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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내가 어제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낀 장갑이다. 아이폰으로 찍었다. 5대 정도의 차를 받았더니 벌써 때가 탔다. 원래는 백조만큼이나 하얀 색깔이었는데 기름때가 묻어 까맣게 변했다. 승용차보다는 트럭에 기름을 넣을 때 많이 더러워진다. 트럭의 주유뚜껑은 밖으로 노출되어 있어 때가 많이 타기 때문이다.
새벽 12시 15분,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지금 막 집에 들어 왔다. 오늘 따라 유난히 사진속 장갑이 생각났다. 때 낀 장갑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하나, '인생이란 것도 이 장갑처럼 서서히 때 묻는 것이 아닐까....'
때묻지 않았던 시절은 뒤로 가고, 이젠 서서히 나의 인생도 때묻기 시작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 탄 장갑은 통속에 던져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세탁을 한다. 그래도 너무 때가 탄 것은 깨끗히 빨아도 그 때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장갑에는 그을린 것 처럼 어둠이 서려 있다.
인생이란 것은 어떤가? 한번 때가 타면 다시 세탁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돈에 대해 욕심을 부리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려하고, 내 몫을 챙기기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인생. 나도 그런 인생에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내 인생의 어느 부분은 벌써 때가 타서 그을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검게 때가 타는 부분은 나중에 늙어서 주름이 되는 게 아닐까?
아직 20대라서 인생전부에 대해서 알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때 낀 장갑들처럼 나의 인생, 나의 하루 하루도 때 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더이상 아이의 눈으로 보지 못하고, 현실이 보여주는 대로 보려고 한다.
그래도 너무 때가 타지 않는다면, 인생이라는 것도 깨끗이 세탁하면 다시 하얗게 변하지 않을까? 아직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게 아닌 남과 함께 어우러 살고 싶은 소망이 가득하다면 말이다.
그런데 내가 한가지 놓친 사실이 있다. 저 때 낀 장갑은 나를 대신해서 세상의 때를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걸 말이다. 장갑을 벗은 내 손을 들여다보면 더렵혀 있지 않다. 장갑이 나 대신 더러워졌기 때문이다.
둘, '때 낀 장갑은 우리 부모님의 삶을 닯았다.'
그런 면에서 때 낀 장갑은 우리 부모님의 삶을 닮은 것 같다. 부모님들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왔기 때문이다. 저 때낀 장갑은, 빚을 내서라도 자녀의 등록음을 마련하려고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결코 내색하지 않으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닮았다.
자신은 까맣게 때타더라도 자식의 미래는 깨끗하게 지켜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내 손을 깨끗하게 지켜주는 장갑은 서로 너무 닮아 있다. 더불어 때 낀 장갑은 우리 자신의 미래를 지켜주는 꿈과도 닮아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셋, '때 낀 장갑은 각자의 꿈을 닮았다.'
꿈은, 그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을 대신해서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몸으로 맞선다. 마치 주유소 흰 장갑이 자신은 더러워져도 내 손을 깨끗하게 지켜주는 것 처럼 말이다. 우리가 꾸는 꿈은 세상의 온갖 괴롭힘과 더럽힘에 맞서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 우리는 '꿈'이라는 흰 장갑을 저마다 손에 쥐고 있는 게 아닐까?
특히 20대 청춘이라면 모두 '꿈'이라는 장갑을 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힘들고 괴로운 현실에 그 장갑을 벗어던지기는 쉬울 것이다. 꿈이라는 것은 현실앞에 벗겨지기 쉬운 장갑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장갑을 닮은 꿈은 우리 인생에서 쉽게 벗어 던질 수 있다. 그래도 그 꿈을 함부로 벗어던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꿈이라는 장갑을 벗어 던지면 내 인생은 세 찬 바람과 무한 경쟁의 세상속에서 금방 때타고, 그을리고, 상처입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꿈을 꾸고, 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내 인생은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차게 되지 않을까?
▲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찍은 저녁 노을
내일도 주유소에 나가 흰 장갑을 끼고 손님들의 차에 기름을 넣을 것이다. 그 흰 장갑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인생, 나의 꿈, 나의 부모님을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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