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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기차레일은 나무젓가락을 닮았다. 내 청춘은?
내일로 여행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철로' 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배고파서 컵라면을 먹기 전 나무젓가락을 본 순간, 딱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났기 때문이다.
보라! 나무젓가락의 생김새가 기차레일 너랑 똑 닮았더구나. 그리고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하나로 붙어있을 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서로 떨어져 있을 때는 제 역할을 한다는 것.
1.기차레일은 나무젓가락을 닮았다는 새로운 발견
붙어있는 나무젓가락을 '탁'소리와 함께 떼어내는 순간, 비로소 라면으로 향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 점촌역에서 바라 본 철로.
철로 너는 위 사진처럼, 둘로 딱 쪼개져 있어 기차와 수많은 사람들을 싣고 어디론가 떠난다. 나무젓가락도 둘로 쪼개는 순간, 라면을 후루룩 입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
▲ 나무 젓가락은 두 개로 떨어져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철로처럼..
다시한번 보라! 나무젓가락을 딱 떼는 순간, 사진처럼 철로 너랑 똑 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여행 첫날, 뜨거운 라면국물로 들어가는 나무젓가락과는 달리, 철로 너희들은 차가운 눈속으로 들어가 있더구나. 너희 둘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삶은 각자 다르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눈,코,입,손,발 비슷하게 생겼어도 각자 살아가는 삶의 내용은 다르다. 똑같은 청춘을 살고 있어도, 각자 써내려가는 내용은 다르다. 나는 왜 이번 여행을 시작했을까? 어쩌면 나무젓락을 닮은 기차레일 너에게 내 청춘을 맡기고, 어떤 가치와 생각들을 집어올리려고 했던 것 같다.
2.익숙했던 칙칙폭폭 소리와의 결별
물론 여행을 하는 동안, 너는 별 말이 없었다. 다만 철로 너와 기차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열심히 들었다.
너희들이 예전에는 '칙칙폭폭'이라는 언어를 썼다면, 지금은 여러가지 사투리를 섞어 쓰더구나.
'끼깅끼깅'
'두그득 탁탁, 두그득 탁탁'
'특특...특특....'
'턱턱..턱턱..턱턱...'
▲ 김천역에서 바라본 철길.하늘.기차.눈
초등학교때 기차소리는 '칙칙폭폭'이라고 배웠지만, 너희들이 쓰는 언어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철길 너희들은 수십년동안 기차들의 다양한 언어들을 들어 봤겠구나. 이런 환청도 들렸다.
'토오........토오.............토오,,,,.이이이익.....'(기차가 역에 설때 나는 소리)
'취....취....어어,,,업,,,,,취.,,,,취,,,,,'(달리는 기차에 부딪히는 바람으로부터 나는 소리)
잘 알다시피 '토익'과 '취업'이라는 두 단어다.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여행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기차소리는 칙칙폭폭이 아니라 위와 같은 소리라고 가르쳐 줘야겠다.
3.청춘에 대한 고민들이 철길위에 놓이다
기차에 몸을 싣고 있으니, 자연스레 자그마한 소리에도 정이 갔다.
한 꼬마가 과자봉지를 부스럭 거릴 때는,
내 마음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나도 내 삶속에 몸을 던지고, 부스럭 부스럭 거리고 있었으므로. 취업과 미래의 꿈 사이에서 열심히 부스럭 부스럭 거리고 있었으므로.
과자봉지에서는 맛있는 과자가 나오지만, 내 청춘 그리고 삶에서는 어떤 과자가 나올까?
무얼하며 이 시간과 순간들을 보내야 할까?
어떤 가치와 생각들을 20대 청춘의 시기에서 발견해야 할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청춘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갖는 고민들이 그렇게 철길위에 놓이기도 했다. 처음엔 내 삶과 청춘의 고민들을 해결하기위해 이번 여행을 떠났다고 여겼다. 그런데 막상 기차에 오르니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청춘의 고민들을 마음편히 철길위에 내려놓았던 것이다. 그저 가볍게 내려놓고 '여행' 그 자체를 위해 떠나왔음을 깨달았다. 여행이 내 청춘의 고민을 해결해주리라는 생각을, 저 멀리 지나친 역에 내려두고서.
이번 여행이 내 고민을 해결해 주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떠남'이라는 행동이 주는 즐거움과 해방감을 즐기기로 했다. '여행' 그리고 '떠남'은 '또 다른 만남'이라고 불리는 영혼을 품고 사는 단어들이다.
4. 옛 추억, 물건, 장소가 내게 여행을 오다
저쪽 자리에서 들려오는 여학생들의 수다소리에서는 스무살 첫 MT를 추억하기도 했다. 삼탄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전기밭통을 껴안고 가던 스무살 내 모습이 떠올랐다. 슬금슬금 쳐다보았던 짝사랑했던 여학생의 옆모습까지.
▲ 첫째날, 김천역에서 점촌역으로 가는 도중 창밖 풍경.
2006년 군입대 하루 전날,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던 내 모습이 비추기도 했다. 차창밖으로는 그 때의 슬프고 결의(?)에 찬 표정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군대에서 제대하는 날 고향으로 가는 KTX를 타고 설레었던 그때의 마음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 첫째날, 김천역에서 점촌역으로 가던 도중 찍은 풍경.
그런데...무엇보다도...이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5. 어느 할아버지의 옆모습에서 40년후의 나를 만나다
마산역에서 순천역으로떠나는 전라선 철도위에서 어떤 할아버지의 옆모습을 만났다.
▲ 마산역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도중 잡은 풍경.
평소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는다. 20대를 살아가고 있으므로,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잘 떠올리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쩌면 미래에서 시간여행을 오신 것이 아닐까?
저분의 20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20대 청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젊었을 때 꿨던 꿈들이 그때가면 이루어져 있을까? 할아버지가 되면 청춘의 패기와 설레임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40년 후 어느 철길위에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저분은 내가 결혼하게 될 여자의 아버지, 즉 나의 장인어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지하철에 당신의 신부감이 타고 있을지 모른다'라는 광고문구도 생각났다.
'이 열차안에 당신의 장인어른이 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스쳤다.
6. 여행은 탯줄을 또 한번 끊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
▲ 단양역에서 풍기역으로 가는도중 찍은 철로,터널,어둠,과거
1985년,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면서 만났던 풍경은 기차터널과 비슷하지 않을까? 깜깜하지만 저 끝에 빛이 있는 풍경. 아니면 뱀이 허물을 벗는 모습을 초소형 카메라로 찍으면 기차터널과 같지 않을까?
어쨌든 여행은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처음 만나는 빛을 향해 , 세상을 향해 스르륵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 어두운 터널,과거를 지나 푸른 하늘을 향해 다시 달려가는 것이 아닐까?
순간, 내가 타고 있는 기차가 탯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탯줄에서 떨어져 나왔던 순간은, 여행 마지막 날 기차에서 내렸을 때의 순간과 같지 않을까?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잠시 '기차'라는 탯줄과 연결되어 있다는 상상을 했다.
탯줄을 잘라서 기념으로 간직하기도 한다던데, '기차'를 사진으로밖에 간직 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기차는 아기였을때 달고 있던 탯줄이다. 그 탯줄에서 떨어져 나와 기차역에 내리면 삶의 여행이 시작되므로. 여행은 탯줄을 또 한번 끊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본격적인 여행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느낌과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일로 여행기 포스팅 계획
여행기는 이렇게 이어나갈 예정이다. 제목은 임시로 정해 보았다.
★시작하는 글 / 기차레일은 나무젓가락을 닮았다. 내 청춘은?
★1편 / 1일차, 점촌역에서 만난 명예역장 아롱이, 다롱이
★2편 / 1일차, 문경새재에서 만난 300년전 청춘
★3편 / 2일차, 단양 도담삼봉과 함께한 청춘의 순간
★4편 / 2일차,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아버지 배처럼 따뜻하더이다
★5편 / 3일차, 부산 태종대에서 파도와 놀다
★6편 / 4일차, 밀양에서 만난(?) 전도연
★7편 / 4일차, 삼랑진역에 내려 청춘을 묻다
★8편 / 5일차, 마산과 통영에서 만난 두 따뜻한 사람
★9편 / 6일차, 순천만 노을에 청춘을 비추다
★닫는 글 / 마지막 여행지, 정읍 투영통닭 따뜻한 오마니 품속
내일로 여행 TIP 포스팅 계획
★내일로 여행, 티켓은 어디에서 끊을까? 각 지역별 혜택
★내일로 여행, 기차안에서의 TIP
★내일로 여행, 총 얼마들었을까?
★내일로 여행, 여행계획 짜는데 도움받은 사이트
★내일로 여행, 역마다 도장을 찍으며 즐기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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