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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때부터 이발했지. 1969년 이용사 시험을 봤고. 국민학교 졸업 후에 물길어 나르면서 이발 기술을 배웠어."
관매도에서 '추억의 이발관'을 운영하는 조종복(65세) 씨는 잠시 가위질을 멈추고 지난 세월을 반추했다. 1월 섬청년탐사대원으로 관매도를 찾은 날, 조종복 씨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면도칼과 가위, 손톱깎이, 포마드 기름, 빛바랜 카세트 테이프, 낡은 금고, 빨간 분무기…. 옛 이발의 추억에 잠기게 하는 이곳은 처음엔 '문화이발소'란 이름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흔한 3색 회전등도, 번듯한 간판도 없지만 이곳은 특별한 공간이다. 육지의 이발관으로 가기 어려운 관매도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2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관매도에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200여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 사람이 많을 때는 이발하는 사람 1명, 면도하는 사람 1명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니까. 예전에는 어깨죽지가 부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데.. 지금은 관매도의 어르신들이 뜨문뜨문 찾아오시지."
진도군 조도면에 이발관이 2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추억의 이발관이라고 한다. 관매도 어르신들은 추억의 이발관이 있기때문에 힘들여 뭍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서 하얀 이발가운을 두르면 누구라도 추억에 잠기는 마법에 걸릴 것만 같다.어린시절 이발의 추억 하나. 시골에 살았던 나는 집에서 머리를 깎았다. 어머니가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주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바가지 머리가 됐다. 친구들은 호섭이 머리라고 놀렸다. '호섭이'는 1989년 MBC 주말 연속극 '행복한 여자'에 등장했던 바보 캐릭터다.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봤더니 진도 팽목항으로 떠나는 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조종복 씨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추억의 이발관을 나섰다. 바깥 공기는 찼다. 섬청년탐사대 잠바는 따뜻했다.
배 위에서 관매도 해변을 바라보는데 문득 파도가 이발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해안 절벽을 아름답게 깎아냈기에. 조종복 씨의 가위가 45년의 세월동안 어르신들의 매무새를 다듬어 준 것 처럼.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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