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 도시를 훑는다. 책의 목차와 중요 부분만 빠르게 훑듯이. 어느날은 서울로 정했다. 말없이 혼자서.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나의 행방은 나 조차 모른다.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시간이다. 그냥 끌리는대로, 꼴리는대로 싸돌아다닌다. 가끔 각자에게 이런 시간과 일상이 선물처럼 필요하다. 마음이 허해서 무언가를 자꾸 체할 때까지 채워넣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날도 정말 계획없이 꼴리는대 KTX를 탔다. 그냥 기차를 타면 잡념이 사라지고, 창밖 풍경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날이 무척 추워서 그냥 집에 있을 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래도 싸돌다녀야 뭐라도 남는다는 생각으로. 걷는다. 지하철을 탄다. 택시를 탄다. 도시를 여행한다.
나의 동선. 하루만에 여러 전시를 돌아다녔다.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였다.
1.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展
2.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루이지 꼴라니 특별전, 자연을 디자인하다
3. 용산 전쟁기념관 / 호국안보 전시관람
4. 용산 전쟁기념관 /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5. 용산 전쟁기념관 / 용산공원 시민에게 길을 묻다
6. 용산 전쟁기념관 / 다빈치 얼라이브 천재의 공간
7. 독립책방 / 고요서사
8. 독립책방 / 별책부록
돌아다녔던 곳을 간단하게 주절주절 해보리라. 쓰기 귀찮지만.ㅋㅋ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展. 신윤복과 정선의 원작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기획이 인상적이었다.
위 그림은 겸재정선의 그림 <총석정>이다. 금강산을 사랑했던 정선은 금강산의 다양한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가 그린 금강산 작품은 참으로 걸작이다.
루이지 꼴라니 특별전, 자연을 디자인하다. 루이지 꼴라니?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전시를 둘러보니 자연주의적인 디자인으로 엄청 유명한 사람이다. 스포츠카. 배, 의자, 카메라, 비행기 등 그의 디자인 분야는 다양하다.
오늘날 쓰는 캐논 DSLR 디자인의 원형을 꼴라니가 제시했다니!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오늘날 DSLR 디자인이 T90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포토 아크'라크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풀이하면 '사진 방주'다. 사진작가 조엘 사토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토아크는 각 동물의 존재를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다. 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위 '울보카푸친' 사진을 보고 놀랐다. 사람의 손하고 정말 비슷해서.
이번 특별전에서 난생 처음보는 동물들이 많았다. 이렇게 다양한 종이 지구상에 살고 있다니! 신기하면서도 슬픔이 고였다. 이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다빈치 얼라이브 천재의 공간 전시.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할 뻔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수첩에 적힌 그림을 실제로 만들어서 전시해놓았다. 그림, 공학, 해부학 등 다방면에 글쳐 천새성을 보여줬던 레오나르드 다빈치. 그의 걸작<모나리자>에 얽힌 비밀을 푸는 코너가 이 전시의 백미다.
그림<모나리자> 안에 4명의 초상화가 겹쳐져 있다는 비밀. 현재 보는 모나리자는 색이 많이 바랜 상태라는 사실.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았다. 이건 뭐 직접 가서 보시는 수밖에.
집에 가려다가 독립책방 검색. 고요서사를 찾았다. 아주 작은 독립책방인데, 찾는 이들이 많았다. 주인장이 고른 문학작품들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영수증에 전화번호와 책을 고른 사연을 적는 이벤트도 인상적이었다. 시집과 소설을 샀다. 이곳에 가려면 오르막길을 좀 올라야 한다는 사실. 그래도 예쁜 책방을 둘러볼 수 있어 후회는 없을 듯.
고요서사의 외관이다. 노란불빛의 서점이 생각난다. 이름을 참 잘 지은것 같다. 여자 분이 주인장이다.
고요서사와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독립책방이 있다. 바로 <별책부록>. 간판이 없어 특이했다. 하얗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여기도 여자 분이 주인장이다. 잡지와 독립출판서적, 기타 책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잡지를 샀다. 아늑한 분위기에서 책을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함께 책을 고르는 연인들이 많았다.
리뷰를 대충 남겼다. 뭐라도 남겨야 안까먹으니까.ㅋㅋㅋㅋ대충이라도 남겨야지 뭐. 이날 아주 짧은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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