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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이오덕 책<우리글 바로쓰기>, 읽고나서 뜨끔하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3.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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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의 책<우리글 바로쓰기 1>을 읽으며 얼굴이 화끈 거렸다. 이 책은 신문기사, 시, 소설, 수필 등에서 우리 말을 잘 못 쓰고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꾸짖는 책이다. 읽다보니 내가 그동안 우리 말을 너무 잘 못 쓰고 있었다는 뉘우침이 밀려왔다. 그와 함께 이 책을 덮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우리말을 바로 쓰지 않을 내 모습을 보면 부끄다. 이 책 1권을 읽고나서 하루에도 몇 번 씩 마음이 뜨끔하고,  글을 쓰다가도 우리말을 잘 못 쓰고 있지 않은지 걱정했다.


1. 번역투 문장에 오염된 우리 말, 우리 글을 말하다


우리말은 일본어, 중국어, 영어의 번역투 문장때문에 많이 오염되었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1권과 2권에서 외국어 번역투 문장에 오염된 글들의 사례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이오덕 선생님은 매의 눈을 가졌다. 이 정도면 그냥 써도 되지 않을까하는 단어나 문장들도 잘 못 쓴 부분을 짚어내고야 만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유명 작가들의 소설에 나오는 문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대한 군더더기없는 문장으로 사건을 전달하는 신문기사 역시 선생님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예> 일본말 번역투 문장 고치기


1. 상식과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 교양으로서의 ->교양의, 교양이 되는


2. 회교에의 절망, 지옥 풍경 등 종교 의미 다뤄.

- 회교에의 -> 회교에 대한


3. 정확도에 있어서 문제가 없지 않지만

- 정확도에 있어서는 ->정확도에서는


4. 공해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 공해로부터의->공해에서 (해방되기)



- 책<우리글 바로쓰기 1>에서 인용 -



2003년에 돌아가신 선생님이 요즈음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외계어들을 보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 아름다운 우리 말을 놔두고 말을 할 때마다 외래어를 쓰며 유식함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또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 대학교 수업시간이나 신문기사나 어려운 한자가 넘치고, 번역투의 문장이 읽는 맛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오덕 선생님이 책에서 이야기하시는 것처럼 우리말 바로쓰기를 모든 영역에서 실천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대신 이 책을 읽으면 점점 오염되는 우리 말을 향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멈출 수 없다. 바른 말을 써서 후대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솟아난다. 선생님이 바라던 것이 독자가 적어도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런지.






2.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의 변화


저는, 우리말을 가장 순수한 상태로 배워서 쓰고 있는 사람이, 학교의 교육을 아주 받지 않은 사람, 그래서 책을 별로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말의 시대가 아니고 글의 시대가 되고, 글이 주인이 되어 말과 그 말을 쓰는 사람을 지배하고, 어디를 가도 글이 힘을 행세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사회의 실상을 붙잡아서, 말과 글의 흐름이 거꾸로 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곧 글을 말에 가깝게 하고, 살아 있는 말을 지키고 가꾸는 일을 글쓰기로 해야 합니다. 말을 지키는 일은 마음을 지키는 일, 혼을 지키는 일입니다. 겨레의 혼을 지키고 이어가는 데 글쓰기만큼 중요한 수단이 없는 까닭이 이러합니다. 민주사회를 이룩하는 데 언론이 맡고 있는 일이 큰 까닭도 이와 같습니다.

책<우리글 바로쓰기 1>, 380쪽 -



한편 우리말을 가장 순수한 상태로 배워서 쓰고 있는 사람이 책을 별로 읽지 않고 학교 교육을 아주 받지 않은 사람이라고 밝히는 부분이 놀랍다. 보통 지식인들이 우리 말을 가장 쓸 것 같지만 찾아보면, 우리말을 파괴하는 표현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은 오히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살아있는 우리 말을 더욱 잘 쓴다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딱딱한 설명투의 문장보다는 개성있고 정겨운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투리가 더욱 맛깔나지 않던가? 사투리는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 우러나오는 말일테니 말이다.


책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고나서도  머리로는 알게 될지 모르지만 몸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전에 쓰던 오염된 말이나 글을 무의식중에 쓰는 경우도 많고, 남들도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쓰는데 내가 구태여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우리 말 바로쓰기>를 읽어면 생각이 외국어때문에 오염된 우리 말을 되찾아 쓰고, 어려운 단어도 알기 쉬운 우리말로 고쳐써보자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말이다. 우리 말 바로쓰기를 향한 기운이 조금씩 생기는 것이다.





3. 우리 말을 바로쓰기위한 행동지침은?


선생님은 책에서 우리말을 바로쓰기위한 행동지침을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남의 나라 말을 버리고 우리 말을 쓰고, 남의 나라 말의 체계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주 급합니다. 누구든지 완전한 글을 쓰는 사람은 없으니,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둘째, 한글로만 썼을 때 그 뜻을 알 수 없는 말은 우리 말이 될 수 없다고 보고, 그것을 우리 말로 바꿔 쓰는 슬기로운 노력을 글쓰는 이 모두가 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우리가 하고 있는 글쓰기 교육의 방법이 아이들분 아니라 어른들의 글쓰기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정직한 글을 쓰고, 가치있는 글을 쓰고, 진정을 쓰고, 사물과 사실에 밀착한 말을 쓰고, 진실이 담겨 있는 말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어른들의 글쓰기에도 길잡이가 되야 하겠습니다.(중략)


- 책<우리글 바로쓰기 1>, 382쪽~283쪽-


이 책을 읽고 우리 말이 곳곳에서 잘 못 쓰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1992년에 처음 나온 책이니, 20년이 흐른 지금은 우리말이 더 오염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더 늦기전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우리 말이 있어도 어려운 말을 많이 쓰는 학자, 신문 기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읽어도 뜨금할 책이다. 





우리글 바로쓰기. 1

저자
이오덕 지음
출판사
한길사 | 2009-11-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리말로 창조하고, 우리말로 살아가자! 우리말과 글을 바로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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