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까페 '이데'에서 2013 계사년 첫 인문학살롱 열려
지난 15일, TEDxDaejeon과 함께하는 새해 첫 인문학살롱이 대전 대흥동 북까페 이데에서 열렸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북까페 곳곳에 마련된 빨강 의자들이 사람으로 가득 메워졌다. 까페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가 커피 향을 음미하며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연령 때의 사람들이 한 손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한 손으로는 이름표를 만지작 거리며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미리 수첩을 꺼내 놓은 채, 강연을 준비하고 있는 연사님의 얼굴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분도 계셨다.
에피소드 하나
좀더 젊었을 때 인문고전을 읽었더라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후회
이날 충남대 철학과 김재홍 교수님이 TED강연 형식을 빌려 18분동안 강연을 펼쳐 주셨다. '고전과의 산책'이라는 주제의 잔잔한 이야기가 참가자들의 가슴속에 흘러 들어갔다. 교수님의 눈동자가 청중을 향하자 신호를 기다렸다는듯이 사람들의 눈빛이 은은한 조명아래 반짝거렸다. 펜을 꺼내 들었던 한 남자분은 교수님의 말씀을 꾹꾹 눌러적기 시작했다. 저쪽에서는 기자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깨달음이라는 꽃망울이 하나 둘 터지기 시작했다.
▲ 북까페 '이데'에서 김재홍 교수가 강연을 펼치고 있다.
교수님은 노인대학에서 인문고전을 가르쳤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노인대학의 강의가 마무리될 때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후회는 다름아닌 이것이었다. '교수님, 제가 젊었을때부터 인문고전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후회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오랜 인생경험으로 삶의 지혜가 충만하시는 분들이었다. 그럼에도 인문고전을 인생의 황혼녘에야 만난 것을 후회하고 계셨다.
인문고전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고, 그 지혜를 보다 젊었을 때 만났더라면 자신들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가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를 듣고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인문고전 읽기를 지금이라도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질의응답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에피소드 둘
고전읽기가 암투병 극복에 도움을 준 소박한 이유
이어 교수님이 암투병을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을때는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졌다. "제가 암투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고전읽기때문이었어요." 나는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암과 고전읽기의 상관관계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서삼경과 같은 동양고전을 읽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져요. 고전에 있는 지혜가 삶의 자세를 바꾸어 놓았던 거죠." 그제서여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교수님은 아마도 고전을 읽으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치유의 희망을 발견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 몸안에 있던 암이 사라지고 몸이 회복하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그 덕분일까. 교수님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를 채점하고, 수업준비를 하시기도 했다. 남들은 그런 교수님에게 쉬기를 권했지만 교수님은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솟아났는지 병원에서도 부지런하셨다.
▲ 강연이 끝나고 한 참가자가 교수님께 질문하고 있다.
고전읽기가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준다는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고전속의 지혜가 암을 치유해해주는 첨단의술이 될 수는 없지만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힘이 결국은 암이라는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게 하지 않았을까? 교수님은 암투병을 하면서 술도 끊고, 등산도 자주 가셨다고 한다. 교수님은 삶속 위기의 순간에 몸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셨던 것이다.
갑자기 집 방구석에서 먼지에 쌓인채 기죽어 있는 인문고전 책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잘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인문고전들이 그 얼마나 의기소침해져 있을까. 얼른 집에가서 그 고전들을 펼쳐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소셜이벤트에서 마련된 나와의 소통시간
한편, 강연이 끝나고 천영환군의 사회로 질의응답시간이 펼쳐지고, 이어서 신현섭군의 사회로 소셜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스릴있는 숫자게임이 진행되자 상품을 타려는 열기로 까페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 소셜이벤트 시간에 자신의 독서 추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첫 책의 추억을 떠올리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행사 시작전에 나눠 준 종이에 저마다 독서의 추억을 적어 나갔다. 나는 이렇게 적었다. '당시 나는 10살 즈음, 살던 집은 하북동에 있었다. 내가 책을 읽었던 곳은 집 거실이었는데, 그곳에는 엄마가 있었다. 그때 나는 위인전기 헬렌켈러와 같이 있었는데, 이 책을 잡았던 이유는 엄머의 강제 때문이었다. ㅋㅋ'
▲ 참가자들의 발표로 현장 분위기는 up~!
참가자들의 발표도 흥미로웠다. 까끌까끌한 책 표지를 좋아한다는 한 여성기자님, 셜록홈즈를 즐겨 읽었고 책'산해경'을 읽고 싶다는 여자 분, 이외수의 황금비늘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는 청소년 상담사. 저마다 소중한 독서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음 인문학살롱때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와 설레임에 벌써부터 심장이 간질거렸다.
p.s
올해에도 문화가치원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인문학살롱 by TEDxDaejeon' 이 꾸준히
열릴예정이다.
행사 참가에 대한 정보는 매월 이곳 홈페이지와(http://www.tedxdaejeon.com/)
페북 페이지(http://www.facebook.com/TEDxDJ)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매월 독서모임 'Book Club By TEDxDaejeon'(페북 그룹 : 링크)이
라푸마 둔산점 2층 북까페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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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북까페 이데 풍경!
강연 시작전에 잠깐 북까페 이데를 둘러보았다.
까페 밖 풍경이다.
칠판에 '이데'라고 써 놓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수첩들. 까페를 방문한 사람들의 흔적이 추억으로 담겨있다.
소망나무. 나도 하나 적어 보았다.
이날 인문학 살롱에서 제공된 간식.
북까페하면 역시 시집.
멈춰버린 시계. 바쁜 일상속에서 인문학살롱은 '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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