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TEDxDaejeon 비영리 컨퍼런스 운영진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연사를 섭외하고, 18분 가량의 대본을 취합하고, 여러 명의 연사를 무대에 올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갑자기 그때 그시절이 떠오로는 내용이라 옮겨본다.
혹시 TEDx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TEDx는 일종의 오픈 소스 개념의 콘퍼런스로 특정한 주제나 장소, 대상과 결합해 각자만의 TED 콘퍼런스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방형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기업이나 대학교, 관공서 등에서 TEDx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죠. 재미있는 것은 이 TEDx가 어떤 주제, 어떤 상황과 엮이느냐에 따라 정말 기상천외한 이야깃거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에 일어났죠.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는 바람에 유럽 전역의 비행기가 결항되자 런던에 발이 묶인 기업가, 과학자, 예술가들이 서로 연락을 취해 ‘우리 할 일도 없는데 TED나 할까요?’라며 TEDxVolcano라는 콘퍼런스를 기획한 겁니다. 정말 아무 연고도, 공통된 주제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아이슬란드’와 ‘화산’이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각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간 것인데 이게 소위 말해 대박을 치고 맙니다. 즉흥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실제 그 콘퍼런스에서 인연을 맺은 교수진들은 국경을 초월해 공통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죠. 해당 콘퍼런스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들을 직접 후원하기까지 했고요. 이 모든 게 불과 화산 폭발 48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고 현재는 세계 최초의 플래시몹 포럼으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김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0495
https://www.flickr.com/photos/tedconference/sets/72157623765155191/
책을 읽다가 마주친 안테룸호텔. 이곳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
안테룸은 일본 건축사무소 UDS가 만든 호텔 브랜드입니다. 안테룸만큼이나 UDS란 이름도 낯설 테지만 무인양품의 호텔 브랜드 ‘MUJI HOTEL’을 기획하고 설계한 곳이 바로 이 회사죠. 사실 교토에 있는 안테룸 1호점은 무지 호텔보다도 7년이나 앞선 2011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만든 곳이 아닌 UDS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고 있기에 자신들의 정체성이 가장 잘 반영된 공간이기도 하죠.
제가 이 호텔을 방문한 것은 2017년 무렵이었습니다. 교토에 간다고 하니 친한 지인분께서 이 호텔을 추천해주시며 이런 말을 덧붙이셨죠.
거긴 모든 게 예술이야. 아니 그냥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 다 예술 작품이라고. 호텔 자체가 아트art야.
그런데 정말로 과장된 말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안테룸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고르라면 단연 ‘아트’거든요. 그중 안테룸 호텔 교토는 지역 기숙사로 쓰이던 건물을 UDS에서 직접 리모델링해 호텔로 탈바꿈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부터 ‘지역 예술과의 연계’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죠. 대신 안테룸은 흔히 하는 콜라보 방식이나 디자인 요소들을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꽤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호텔 자체를 갤러리로, 그 속에 있는 방 하나하나를 또 다른 갤러리들로 채워 넣기로 한 것이죠.
이를 위해 UDS는 교토 출신의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이자 디자인 건축 제작소 SANDWICH의 대표인 코헤이 나와Kohei Nawa에게 러브콜을 보내게 되는데요. 그에게 안테룸의 아트 디렉팅을 맡기며 한 말은 딱 이 한 문장이었다고 합니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예술적 영감이 끊기지 않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코헤이는 이 어려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먼저 ‘Art Fair 365 Days A Year(1년 365일이 아트 페어)’라는 슬로건을 세웁니다. 그리고 훗날 안테룸의 정체성이 되는 ‘갤러리 9.5’와 ‘컨셉룸’을 설계하죠.
-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김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0495
https://www.anteroom-seoul.com/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재미있는 건 체크인 풍경입니다. 다른 호텔이라면 체크인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로비 소파가 북적일 테고 그중 대부분은 자기 차례가 되면 얼른 키를 받아 방으로 올라가고 싶은 표정을 하고 있죠. 그런데 안테룸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로비에 마련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데 관심과 시간을 쏟고, 벽체들로 구분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갤러리 곳곳을 섬세하게 둘러보거든요. 그렇게 예술 작품들로부터 충분히, 온전히 환영받은 다음에야 체크인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마치 한 전시관에서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안테룸의 진짜 백미는 따로 있는데요. 교토를 무대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각자 하나의 객실을 맡아 직접 기획하고 설계한 ‘컨셉룸’이라는 공간입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보통 다른 호텔들에서도 많이 제공하는 테마룸을 떠올리기 쉽지만 몇 가지 커스텀된 어메니티나 장식품들을 가져다놓고 운영하는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안테룸의 컨셉룸은 객실의 배치나 가구 구성을 시작으로 벽지, 바닥재, 욕실, 테라스 디자인은 물론 커튼, 침구류, 조명, 룸 스프레이까지 모두 아티스트 한 명의 디렉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호텔 룸 곳곳에 녹아들어 있고 이들이 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정말 압권입니다.
-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김도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0495
'책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노트(683)대화형 AI서비스 (0) | 2023.11.02 |
---|---|
독서노트(682)한눈에 보는 출판과정 (0) | 2023.10.31 |
독서노트(680)매거진B 부산 가고싶은 곳 리스트 (0) | 2023.10.09 |
독서노트(679)노력의 배신 (0) | 2023.10.06 |
독서노트(678)부동산 거래 매도호가 (0) | 2023.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