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형은 네 내각이 90도로 같은 사각형이라고요?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사각형은 ‘단순한 사각형이 아닌
인생이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주변의 직사각형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기쁘고, 슬프고, 화가나고, 그립고, 환희에 차게 되고, 추억을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더불어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직사각형에 자꾸 자꾸 애정이 갑니다.
삶 곳곳의 직사각형들에 대한 제 이야기들을 들어본다면, 여러분들도 직사각형이 조금은 더 좋아지실거에요.
첫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친구들이 뛰어놀고, 웃음 짓고 있습니다.
또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시간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간직하고 싶기도 하구요.
그 직사각형은 바로 1993년 가을 소풍이 담긴 추억속 사진 한 장이지요.
둘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끔씩 졸릴 때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합니다.
세상이야기가 여러번 쓰였다가 지워집니다.
'꿈'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을 때는 여러 번 설레이기도 했구요.
또 떠든 사람이라고 적혀있고, 그 아래에 제 이름이 적혀있기도 합니다.
그 직사각형은 바로 학창시절 수없이 바라보았던 녹색 칠판이지요.
셋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려오고, 그저 보고 싶어집니다.
지금이라도 달려가 바로 안기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슬픈 영화보다 더 눈물이 납니다.
그건 바로 2007년 군복무시절에 받은, 비뚤 빼뚤 어머니의 글씨가 적힌 편지 한통이지요.
넷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괜시리 소주한잔이 생각나고, 목욕탕에 가서 서로 때를 밀어주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저 실없는 이야기에도 킬킬 웃으며, 야한(?) 농담으로 시간 갈 줄 모르던 사춘기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즐겁습니다.
그 직사각형은 바로 훈련병 시절 고향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 한 통이지요.
다섯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습니다. 갑자기 연필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싶습니다.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기도 합니다.
갑자기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습니다.
그 직사각형은 바로 감성을 자극하는 시집 한권이지요.
여섯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 숨이 나오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합니다.
가슴이 벌렁거리도 하며, 다른 것은 눈에 안 보이기도 합니다.
자꾸 자꾸 욕심이 생겨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집니다.
때론 웬수같기도 합니다.
그 직사각형은 세종대왕이 그려진 만원권 지폐이지요.
일곱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며, 답답하기도 합니다.
왠지 뛰고 싶고, 무언가를 차고 싶고, 두근두근 거리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달려가고 있습니다.
전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공 하나를 놓고 울고, 웃고, 즐기고 있습니다.
그 직사각형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뛰게 될 녹색 그라운드이지요.
여덟째,
이 직사각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얇은 두께에 놀랍니다.
이 직사각형을 손으로 들어보고 있으면, 그 가벼움에 한번 더 놀랍니다.
사람을 닮은 로고가 예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장 녹색그라운드를 47인치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진 한장에 담긴 추억속 친구들만큼이나 많이 보고싶게 만듭니다.
세상 모든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이야기책이기도 합니다.
그 직사각형은 바로 LG 디스플레이이지요.
이 밖에도 아직 들여다 보지 못한 직사각형들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저처럼 애정이 가는 직사각형들이 많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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