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섹스편을 읽고서 정리한 내용이다.
CHAP 3.
알랭드보통은 독일의 미술사학자 빌헬릉 보링거의 논문 '추상과 감정이입'을 소개하며, 우리가 어느 특정 미술작품이나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보링거는 논문에서 우리는 누구나 성장하면서 내면의 무언가가 결여된 채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름의 좌절, 불안정한 상태가 성격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를 통해 형성된 자기 안의 약점과 결함이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호감과 반감의 취향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논문내용을 재해석하며 알랭드 보통은 독자로 하여금 유독 한쪽에만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그 대상이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1. 성적취향을 결정하는 심리적 내력
"우리는 내면의 결함을 보상해주고 건강한 상태를 되찾도록 도와줄 만한 속성이 담긴 작품을 갈망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미술 작품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결여되어 있는 특정한 속성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반면 위협적인 느낌을 작품이나 고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을 대할 때는 '보기 싫다'는 반감이나 거부감을 갖는다." - 91쪽 -
2.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동물적 본능
"침착하고 신중하며 규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작품에 끌리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건조학 메마른 감정에 대한 보상을 있다는 것이다." - 92쪽 -
"쉽게 흥분하는 유형의 사람들은 바로크 양식이 별로 맞지 않고, 차분하고 논리적인 예술품을 훨씬 더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92쪽 -
3. 스칼렛 요한슨이냐, 나탈리 포트만이냐?
객관적으로 볼 때 미모면에서는 두 사람 다 막상막하지만, 스칼렛이 아닌 나탈리를 더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 가령 심기증(근거없이 자신이 큰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정신병적인 증상)기질이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던 사람이라면, 마침 나탈리의 눈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차분함이 느껴져서 반할 수 있다. 나탈리 포트만의 이마에서 굳은 의지와 실용적인 성격이 느껴져서, 자신은 갖지 못한 그런 면모에 마음이 끌리게 될 수도 있다.
-99쪽-
CHAP 5. 이성에게 거절당한다는 것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한 후 거절당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으며 자신감이 땅으로 꺼지는 아찔한 순간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챕터를 통해 이성에게 거절당하는 이유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할 것이라는 위로(?)를 해준다. 하지만 거절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
1. 현대판 앨리펀트맨
좋아하는 누군가로부터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잠시나마 땅이 쑥 꺼지고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 우리는 내내 마음속으로 어렴풋하게 걱정해왔던 한 가지 생각에 확신을 갖는다. '내가 정말로 추하고 흉측해서 옆에 다가가기도 싫은 괴물이 맞나 보다'하는 생각 말이다. 한 마디로 현대판 엘리펀트맨(19세기 런던에 실존했던 코끼를 닮은 기형아로 태어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에 빠진다.
-114쪽 -
2. 거절의 이유는 훨씬 더 단순하고 덜 우울하다
이성으로서 거절당하더라도 그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선 안된다. 상대방이 우리의 영혼까지 들여다보고 우리의 모든 면에 대해 혐오스러워한다고 여기지는 말라는 얘기다. 대개의 경우 현실은 그런 못난 생각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덜 우울하다. 거절의 이유가 무엇이든, 상대는 단지 우리의 몸에 흥분을 느끼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런 거절은 이성의 힘이 닿지 않는 무의식과 억압된 잠재의식에 따른 판단이므로 이성적으로 바꿀 수 없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그것으로 위안으로 삼으면 된다. - 115~116쪽-
3. 믿기 힘들겠지만 NO는 그냥 NO일 뿐이다
이성에게 거절당할 때 생기는 고통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곳엔 그 거절을 '도덕적 판단'으로 해석해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우연'에 불과할 수 있는 일(거절당한 일)을 두고 괜히 고문을 하는 셈이다. 이런 자기 고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잘 풀리지 않았던 그 밤의 일을 사소한 불운의 하나로 인정하면 그만이다. - 117쪽 -
CHAP 6. 욕망의 결핍
짐과 데이지는 부부다. 데이지가 샤워를 마치고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어도 남편 짐은 무반응이다. 물론 짐도 예전엔 데이지의 가슴 모양을 상상하고, 혀로 유두를 감싸던 순간에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돌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지의 가슴이 버젓이 앞에 있는데도 특별히 시선이 돌아가거나 흥분되지 않는다. 알랭드보통은 짐과 데이지의 사례를 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성적 욕망의 결핍에 관해 이야기한다.
1. 뜸해지는 횟수
결국 성욕이란 단순히 옷을 벗고 있는 것과 별로 상관없는 모양이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흥분의 기대심리로부터 생겨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런 흥분은 벗고 침대에 같이 누운 부부에게는 일어나지 않지만, 반대로 두꺼운 스키복에 장갑과 모자로 몸을 꽁꽁 가린 채 리프트를 타고 산비탈을 오르고 있는 연애 초기의 커플에게서 일어날 수도 있다. -121쪽-
2. 창녀와 나쁜 남자의 공통점
사랑하는 사람과 그저 하룻밤 즐길 사람을 따로 두고 싶어 하는 욕망은, 과연 남성들만 가진 것일까?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성들도 결코 결벽하지는 못할 것이다. 남자들이 여성을 성모마리아(사랑하는 사람)와 창녀(하룻밤을 즐길 사람)로 나누는 것은, 여자들이 남자를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로 나누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나쁜 남자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들은 겉으로는 따뜻하고 자상하며 대화가 통하는 '착한 남자'에게 끌린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성관계가 무섭게 또 다른 대륙으로 떠날 궁리에 바쁜 무정한 '나쁜 남자'에게 성적으로 더 끌리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127쪽-
'창녀'와 '나쁜 남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감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진지하게 교제할 수 없는 상대라는 점, 그리고 둘째는 그 덕분에 우리의 성적 기벽이나 부끄럽고 나약한 부분에 대해 평생의 목격자나 환기자로 남을 일이 없다는 점이다.-128쪽-
3.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프로이트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의 성생활은 성장환경과 관련된 두가지 사실에 큰 영향을 받는다. 피할 수 없는 이 두 가지 사실 때문에 우리의 성생활은 점차 피폐해지게 마련이다.
첫째는 유년기에 성관계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관계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성인이 되면 특정한 부분에 대해 어린 시절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과 닮은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한 데 섞이면 수수께끼같은 희한한 현상이 벌어진다. 즉, 가족 이외의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게 될수록 유년기에 느꼈던 가족 간의 친밀감이 더 강하게 상기되며, 그로 인해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상대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에 대해 구속을 받게 된다.-130쪽-
4. 지루한 카펫과 거실 의자 탓일 수도 있다.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의 침체된 성생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해결책은 파트너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중략)바로 호텔에서 묵는 것이다. 파트너에게 에로틱한 면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매일 변함없는 일상의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 횟수가 뜸해지는 것이,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있는 카페이나 거실 의자 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134쪽-
5. 무심함과 권태로부터 오래된 관계 구제하기
오래된 관계를 무심함과 권태로부터 구제하기 위해서는, 마네가 아스파라거스를 독창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듯이 배우자에게도 그와 같은 시선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판에 박힌 습관과 일상이라는 거대한 덮개 아래에 감추어진 좋은 점과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보자는 얘기다. 그러면 배우자가 유모차를 밀 때, 아장아장 걷는 꼬맹이와 씨름할 때, 화가 나서 전기회사 직원에게 앙칼진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질 때,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기진맥진한 채 귀가할 때,,,그런 순간마다 그동안 깜빡 잊고 있었던 배우자의 섹시한 단면이 자주 포착될 것이다.-140쪽-
6. 섹스와 결혼의 평화로운 공존
부부 사이의 성관계 횟수와 강도가 점차 시들해지는 것이,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암시가 아니라 단지 생물학적으로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현상은 오히려 지극히 정상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런 현상에 반항하는 것은,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평생에 걸쳐 만족스러운 성관계가 몇 번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성관계를 무조건 자주 갖는 것을 정상으로 여기는 생각이 과연 옳을까?-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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