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석조건축·전적(典籍)·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고고자료(考古資料)·무구(武具) 등 유형문화재(有形文化財) 중에서 역사적·학술적·예술적·기술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가 지정한 문화재.
역사적인 유물은 희귀하고 역사가 오래되면 그 가치가 높다.
그렇다면 희귀하고 보기드문, 아버지의 편지 1통도 그 값어치가 높지 않을까? 만약 보물 1호를 내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다면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 1통을 보물 1호로 지정하고 싶다.
첫째, 아버지의 편지 1통이 지닌 역사적 가치
왜냐하면 26년을 살아오면서 아버지로부터 편지 받은 기억이 몇 번 없는 데다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아버지의 편지는 단 1통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편지는 수십통이 넘는데 말이다. 아마도 아버지로부터 편지 받은 횟수는 5번 이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어머니가 내게 편지를 쓰실 때 아버지는 그냥 자연스레 묻어(?) 가시는 탓일까?
그런데 편지를 거의 안쓰시는 아버지가 내게 장문의 편지를 쓰신 적이 있다(물론 장문이라고 해도 편지지 반장을 넘지 않지만 말이다...^^; ). 바로 내가 군대에 입대하여 열심히 연병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다.
아버지는 내가 훈련소에 입대하고 15일이 지난 밤 새벽 1시 45분에 편지를 쓰셨다.
둘째, 아버지의 편지 1통이 지닌 기술적(?) 가치
2006년 1월 17일, 그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과연 대한민국의 아버지들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는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들'로 표현하셨지만, 아버지는 '민간인'이라는 표현으로 내가 과거에 민간인이었음을 상기시켜주셨다.
비록 2년의 군생활은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시간이 진짜 안갔지만...아버지의 마음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편지를 갑자기 줄이시려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 대목에 이르러 미소가 번졌던 기억이 난다. 역시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않고 함축적으로 마무리 지으셨다.
셋째, 아버지의 편지 1통이 지닌 예술적 가치
아버지의 편지는 2006년 1월 17일을 끝으로 더이상 없다. 그럼에도 이 편지 1통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아버지의 필체와 목소리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이 녹아있는 편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편지를 잃어버린다면 더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편지를 잘 쓰시지 않거니와, 쉰을 넘기셨고, 또 점점 늙어가고 계신다.편지보다는 무뚝뚝한 전화 1통으로 자식사랑하는 마음을 전하시는 아버지다. 굳이 편지로 긴 말 하지 않아도 '밥 잘 챙겨먹어라'라는 한 마디로 자식사랑을 표현하시는 아버지다.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면서 소소한 대화로 자식사랑을 표현하시는 아버지다.오래만 고향에 내려가면 그저 묵묵히 미소한번 지으시며 반겨주시는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의 편지 1통이 내 책상 서랍속에 보관되어 있다. 이제는 보물 1호가 되었으니, 튼튼한 상자안에 그 편지를 잘 모셔 놔야겠다. 아버지께서 큰 맘 먹고, 펜으로 자식을 향한 사랑을 꼭꼭 눌러 담았을 편지이므로.
문화재보호법 제 4조에 따르면, "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보물로 지정하고……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중 인류 문화의 견지에서 가치가 매우 높고 유례가 드문 것을 국보로 지정"한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내게 있어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 편지 1통이 보물이라면 국보는 바로 '가족들'이 아닌가 싶다.
각 가정마다 저마다의 보물들과 그 국보들을 잘 지켜나가기를 기원해본다. 가족문화유산을 소중히 하면 왠지 더 큰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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