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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연구/창작노트

팥빙수가 말해주는 자기가 녹는 18가지 이유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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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는 팥빙수입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나는 시간이 흐르면 녹아요.

가로등 불빛에도 녹습니다.

수십억 년을 달려온 별빛 때문에도 녹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때문에도 녹습니다.

입김에도 녹습니다.

따뜻한 미소 때문에도 녹습니다.

나방의 날개 짓 때문에도 녹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녹습니다.

나를 만들 던 아르바이트생의 가녀린 한 숨에도 녹습니다.

옆테이블 연인들의 웃음소리에도 녹습니다.

한 청년이 뜨거운 가슴으로 꿈을 이야기할 때도 녹습니다.

어쩌면 녹는 다는 건 세상 모든 일과 관계하고 있는 듯합니다.

누군가 누군가를 따스하게 안아줄 때도 녹습니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따스하지 않다면 저는 녹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나는 팥빙수입니다.

제 안에 뜨거운 가슴이 있는가봅니다.

그래서 녹는 거겠죠.

나는 아직도 내가 녹는 이유를 다 찾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다 찾게 되면 완전히 다 녹아 없어지겠지요.

나는 사람 앞에서 녹는다는 단순한 진실.

나는 그것을 시킨 사람 앞에서 녹습니다.

녹는다는 건 신기합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차갑고 얼려 있던 것이 주변의 따스함을 못 이겨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일은 당연한 자연현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분명 가로등 밑에서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의 열의에 찬 날개 짓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신중하게 녹기로 했습니다.

주변 세상을 온 몸으로 보고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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