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은 겸재 정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겸재는 여든이 넘어서도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촛불 아래에서 세화를 그리곤 했는데 털끝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책<간송미술 36>에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겸재의 그림이 실려있다. 하나는 <서과투서>, 다른 하나는 <풍악내산총람>. 겸재를 말할 때 산수화의 대가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서과투서>는 따스한 일상을 담았다. 수박을 파먹고 있는 쥐 한쌍의 모습을 정겹게 그려냈다. 따스함으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림이다.수박을 한 입 베어먹었을 쥐들이 귀엽다. 수박이 편안한 집같다. 집 마당에서 놀고있는 듯한 느낌.
<풍악내산총람>은 가을의 내금강 전경을 화폭에 담았다. 내금강의 풍경을 압축시켜 담으면서 태극의 형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산봉우리의 모양이며 산 중턱의 절간과 석불의 모습까지 세세하게 그려냈다. 집에 걸어두고 바라보고 싶은 그림이다. 이 그림이야말로 눈을 감고 금강산을 굽어보듯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 아닐런지.
탄은 이정의 <풍죽>. 강한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굳은 절개를 연상시키는 그림이다. 바위틈을 뚫고 올라온 묵죽의 모습은 우리 삶과 비슷하다. 숱한 바람에 휘둘리거나 휘어지거나, 등골이 휘어지거나 하는 삶 속에서 바윗돌에 뿌리를 내리고 버텨내야하는 그 질긴 인내와 삶의 속성. 이정은 작품<풍죽>에서 우리들이 가져야하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게 아닐까.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간송미술전시에 간 적이 있다. 옛 그림을 코 앞에서 대할 때의 뭉클함과 아련함.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그림도 있었고, 생각했던것보다 작은 그림도 있었다. 나의 무지가 드러나는 순간. 몇 백년의 세월을 거슬러 당대의 예술세계를 엿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은 신윤복의 그림들이었다. 어쩜 그 당시에 그런 색깔을 쓸 수 있었을까. 그림속 인물들이 한 명 한 명 살아있는듯 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 http://kans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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