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 개인의 삶은 객관적인 것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행이나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모호한가. 가령 땀 흘리고 일을 하다가 시장해진 사람이 우거짓국에 밥 한술 말아먹는 순간 혀끝에 느껴지는 것은 바로 황홀한 행복감이다. 한편 산해진미를 눈 앞에 두고도 입맛이 없는 사람은 혀끝에 느껴지는 황홀감을 체험할 수 없다. 결국 객관적 척도는 대부분 보잘 것 없는 우거짓국과 맛좋은 고기반찬과의 비교에서 이루어지며 남에게 보여지는 것, 보일 수 있는 것이 대부분 객관의 기준이 된다. 사실 보여주고 보여지는 것은 엄격히 따져보면 삶의 낭비이며 진실과 별반 관계가 없다. 삶의 진실은 전시되고 정체하는 것이 아니며 가는 것이요 움직이는 것이며 그리하여 유형 무형의 질량으로 충족되며 남는 것이다.
-박경리의 <토지 17>, 362쪽-
반응형
'책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정생의 동화<강아지똥>, 삶을 향한 따스한 위로 (2) | 2016.03.06 |
---|---|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18, 20,21권 밑줄 그은 문장 (0) | 2016.03.06 |
옥천군 정지용생가터, 정지용시집 초판본, 카페 꼬레 (0) | 2016.02.20 |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 철학 (0) | 2016.02.06 |
뱅자맹 주아노의 얼굴, 누나는 내게 물었다 (0) | 2016.0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