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푸마둔산점 화이트데이 드림콘서트
바리톤 조병주씨의 세레나데, 조은주씨의 피아노 선율
한 할머니의 얼굴에 봄꽃 피게 해
남성들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 그 날 라푸마 둔산점 2층 북까페에서는 바리톤 조병주, 트랙터여행가 강기태와 함께하는 화이트데이 드림콘서트가 열렸다. 아직 사탕을 줄 여자를 못찾은 나는 마음속 싱숭이와 생숭이를 드림콘서트의 감동으로 달래 주기로 했다. 이곳에 오면 늘 사람풍경을 눈여겨 본다. 조병주씨가 호소력짙은 목소리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세레나데를 부르자, 곱게 차려 입으신 한 할머니의 얼굴엔 봄처녀처럼 생기가 도신다.
순간! 조병주씨가 사탕 바구니를 들고 사람들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남자들을 그냥 미련없이 휙 지나치시고! 한 여자 분 앞에 이르러 왕자처럼 무릎을 꿇고 로맨틱하게 사탕을 건넨다. 곳곳에서 '꺄악' 환호성과 박수가 터진다. 한 아저씨는 마치 '나도 아내한테 저렇게 사탕 줘 볼까'하고 아이디어를 얻으신듯 흘겨 보신다. 두 아주머니들은 소녀팬처럼 '앵콜, 브라보~'를 외치며 한 번 더 들려주기를 간청한다. 내 옆 사람들, 내 뒤쪽의 커플 한 쌍의 입가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어난다. 피아노 연주를 하던 오카리니스트 조은주씨의 손가락이 우아하게 멈추자 그 여운이 사람풍경 곳곳에 젖어든다.
그렇다. 잘~오셨다. 여기가 바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드림콘서트 현장이다.
하동의 아들 청년 강기태,
그의 입답에 어깨가 들썩들썩, 웃음이 빵빵~터지다
산악인 이상은 대표님의 힘찬 소개로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씨가 등장했다. 그를 미리 본 몇몇 누님(?)들은 이런 표현을 쓰신다. '어머~ 잘 생겼네.*^^*' '성격도 좋고 에너지가 "넘쳐.+^^+' 역시 그가 앞에 나오자 한 누님이 '멋있다' 말로 뜨거운 관심을 보내셨다. 그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억양으로 활기차게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경남 하동의 아들, 트랙터 청년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입니다." 2년전 경북대 강연에서 만났던 강기태씨의 당찬 소개가 떠올랐다. 그 에너지는 여전했다. 2년후에 다시 만난 그의 꿈과 열정은 더욱 가슴 벅차게 다가왔고, 더 크게 자라나고 있었다.
"2008년 9월 18일부터 2009년 3월 18일까지 6개월간 트랙터를 타고 경남 하동을 출발해서 우리나라를 전국 일주했습니다. 2012년 6월 26일에는 터키를 세계최초로 트랙터로 횡단했습니다. 올해는 중국 하얼빈에서 출발해서 3개월여 동안 트랙터로 일주할 계획입니다. 내년에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면 한국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마다 찾아 갈 겁니다. 파킹 시켜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대형 태극기를 흔들 거에요. 그러면 저를 CNN이나 BBC에서 볼 수 있겠죠. 하하 (청중 함께 웃음)"
걸쭉한 입담으로 강연을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했다. 그는 트랙터 여행을 기획하고 나서 그 꿈을 실현시키기까지, 젊은날의 열정이 듬뿍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트랙터여행가 강기태가 전하는 메시지 1
말만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지금' 행동하는 사람이 되세요
그가 2008년 트랙터로 전국일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 유수의 농기계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학생 신분으로 주요 실무진들을 만나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쉽게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여행기획서를 만들어 우리나라 4대 농기계 회사 실무진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다녔다. 그러던중 동양물산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천금같은 프리젠테이션 기회를 잡았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책을 사서 연습할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실전에서는 진심어리게 호소했다. '트랙터타고 전국일주를 통해 우리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우리 농촌 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 강기태라는 한 청년이 다른 청년들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꿈과 도전정신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말이다. 게다가 귀사 트랙터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단다.
그 과정에서 그가 실천한 것은 'Now Action' 이었다. 바로 생각만하지 않고 지금 당장 행동하는 자세였다. 그는 'No Action, Talking Only, Thinking Only(생각만하고, 말만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라고 적힌 슬라이드 한 장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을 비롯해 우리들 대부분은 말로만 계획하고, 바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행동하기 전에 너무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지고,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생각에만 그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뜨끔했다.
그가 트랙터여행 기획서를 만들었지만 농기계 기업들을 찾아가는 일을 주저했더라면, 실무진들을 만나기 두려워 머뭇거렸다면, 벌써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도전을 망설였더라면, 그저 계획서를 책상 서랍에 쳐박아 두었다면? 지금의 트랙터 청년 강기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열심히 생각하는 일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한 계획과 생각에, 그때 그때 바로 행동에 옮기는 'Now Action'을 더해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냈다.
'Now Action'의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책<180일간의 트랙터 다이어리>를 펴내고, 각종 신문사와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터키, 실크로드, 남미 등을 횡단하는 원대한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다. 무엇보다 트랙터 여행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한비야 씨, 故 노무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터키 횡단중에 만난 6.25참전 용사들, 히치하이킹한 터키의 어린 학생들 등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인연을 쌓았다. 여행중에 농촌의 일손을 거들어 밥을 해결하기도 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여기에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궁금하신 분들은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대학강연에 찾아가기를 적극 권한다. 하하.
이날 드림콘서트를 찾은 사람들은 '그가 결코 공부하기 싫어서(?), 혹은 그저 개인적인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트랙터여행을 기획한 것이 아니었다'라는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No Action, Talking Only' 에서 'Now Action, Take One'으로 전환하라는 메시지는 강연내내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강기태씨는 이날 현장에 대학생들보다 40대 이상의 형님, 누님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대학생 위주로 강연을 준비했다며 시작전에 걱정했지만, 형님, 누님들의 뜨거운 호응 덕분에 그 걱정은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강연초반에 직사각형이 그려진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무엇이 떠오르냐고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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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이라고 치면, 보통 이 네모난 것을 자기소개서로 봐요. 에세이 한 장. 자기를 담을 한 장의 이력서 로 보는 거죠. 이 직사각형 틀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만의 틀에 갇혀 있어요. 공모전 수상을 하거나 남들처럼 스펙을 쌓아서 이력서 한 줄을 채우려고 합니다."
20대에는 무슨 일이든 다양하게 도전할 수 있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쳐두고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가려는 청춘들의 풍경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말일 것이다. 그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그런 대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도 직사각형 틀에 갇혀있을 때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자녀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길 원하잖아요. 토익 900점이 되기를 원하잖아요. 자녀가 진정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지 않잖아요. 부모들도 직사각형 틀에 갇혀있죠.
요즈음 대학생들은 스무살, 스물 한 살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부부교사가 되어서, 주말에는 사우나를 하고 골프를 치고, 전셋방 마련할 생각을 벌써부터 해요. 또 부모님들이 자녀분들에게 강요하시는 것도 있어요. '부부 교사되어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얼마나 좋겠니'하고 말입니다. 자녀들의 꿈이나 하고 싶은 것들은 어디가고 있을까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틀에 갇혀 산다. '부모님 말대로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고,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스펙을 쌓아야 뒤쳐지지 않을 것 같고..'하는 생각들에 갇혀 살기도 한다. 이는 20대 뿐만이 아니다. 어느 나이 때든 간에 다양한 가능성과 꿈을 펼칠 수 있음에도 틀에 익숙해져 벗어나기를 주저한다. 분명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생들의 경우 다른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해서 직장에서 들어갈 때, 다른 비젼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베짱과 용기 그리고 자신감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쉽지 않은 일들을 현재진행형으로 해내고 있는 한 청년이 우리들 눈 앞에 서 있었다. 쉽지 않지만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가 트랙터를 타고 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틀에서 벗어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기차, 버스, 자가용을 타고 여행하는데 누가 트랙터를 타고 느리게 여행할 생각을 했겠는가. 누가 트랙터를 타고 대륙을 횡단할 생각을 했겠는가. 자신의 친구들이 교사를 꿈꿀 때 그 누가 트랙터 여행가를 꿈꿨을까. 이날 강기태씨가 직사각형이야기를 꺼낸 것은 부모님들에게 전해주는 울림이 더 크지 않았을까? 자녀를 틀에 가두어 키우려고 하시지 말라는 애정어린 부탁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한 번의 Now Action+ 직사각형 틀 벗어나기-> 리어카 끌고 여행하기->더불어 사는 가치
강기태씨는 강연이 끝날 무렵 최근에 리어카를 끌고 여행을 했던 영상을 보여 주었다. 이 영상을 보여주며 그가 한 말이 있다.
▲ 사진 출처 : 강기태씨의 페이스북
"리어카를 끌고 여행하는 것을 정말 전국에 있는 많은 분들이 상상했겠죠. 그런데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 봐도 리어카를 끌고 여행했다는 사람을 한 명도 못봤어요. 리어카 끌고 여행하면 좋을 것 같은데, 대박일 거야하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아무도 안해요. 단 일주일만 끌고 여행하면 될텐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하는 걸 텐데."
이 말에 위에서 길게 말한 'Now Action'과 '직사각형 틀 벗어나기'가 모두 함축되어 있었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 오늘의 핵심메세지가 위 말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영상속에서 리어카를 끌다가 응원해주겠다며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를 부르는 강기태씨를 보며 즐거워했다. 강기태씨가 현장에서 직접 그 노래를 부르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는 리어카 여행을 하면서 기부금을 모아 운주 초, 중학교 아이들에게 오카리나와 벽걸이 화분을 전달 했단다. 이번에도 단순한 여행이 아닌 따뜻한 목표와 가치가 담겨 있는 여정이었다. 그만의 특별한 여행이 빛나는 것은 이렇게 더불어 살고자하는 마음과 애정어린 나눔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오면서....
'내가 지금 이 것을 안하면 죽는 순간에 후회하게 될까?'라는 질문
후회없이 20대를 보냈을 것 같은 강기태씨도 후회하고 있는 일이 있었다. 바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지 못한 것이다. 지금 만으로 29살이기에 워킹홀리데이를 한달간이라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죽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내가 지금 이 것을 안하면 죽는 순간에 후회하게 될까?'
그는 자신에게 이처럼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했다. 죽는 순간으로 돌아가서 생각할 때,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당장 그것을 해야 할 것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 어떻게 내리고 있을까?
이날 내 옆자리 혹은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버스, 승용차 안에서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벌써 5일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저마다 후회하지 않을 일을 찾았을까?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일을 찾았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한겨레 21 기사 : 40km/h 속도에 세계를 싣고 [링크]
가슴이 뜨거워지는 좋은 강연을 펼쳐주신 강기태 형님께 감사 드립니다.
- 저자
- 강기태 지음
- 출판사
- 랜덤하우스 | 2010-11-05 출간
- 카테고리
- 여행
- 책소개
- 패기만만 무한도전으로 자선 트랙터여행에 도전하는 열혈청춘 강기태...
이 글의 사진은 이재형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댓글에 바로 잡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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