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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내일로 여행 1일차.
내 청춘은 기차에 몸을 싣고 대전역, 김천역을 거쳐 점촌역으로 가려한다.
이번 여행이 내 삶에 있어서 마지막 설레임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무궁화호 열차에 올랐다.
한 설레임에서 또 다른 설레임으로 계속해서 여행을 떠나며 살고 싶다.
무궁화호 열차는 자연과 천천히 호흡하며 철로위에서 살아간다. 나는 그런 무궁화호 열차를 닮고 싶었다.
느릿느릿 가지만, 결국 언젠가는 목표점을 향해 도착하는 무궁화호 열차. KTX를 타고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더 내 주변을 둘러 보며 그 목표점에 도달하고 싶기에.
김천역에 잠깐 들렸다. 기차가 연착되어 도장을 찍으러 갔다. 그 날은 눈이 수북히 눈이 쌓여 있었다. 내 청춘의 발자국을 남겨 놓기에, 충분한 만큼의 양.
시선을 돌리자 두 명의 아이가 계단에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 누가 이겼을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김천역 건물은 겨울하늘을 머리에 이며 푸른 꿈을 꾸고 있다.
드디어 점촌역으로 떠나는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온다. 기차는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을 가지고 있다.
바로 수평으로 쭉 뻗은 철도레일. 이것은 기차의 발자국이 아닐까?
새 하얀 풍경들이 스쳐지나 갔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 몇 그루와, 풀 몇포기. 이름도 모르는 눈송이 수천억개.
기차의 창문에 물방울들이 맺히기 시작한다.
사람 다음으로 많이 우는 것은 기차의 창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왜 그리 슬펐던 것일까?
사람만이 슬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점촌역에 도착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날 맞이하고 있다.
무궁화 열차는 몇 명의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훌쩍 떠나겠지. 저 열차도 정해진 철로레일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을까? 훌훌....
잘가라..
점촌역에 앞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있는 기찻길. 내가 잘돼서 우리 부모님이 기찻길처럼 두 다리 쭉 뻗고 편하게 사실 날이 왔으면 좋겠다.
엥? 깜짝 손님이 날 기다리고 있다. 점촌역의 명예역장인 아롱이와 다롱이.
춥겠다. 저 개는 삶의 어느 시기를 살고 있을까? 나처럼 청춘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인생의 중년을 살고 있는 것일까? 저 개도, 아니 명예역장님도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을 때가 있을까?
아롱아 다롱아, 알콩 달콩 잘 살고 있어라. 이따가 저녁에 보자.
점촌역을 나와 점촌시내와 만났다. 처음 만나는 곳.
여행가방을 들고 눈위를 걷고 있는 한 소녀에서, 점촌의 하늘로 천천히 시선을 옮겨간다.
문경새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 쪽으로 걸어간다. 사실 점촌역 바로 앞에서 문경새재행 버스가 있다는데 알지 못했다.
오랜만에 기차시간표가 아닌 버스시간표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덜컹거리는 버스에 올랐다. 할아버님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창밖을 번갈아 바라보며 여행을 시작했다.
추억도 늙어가는 것이라면, 할아버님의 머리카락처럼 희끗희끗해질까?
그리고 내가 먼 훗날 이 세상을 떠나면, 그 추억도 함께 땅속에 묻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추억은 내가 잠시나마 머물고 숨쉬었던 점촌역에서 살고 있을까?
어찌되었건, 나는 지금 문경새재로 가는 버스에 탔다.
내일로 여행기 포스팅 계획
여행기는 이렇게 이어나갈 예정이다. 제목은 임시로 정해 보았다.
★시작하는 글 / 기차레일은 나무젓가락을 닮았다. 내 청춘은?
★1편 / 1일차, 점촌역에서 만난 명예역장 아롱이, 다롱이
★2편 / 1일차, 문경새재에서 만난 300년전 청춘
★3편 / 2일차, 단양 도담삼봉과 함께한 청춘의 순간
★4편 / 2일차,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아버지 배처럼 따뜻하더이다
★5편 / 3일차, 부산 태종대에서 파도와 놀다
★6편 / 4일차, 밀양에서 만난(?) 전도연
★7편 / 4일차, 삼랑진역에 내려 청춘을 묻다
★8편 / 5일차, 마산과 통영에서 만난 두 따뜻한 사람
★9편 / 6일차, 순천만 노을에 청춘을 비추다
★닫는 글 / 마지막 여행지, 정읍 투영통닭 따뜻한 오마니 품속
내일로 여행 TIP 포스팅 계획
★내일로 여행, 티켓은 어디에서 끊을까? 각 지역별 혜택
★내일로 여행, 기차안에서의 TIP
★내일로 여행, 총 얼마들었을까?
★내일로 여행, 여행계획 짜는데 도움받은 사이트
★내일로 여행, 역마다 도장을 찍으며 즐기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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