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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시인의 작은 시편을 모아놓은 시집<순간의 꽃>을 읽었다. 짧은 시편이지만 시너머에 함축하고 있는 풍경은 깊고 넓었다.
엄마는 곤히 잠들고
아기 혼자서
밤 기차 가는 소리 듣는다
시집의 첫 장에 실려있는 시다.
이 세 줄만으로도 그 풍경이 머리속에 충분히 그려진다. 고요하면서도 유리창에 아기의 큰 눈망울이 꿈뻑이는 모습이 상상된다. 어머니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운 채 침을 살짝 흘리며 잠들고 있지 않을까하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그 순간의 거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시편이다. 유능한 낚시꾼이 물고기를 확확 낚아채듯, 순간의 풍경을 확확 잡아채는 시인의 솜씨는 탁월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게 누구의 시인지 그동안 계속 찾고 있었다. 고은의 시였다니! 무척 반가웠다. 정상에 급히 올라가느라 보지 못한 꽃을 내려 올 때 확인하고야 마는 아이러니. 여기서 '꽃'이란 '소중한 사람', '꿈', '여유' 등을 함축하고 있지 단어가 아닐까.
나도 시인을 따라해보았다. 따라해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미흡하다. 멀었다. 그래도 올려본다. 여기는 시집이 아닌 블로그니까.
*
한 청년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책상에 엎드려 있다
고시원 자취방
*
눈꼽대신
금가루가 꼈으면
통장잔고 70원이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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