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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독도에 갔던 추억을 불러일으킨 책<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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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을 읽다가, 가슴 벅찼던 순간이 언제였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억과 시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늙을수록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특정한 기억능력은 오히려 젊을때보다 더 좋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인 다우어 드라이스마는 10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생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대 중반을 전후한 시기의 추억에 대해 가장 선명히 기억한다고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오히려 가장 최근의 기억이 더 선명할 것 같은데 말이다.

망각의 역현상이라고?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망각의 역현상'이라고 부른다. 100세이상의 사람들에겐 20대 중반의 기억이 잘 생각나지 않을 법한데, 오히려 그때의 기억이 최근 것보다 더 선명하다는 이야기다.그렇다면 20대 중반을 조금 넘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늙어서도 가장 확실히 기억할 것이라는 말 아닌가? 그렇다면 이 시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아놓아야 할까? 


20대 시절 아름다웠던 순간을 반추하게 만들다

나도 가까운 시간들을 반추해보았다. 가장 가슴벅찼고 아름다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말이다. 생각해보니 2009년 1월 1일 독도를 처음 봤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2009년 1월 1일 아침에 본 독도의 모습

그때 2009년에 처음으로 떠오르는 해를 독도에서 맞이 했었다. 하늘에서 노오란 섬광이 푸른 바다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2009년 1월 1일 아침에 본 독도 근해에 비친 햇빛의 모습

마치 2008년을 숨가쁘게 달려온 태양이 가쁜 숨을 노랗게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으로만 봤던 독도를 눈으로 직접보니 가슴 벅찼다.

'아, 저것이 바로 독도구나..우리 땅 독도...'

한동안 멍하니 독도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새벽 바람은 찼지만, 가슴 한 구석에 뜨거운 것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소중한 땅이라는 걸, 직접 두 눈으로 보니 더욱 간절히 느낄 수 있었다. 내 컴퓨터에는 그 때 독도를 다녀와서 쓴 글이 저장되어 있었다. 파일명 '독도야,독도야'로 말이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글....

제목 : 독도야, 독도야, 독도야

<판스타크루즈호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
독도의 한숨이 가슴에 밀려오다
지난 해 12월 31일 포항앞바다에서, 꿈에 그리던 독도로 가는 판스타크루즈호에 올랐다. 선상에서 거센 바람을 쐬며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독도의 진한 한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초저녁에 출발했기에 다음날 새벽 5시정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배 멀미와 한바탕 싸우고 12시가 되서야 좀 진정이 되었다. 큰 파도에 뒤뚱거리는 배안에서, 독도의 마음도 이처럼 거센 풍랑에 수십 번 흔들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 땅이라고 말하는 일본과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한국 사이에서 참으로 혼란스러울 테지. 또 자신의 이름이 ‘독도’인지 ‘다케시마’인지 정작 본인은 잘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독도는 말을 할 줄 모른다. 욕이라도 배웠다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향해 실컷 욕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말없이 속으로 끙끙 앓고서 묵묵히 참고 견딘다. 가까이서 보살피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독도에게 마음의 병이 깊어가는 줄 모를 것이다.

독도야, 반갑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사람들의 분주해진 발걸음 소리에 깼다. 드디어 왔나보다.

‘가까이 가면 꼭 그 이름을 불러 줘야지!’
‘’독도’가 바로 네 이름이라고 말해줘야지!‘

카메라를 챙겨 허겁지겁 선상위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웅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플래시와 환호성이 터진다.

“독도다, 저기 좀 봐봐”
“우와, 드디어 왔구나!”

저 멀리서 독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 본 순간 문득 누군가의 축 쳐진 어깨가 떠올랐다. ‘왜 이제 왔냐!’고, ‘한동안 외로웠다’고 하소연하는 듯 했다. 고단한 세월동안 혼자 짊어지고 온 영토분쟁의 역사를 이제 그만 내려놓기를 속으로 빌었다.

그 날, 많은 이들이 가슴속으로 독도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독도의 이름을 정답게 불러 주리라. 먼 훗날 만나게 될 때는 축 쳐진 어깨가 아닌 밝은 미소를 띄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당시의 기억은 내가 나중에 100세가 되었을 때도 유효한지 실험해 봐야겠다. 100세까지 살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20대 중반을 거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이 어쩌면 나의 뇌가 가장 많이 기억해 줄 시간들일지도 모른다.



책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이렇게 내 젊은 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건져 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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