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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수능의추억

대입삼수이야기(6)다시 1학년, 미래를 보는 초능력이 생기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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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대학교자퇴를 하고 나서 치른 수능, 재수는 망했다. 그래서 삼수까지 가게 되었다. 이젠 삼수시리즈를 쓰려고 한다.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에 가깝다. 오래전 이야기다.



삼수를 하고 나니 미래를 보는 초능력이 생겼다.


별것 아니다. 이미 1학년을 경험했기에 1학년 생활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짐장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어느 날 문자. 띵~동.


"학생회비 20일까지 내세요.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습니다. 장학금 대상에도 제외됩니다."


대충 기억하기론 이런 문자였다. 나는 그냥 무시했다. 개겼다. 그때 한 참 뻐기다가 내긴 낸 것 같다. 다시 1학년이 되고서는 돈 안낼 배짱(?)과 여유(?)가 생겨서 두렵지 않았다. 


이제는 과 MT를 가겠지. 

거기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방구석에 모여 새우깡 봉지를 뜯고 맥주를 마시겠군. 그러고는 게임을 하겠지. 자기소개도 하고. 선배들 이름 맞추기를 해서 못 맞추면 술 왕창 마시겠지. 흥이 오르면 러브샷도 하겠지. 조별 장기자랑은 물론이고. 아침에 피자 한 판을 그리겠지. 


실제로 MT를 갔을 때 예상한대로 흘러갔다. 그런데 예측불허의 순간은 늘 찾아오는 법. 이건 예상 못했다. 


"야, 우리 장기자랑때 춤춰야돼. 동작 맞춰보자."


같은 1학년 여자애가 맞먹는 것이었다. 잊고 있었다. 내가 1학년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당황했다. 사실 당연했다. 그녀가 맞먹는 것은. 내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리 없었다. 나중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오빠, 미안해요"라고 사과했다. 사실 사과할 것 까지는 아닌데. 나이 많은게 뭐 벼슬이라고. 나이 많은 게 죄지.


그 날 장기자랑은 무사히 끝났다. 방구석으로 다시 돌아와 술을 마셨다. 게임의 종류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걸리면 그냥 원샷이다. 혀는 꼬이기 시작하고, 눈이 풀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선배들을 쳐다봤다. 그중에 '사랑해병신게임'인가, 그 게임이 대박이었다.


내가 옆 사람에게 손으로 하트 모양을 하고 '사랑해'라고 외치면, 그 사람이 다시 옆 사람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게임이다. 그렇게 말하기 싫으면 '사랑해'라고 말한 사람에게 이렇게 외치면 된다.


"븅~~신" 


그러면 반대편으로 돈다. 그러면 나는 내 옆 다른 사람에게 '사랑해'라고 말한다. 그러다 내 양 쪽 사람 모두가 나에게 "븅~신"을 외치면 벌칙으로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게임 방식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대충 위와같이 진행됐다. 또 묘하게 두근거리는 게임이었다.


예쁜 여자애를 바라보며,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이렇게 말했으니.


"사랑해~"




예를 들어 예쁘게 웃는 여학생에 어떻게 '븅신'이라고 외칠까...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이...게임을 하다보면 서로 술을 안마시려고 그 예쁜 여자애한테 이렇게 말한다.


"븅~~~~신"


그러다 서로.


"븅~~~신"

"븅~~~신"


또 키득키득 웃는다. 맞다. "븅~~신"할 때 웃으면 안된다. 웃는 사람이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이놈의 저질 기억력. 


그러다 술에 떡이 됐을 때 3,6,9 게임이 시작된다. 1에서 9까지는 어떻게든 버틴다. 그런데 숫자가 30을 넘어가는 순간 싱싱한 뇌에도 과부하가 걸린다. 뭐 어쩌랴. 주구장창 마시는 거지.


그 이후에는 뭐.

담배피러 나가서 누가 누가 예쁘지 않냐, 예쁜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작업기술이 좋은 선배들은 마음에 드는 1학년 여학생의 번호를 딴다. 자연스럽게. 중간에 두 명이 사라지기도 한다. 밤길을 걸으며 작업 걸고 있겠지. 


달이 기울고, 아침해가 밝으면. 은밀하게 몇 커플이 만들어진다. MT 때는 티가 안난다. 몇 일 있다가 학교에서 딱 걸리는 거지. 둘이 손 잡고 있다가. 으슥한 벤치해서 키스를 하다가.ㅋㅋㅋ


미래를 내다보는 나의 초능력은 얼마가지 않아 사라졌다. 우왕좌왕하다가 1학년의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아무 생각없이, 걱정없이 보냈다. 아, 한 가지 걱정은 있었다.


순대가 아닌.....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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