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간'이라는 점이 신기하다.
생각하고, 예측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분노하고….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져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퇴근하고 밥먹고 똥싸고. 이런 일상의 반복속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꿈'을 곱씹으며 잠자리에 든다.
내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내 몸으로 감각을 느낀다. 이게 참 신기하다. 내나 나로써 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리라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의 소소한 행복 또는 작은 불행들 사이에서 삶은 계속된다.
그런 와중에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볼 시간도 없다. 복잡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산다는 것만으로도 복잡하다. 인간의 역사와 미래, 인간이 만들어갈 밝거나 어두운 미래를 예측할 여력이 나지 않는다. 큰 틀에서 인간과 우주를 생각하기 쉽지 않다.
나는 어떨 때는 인간이 아닌 직장인. 조직이라는 보다 작은 세계에서 나의 역할을 찾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뿐.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논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유발 하라리의 책'사피엔스' 덕분에 조금이나마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상, 인간이 바꾸어나갈 미래는 이대로 좋은가하고.
호모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41쪽-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47쪽-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공통의 신화를 믿으면 성공적 협력이 가능하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모두가 공통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 신화는 사람들의 집단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현대 국가, 중세 교회, 고대 도시, 원시부족 모두가 그렇다. 교회는 공통의 종교적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로 만난 일 없는 카톨릭 신자 두 명은 함께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거나 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기금을 함께 모을 수 있다. 둘 다 신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스스로 십자게에 못 박히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53쪽-
소비지상주의는 우리에게 행복해지려면 가능한 한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뭔가 부족하다거나 올바르지 않다고 느낀다면 상품(자동차, 새 옷, 유기농 식품)이나 서비스(집안일, 관계 요법, 요가 수업)를 구매해야한다고 말한다. TV의 모든 광고는 어떤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나아진다고 말하는 또 하나의 작은 신화다.
-174쪽-
인간 공동체와 가족들은 늘 명예, 충성심, 도덕, 사랑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삼았다. 이런 것들은 시장 영역의 바깥에 있었으며, 돈으로 사거나 팔려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설령 시장이 값을 잘 쳐주겠다고 하더라도, 어떤 것은 그냥 해서는 안된다. 부모는 아이를 노예로 팔아서는 안 되고, 경건한 기독교인은 대죄를 범해선 안 되고, 충성스러운 기사는 영주를 배반해서는 안 되며,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부족의 땅을 낯선 사람에게 팔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돈은 언제나 이런 장벽을 돌파하려고 댐의 틈새에 스며드는 물처럼 기를 써왔다.
-267쪽-
오늘날 종교는 흔히 차별과 의견충돌과 분열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 종교는 돈과 제국 다음으로 강력하게 인류를 통일시키는 매개체다.
-298쪽-
역사의 역학은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화가 반드시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좋은 문화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개별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346쪽-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근대 이전의 전통 지식이었던 이슬람, 기독교, 불교, 유교는 세상에 대해 알아야할 중요한 모든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고 단언했다. 위대한 신들, 혹은 전능한 유일신, 혹은 과거의 현자들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혜가 있었고, 그것을 문자와 구전 전통으로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고대의 문헌과 전통을 파고들어 적절하게 이해함으로써 지식을 얻었다. 성경이나 코란, 베다에 우주의 핵심 비밀이 빠져 있다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피와 살을 가진 피조물들이 앞으로 발견할지도 모르는 비밀이 말이다.
-357쪽-
대부분의 과학연구에 자금이 지원되는 이유는 그 연구가 모종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누군가 믿기 때문이다. 예컨대 16세기의 왕과 은행가들은 세계를 누비는 지러적 탐험대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지만, 아동심리학 연구에는 한 푼도 대지 않았다. 새로운 지리적 지식이 자신들로 하여금 새로운 땅을 정복하고 무역 제국을 건설할 수 있게 해주리라고 짐작한 데 비애 아동심리는 이해해보았자 아무런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386쪽-
결론적으로, 우리는 다른 모든 동물의 운명을 깡그리 무시할 때만 현대 사피엔스가 이룩한 전례없는 성취를 자축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질병과 기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물질적 부를 자랑하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실험실의 원숭이, 젖소, 컨베이어 벨트의 병아리의 희생 덕분에 축적된 것이다. 지난 2세기에 걸쳐 수백억 마리의 동물들이 산업적 착취제제에 희생되었으며, 그 잔인성은 지구라는 행성의 연대기에서 전대미문이었다.
-535쪽-
호모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이제 호모사이펜스는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40억년 가까운 세월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다. 지적인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예컨대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은 고대에 있었던 기린 사이의 경쟁때문이었지, 초월적 지성을 가진 모종의 존재가 변덕을 부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561쪽-
'책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게심니, 이젠 없는 것들 (0) | 2016.01.20 |
---|---|
반짝 반짝 날개달린 작은 별, 별이 빛나는 밤 (0) | 2016.01.20 |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밑줄 긋기, 비오는 날 카페에서 (0) | 2016.01.17 |
철학자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 밑줄 긋기 (0) | 2015.11.27 |
책 <펭귄과 리바이어던> 밑줄, 협력은 어떻게 이기심을 이기는가? (0) | 2015.1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