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국물을 팔팔 끓여 뽀얗게 우려낸 후 맛있는 한우고기와 쇠뼈를 퐁당 담궈 다시한번 끓인다. 곰탕의 깊은 국물맛은 혓바닥 깊은 곳까지 파고들 기세다. 머릿속이 상상력으로 꽉 차는, 무언가 머릿속이 든든해지는 곰탕. 그런 곰탕을 닮은 소설이 있다.
영화<헬로우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의 김영탁 감독이 첫 장편소설 '곰탕'을 내놨다. 제목만 봐서는 쉽게 내용을 상상할 수 없다. 읽어보니 시간여행, 스릴러, 범죄, 유토피아, SF 등 다양한 요소를 푹 우려낸 독특한 소설이었다.
소설은 2063년 부산에서 식당 보조 일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곰탕의 깊은 맛을 내는 방법을 배워라는 조건으로 20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 것. 2019년 부산의 곰탕집에 도착한 주인공에게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닥치고,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만난다. 주인공은 과연 임무를 마치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흔을 눈앞에 둔 어느 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곰탕을 먹으며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때로 돌아가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간 여행’을 떠올렸다는 김영탁 감독은 그 뒤로 40여 일 동안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소설 『곰탕』을 쓰는 일에만 매달렸다."
-네이버 책 소개-
곰탕의 모티브다. 역시나 이 소설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미래에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나는 어떤 사소한(?) 이유로 시간여행을 하게 될까. 내가 가고싶은 때는 언제일까. 가끔 퇴근후 집에 돌아와 맥주 한잔을 기울이면 불현듯 과거의 어느 순간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게 곰탕같은 순간이 있다면 최근이다. 새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가족들과 거실에서 둥그렇게 둘러앉아 밥을 먹고, 술 한잔을 기울였다. 대전에서 타지생활을 한지 13년만에, 대전으로 온 가족이 모인 것이다.
고시원과 원룸에 살았을 때 부모님은 아들인 내 얼굴만 잠깐 보고 밖에서 밥을 드시고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 어머니, 아버지, 누나, 매형, 서진이, 윤호랑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손도손 보냈던 순간. 비록 2주 전 일이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참으로 오랜만이었기에. 자취를 하느라 집에서는 거의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많았기에.
독서모임 산책 회원분들이 각자 '곰탕'을 읽고 감상평을 남겨주셨다. 저마다 곰탕의 맛을 느낀 후기가 달랐다.
FROM 배소연
이 책을 읽으니 시간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부모님의 과거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책의 1권 후반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SF소설 속 인간의 정을 잘 묘사했는데, 처음에는 이우환이 부모를 괜히 미워하다가, 점점 사랑하게 되는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2권에서는 SF적인 면을 많이 썼는데, 순희와 유강희의 심정을 좀더 많이 묘사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술술 잘 읽혔다.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고, 상상력도 기발하고. 잠시나마 여러가지 생각(시간여행, 미래세계 등)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마음에 드는 구절.
“사람은 보통 진실을 이야기하다가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거짓말들 사이에 진실은 잘 없겠지만, 사실은 자주 있다.”
FROM 조형자
"아무것도 아닌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내놓을 것이 목숨밖에 없어서 제 목숨에 기꺼이 값을 메기게 하는 미래에서의 삶이,
다른이의 신분과 얼굴을 훔쳐야만 존재할 수 있는 과거에서의 삶이,
누군가의 삶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역시, 살아야겠다는 혹은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만큼 강렬하고 원초적인 욕구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주어진 삶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고 '약탈'함으로써 '쟁취'하는 '타인의 삶'이 가능한 세상이 있다면, 누군들 욕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곳에서 살고싶다는 단 하나의 목적이 불러오는 절대적인 광기와 잔혹함, 쫓고 쫓길수밖에 없는 상황들, 죽여야 하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 과거와 미래가 한 시공간에 놓여있는 아이러니, 이러한 것들이 맞물려 조여오듯 전개되는 숨가쁜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바뀐 과거로 인해 마주할 수 있게 된 아버지와 아들, 오랜 시간을 돌아 긴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별스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그네들의 곰탕을 꼭 닮아있습니다. 깊고 진한 여운이 뭉근하게 남습니다.
FROM 김홍주
종일 소설을 읽었습니다.
곰탕 .....아버지 냄새가 나는 곰탕, 마지막엔 아들냄새가 나는 곰탕^^ 가족의 사랑도 모습도 참 여러가지 모습을 하는거구나 .....가난하고 가진것없지만 아이를 갖게된걸 기뻐하는 강희와 진실한 사랑을 깨달은 순희. 어린 부모를 찾아서 행복해하는 우환 , 아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할아버지 종인^^ 한장의 가족사진같은 풍경이다.
수많은 살인사건과 테러.시간여행.공간이동. 거짓말. 후회.갈등.정.습관들 ....사건 장면장면이 마치 시나리오처럼, 영화처럼 묘사가 살아있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작가가 영화감독이었다 역쉬 직업은 티가 난다.
한동안 곰탕의 사랑이 마음에 남을것같다~~이우환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리고 순희의 삶이....그저 순하게만 살라는 바램으로 엄마가 지었다는 이순희라는 이름.
엄마의 바램과 달리 테러범이기도 했지만 아들앞에 무너진 순한 사람으로 변했다 ..
언젠가 부산영도에 가면 그리울것같다 부산곰탕이 ㅎㅎ
네이버와 출판사가 함께하는 독서클럽 지원프로젝트로, 출판사 아르테(arte)로부터 장편소설<곰탕>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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