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살면서 동물의 죽음때문에 울어 본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또한 6살때 큰고모께서 키워보라고 주신 '바둑이'(무슨 종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까맣고 작고 앙증맞게 생겼다)가 그 전부터 키우던 '셰퍼트'에게 물려죽자 하루종일 울었던 생각이 난다. 왠지 모르게 슬펐고, 쏟아지는 눈물에 부모님은 꽤 당황하셨다. 어린 시절에는 동물과의 교감능력(?)이 있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 바둑이의 이름은 '샐리'였고 암컷이었다.(그 녀석의 이름을 몇시간 동안 고민하며 지었다ㅜ) 나는 샐리를 물어죽인 셰퍼트를 미워했지만, 시간이 흐른후 그 셰퍼트마저 늙어 어디론가 팔려가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결국은 샐리와 셰퍼트 모두 그립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덩치 큰 셰퍼트는 두 발을 높이 들어 솟구쳐 반가움을 표시했고, 덩치 작은 샐리는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나를 맞이했다. 갑자기 이런 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페로스-반려동물의 죽음, 리타 레이놀즈 지음>이라는 책때문이다.
평소 동물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지나가는 똥개를 보면 고함을 질러 쫓아버리기 일 수 였다. 간혹 뉴스에 달리는 자동차에 고라니가 치어죽었다는 뉴스를 보고서도 별다른 감정이 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속에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사색과 동물의 죽음으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죽음을 앞둔 동물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그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글쓴이의 마음이 햇살처럼 따뜻하다. 어느날은 글쓴이 리타 레이놀즈는 회색과 갈색 깃털의 카키캠벨종 오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만 그 오리가 골수암에 걸리고 말았다. 그 오리의 이름은 '바트'였는데 레이놀즈는 바트에게 물었다.
그러자 몇 분후 바트가 목을 쭉 빼들고 두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부리를 높이 쳐들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날개를 접고 고개를 편안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바트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이 광경을 책을 통해 지켜보면서 한 동물의 죽음을 위해 한 인간이 정성과 배려 그리고 사랑을 베풀 수 있음을 깨달았다. 참 죽음은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슬픔을 몰고 온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떠난다면 얼마나 슬플 것인가. 물론 아둥바둥 이 현실을 헤쳐나가면서 동물의 죽음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번은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해 기도문을 읊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이 땅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이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룩한 빛 안에서 완벽하게 존재하기를 기도할게.
지금 이 순간부터
너의 정신, 몸, 마음, 영혼이 편안하기를 기도할게.
너의 친구로
내가 너의 여행을, 너의 선택을 도와줄 거야.
너에게 용기와 힘, 평화, 사랑을 줄게.
그것이 너를 치유하고, 힘을 주어서
너의 본질인 신성한 빛으로 돌아가기를 기도할게.
이 순간부터 영원히.
나마스테.
-- p154 --
문득, 예전에 보았던 영화 <아바타>속 한 장면이 생각난다. 제이크 셜리가 나비족 네이티리로부터 자신의 부족에 들어오기 위한 수업을 받는 내용이 있다. 거기서 셜리는 한 동물을 죽이고는 이렇게 주문을 왼다.
너의 영혼은 에이와에게 가고
너의 육신은 남아서
우리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제이크 셜리 대사中--
모든 생명이 우리의 일부분이고,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경건하게 전달해주는 대사이다. 이미 이 모든 것을 깨닫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리타 레이놀즈는 아마도 나비족의 일원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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