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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어여쁜 후배 J양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책을 선물하는 그 마음씨가 곱고 예뻤다.
그 마음만큼이나 겉표지가 참 이쁜 책이다. 내 손때가 탈 까봐 조심스레 열었다. 김치국물이 튈까봐 높은 곳에 올려 놓기도 했다. 하루 하루 이병률 산문집<끌림>에 제대로 끌렸다. 작가의 감성적인 문체에 나도 모르게 끌려 갔고, 그가 가슴으로 담아왔을 여행이야기와 사진에 또 한 번 끌렸다.
이 책에는 쪽수가 없다. 책장 모퉁이를 여러 번 훑어 보아도 1쪽, 2쪽 하는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지워진 것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대신 이야기 하나, 이야기 둘, 이야기 셋...이런 식으로 글이 나아간다.
그러다 이야기 스물둘 '끌림'이라는 제목의 글에 끌렸다.
그 누가 자신의 직업을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직업을 공무원, 대기업 사원, 선생님 등 딱 떨어지는 단어로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파리 청년의 여유와 발상의 전환에 끌렸다.
또 아까 책의 첫머리에서 만난 '열정'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작가는 열정을 위와 같이 해석하고 있었다. '보너스항공권 한 장에 들어있는 울렁거림'이란 표현에 끌렸다. 나는 그런 열정이 사그라들게 방치해 두었다니! 반성할 일이다. 내 가슴 속 열정이 손난로처럼 천천히 뜨거워졌다.
'사랑해라.'라는 단호한 외침에 끌렸다. 사랑, 사랑, 사랑. 멀고도 가까운 단어. 가까우면서도 먼 단어.
책에는 키스하는 사진이 여러 장 담겨 있다. 작가는 순간포착의 달인인가보다. 다음 사진이 그 중 하나다.
내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커플들.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계속 읽었다. 생각해보니 끌리는 게 너무 많다.
여행, 열정 그리고 사랑까지. 아, 끌리는 게 너무 많다. 밝게 웃는 여자의 모습에 끌리고, 눈이 즐거운 SF영화에 끌리고, 길가에 떨어진 지폐 한 장에 끌린다. 걸스데이의 깜찍한 안무에 끌리고, 소녀시대 태연의 귀여운 표정에 끌리고, 삼겹살 굽는 냄새에 끌린다. 소주 한 잔에 끌리고, 곱창의 쫄깃함에 끌리고, 순대국밥의 푸짐함에 끌린다. 그리고 '끌림'이란 단어에 끌린다. 지금은 밤이어서 통닭, 피자, 족발이 끌린다.
사람에게 끌림은 끝이 없는 게 아닐까?
아르헨티나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를 닮은 아저씨를 발견했다. 크크크. 돼지꼬리표를 달고 리오넬 메시라고 적었다. 메시의 중년 모습이 아닐까?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여기서 피식 웃었다.
작가의 모습이다.
먼 훗날 이 책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마도 먼 훗날 '끌림'으로 추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선물해준 J양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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