같은 느낌이다. 더불어 '구직자'라는 표현은 성직자, 교직자 등과 함께 무언가 무게있는 느낌이 든다. ^^;;^^;;;혹시 취업준비이 있다면 자기자신을 '구직자'라는 단어와 번갈아 표현해보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취업준비생'이라는 표현을 쓰다가 가끔 '구직자'라고 신분을 밝힌 결과, 돌아오는 반응은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신입생에서 구직자까지 20대가 겪는 신분 변화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써놓고 보니 '고찰' 이아닌 뒤죽박죽 잡생각이 되어버렸다. 위 6가지 신분(?)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대학생'을 고르고 싶다. 그 어떤 직책과 직위도 부럽지 않을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생일 때는 그것을 뼈져리게 느끼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대학생일 때는 대학생활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 지나고 나면 참 좋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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