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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2018 독서노트(111)유리감옥

by 이야기캐는광부 2018.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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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준 편리한 삶은 우리를 가둬두는 감옥이 될 수 있다."


니콜라스 카는 자동화 기술이 인간을 무능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기술이 발전하니깐...뭐 편리하고 좋기만 하구먼. 왜그런디야....그런데 책<유리감옥>을 읽어보니 기술 발전이 가져올 빛과 그림자가 명백히 보였다. 


책에는 항공기 조종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동화된 비행기 시스템으로 인해 돌발상황에서 수동으로 조종하려다가 추락을 한 사례를 소개한다. 자동화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비행기 조종사들의 조정 능력을 퇴보시켰단다. 


"지금 비행기 조종사들의 걱정은 더욱 늘었다. 그들은 비행기술의 상당한 발달을 칭찬하고, 높은 안전성과 효율성에 따르는 혜택들을 인정하지만 자신들이 가진 재능이 퇴보될까봐 걱저앟고 있다. 에밧슨은 상용기 조종사들을 상대로 "그들이 상당부분 자동화된 비행기를 조정해본 경험때문에 수동조정 능력이 영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느끼는지"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들 4명 가운데 3명 이상은 "기술이 퇴화했다"라고 대답했다. 기술이 개선됐다고 느낀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2012년에 유럽항공안전청이 조종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들 중 95퍼센트는 자동화가 그들의 "기본적인 신체적 및 인지적 비행 기술'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대답해 유사한 우려가 폭넓게 퍼져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97쪽-


"자동화는 우리를 행위자에서 관찰자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조작하지 않고 스크린만을 응시하게 되는 식이다. 그런 변화로 우리는 전보다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전문지식을 배우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손상될 수도 있다. 우리의 일 처리 능력을 높여주는지 낮추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동화는 장기적으로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력을 약화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게 방해할지 모른다."

-116쪽-


GPS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바람과 적설 패턴, 동물의 행동, 별자리, 조수, 기류 흐름으로 하얀 설원 속 길을 찾았던 이누이트족들이 GPS에 의존하면서 벌어진 일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GPS기기를 사용하는 이누이트 족이 늘어나면서 사냥 도중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고는 종종 위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다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GPS수신기가 고장이 나거나 배터리가 얼어붙을 경우, 강력한 길 찾기 기술을 개발한 적 없는 사냥꾼들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황무지에서 쉽게 길을 읽고,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있다."

-189쪽-

 

내비게이션 앱. 차를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낯선 길을 떠날 때 살짝 불안하다. 엉뚱한 길로 들어서 기름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네비게이션 없어도 단거리와 장거리 목적지를 잘만 찾아갔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네비게이션에서 흘러나오는 여자 목소리를 따라 길을 찾는데 더욱 익숙하다. 그동안 가지고 있단 공간에 대한 감각, 길에 대한 정보를 애써 떠올리지 않는다. 네비게이션이 알아서 잘 안내해주니 그대로 따를 뿐이다. 게다가 과속위반 경고도 해주고, 휴게소 정보도 알려주니 우리가 이미 발전된 기술을 멀리하기란 쉽지 않다.


니콜라스 카는 인간이 기술에 종속될 경우 사라지고마는 인간의 능력도 있다는 걸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유리감옥'에 갇혀있는 것이다. 투명하기 때문에 감옥인지도 모르는 그런 감옥에 말이다.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이라는 유리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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