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원인은 무엇일까?
김운하 작가의 책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를 읽으며 내 마음속 불안의 근원을 파헤칠 실마리를 얻었다. 책속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그 나침반이었다.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내 영혼의 깊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힘들이 갈등하고 있었다. 이때 나의 존재는 전쟁터였으며, 나는 알 수 없는 충돌때문에 몸을 떨었다. 잠을 깨는 순간 내 인생 전체에 대한 물리적인 구역질이 올라왔다. 살아야 한다는 공포감이 나와 함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든 것이 공허한 듯하여 나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실감했다. 거대한 불안이 나의 사소한 몸짓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나는 광기가 아니라 바로 이 사소한 몸짓 때문에 미칠까 봐 두려웠다. 나의 육신은 억눌인 외치임이었다. 나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흐느껴 우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검은 소용돌이이고, 공허함 주위를 맴도는 거대한 현기증이고, 텅 빈 무 안의, 그리고 물속의, 아니 물이라기보다는 내가 세상에서 보고 느꼈던 이미지가 표류하는 소용돌이의 구멍 주위를 맫도는 끝없는 대양의 움직임이다.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135쪽 페루난두 페소아 글 인용-
작가 김운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이렇게 해석한다.
현대인의 불안이 현대적인 이유는, 자신의 삶 전체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고 책임져야 하는 무한 선택의 짐을 진 근대 개인주의의 탄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익 ㅗ정되어 았던 전근대적인 신분제도에서 해방된 개인은 이제 행복과 불행, 삶의 목표와 방향, 심지어 삶과 죽음의 의미까지 일체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해야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한 "저주받은 자유". 즉 무한한 자유와 무한한 책임을 동시에 두 어깨 위에 걸머진 대가가 바로 근대인의 형이상학적 불안의 원인인 것이다.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137쪽-
내 마음속 불안.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불안의 고통. 어린 시절 어딘가로 가는 버스를 생전 처음 탔을 때 불안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내가 어딘가로 가지만 제대로 갈지 알 수 없을 때 불안을 느낀다. 그 불안은 안개처럼 넓게 퍼져 내 앞을 가린다.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살면서 불안이 걷히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불안과 함께.
"인간 영혼의 한평생은 고작 그림자 속 움직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의식의 여명 속에 살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혹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페루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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