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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말 한마디 잘해서 신병훈련소에서 전화한통화 포상받았던 이야기다.
필자가 있던 훈련소에서는 영점사격을 잘하거나 평소 훈련태도가 우수하면 이를 점수매겨 전화포상(가족이나 친구들에게 5분 통화 할 수 있는 상)을 줬다. 훈련병들이라면 꼭 받고 싶어하는 포상이 바로 전화포상이다.
아마 태어난 이후로 가장 받고 싶어했던 상이 아니었나 싶다.
때는 안보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동기들과 필자는 모두 강당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턱을 당기고 허리를 의자에 붙인채 전방 45도 각도로 앞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이어서 등장한 기무대 어느 간부님. 계급이 뭐였는지는 까먹었다.
그때는 군대의 계급체계에 대한 감이 잘 안와서 간부님앞에서라면 덜덜 떨었다. 인상쓰는 조교도 무서운데 간부님들이야 오죽하랴.
북한의 군대규모와 안보문제에 대한 이야기였던걸로 기억한다.
강연이 잘 진행되다가 대뜸 그분께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닌가?
"북한은 우리의 적이 맞는가?"
왠지 잘못말하면 그대로 기무대에 끌려갈 것 같은 이 분위기. 그냥 입다물고 있는게 상책이니 싶었다. 그런데 잘 말하면 왠지 어떠한 포상을 줄 것 같은 직감이란게 일어났다.
그때였다.
한 병사가 손을 들어 대답했다. 용감한 녀석!
한병사 :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합니다.....어쩌고 저쩌고...."
간부님 : "그래? ...음 다른 생각 가진 병사는 없나?"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기에 대답이 뭔가 석연치 않았다. 북한이 적이 맞긴 맞는데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었따. 에라 모르겠다. 번쩍 손을 들었다.
모아니면 도다.
필자 : "북한은 우리가 싸워야 될 적이 맞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동지로 삼아야 될 적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북한을 언젠가 동지로 삼아야 될 적이라고 정의 내린 것이다.
괜히 대답했나 싶었다. 아 젠장 ...그러던 찰나..!
간부님은 잠시 필자가 한 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시는 것 같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간부님 : "방금 말한 병사..앞으로 나와"
'ooo훈련병, 김기욱' 외치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순간 엄청 쫄았다. 이대로 내 20대 청춘은 기무대로 끌려가는가 싶었다.
그런데...
간부님 : "김기욱, 전화포상이다....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와..!!!"
이게 왠일인가. 전화포상이라니 ....아 이게 얼마만에 찾아온 기회인가싶었다. 부모님과 5분 전화통화 할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필자가 했던 대답이 뭔가 그 간부님의 마음을 움직였나보다. 북한이 영원한 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그 간부님의 마음을 설득시켰나보다.
그 전화포상으로 아버지와 통화했다.
필자 : "아버지, 저 기욱이에요...저...잘...있어요...건강하시죠?"
지금 생각하면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를 외치게 해 준 그때 그 시절 그 간부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만약 60,70년대에 '북한은 언젠가 동지로 삼아야 될 적'이라고 말했다면 안기부에 끌려가지 않았을까하는 무서움이 든다. 그 당시라면 순식간에 빨갱이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때의 생각과 변함이 없다.
북한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싸워야 될 적이다. 그러나 영원한 적은 아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동지로 삼아야 될 적이라고...말이다.
이런 말했다고 해서 요즘 세상 어디 끌려가거나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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