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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담양 소쇄원을 두 번 방문했다. 국어국문학과 재학시절에 학술답자를 하느라고 처음 방문했고, 나중에 남도 인문학 기행을 가면서 한 번 더 가봤다. 갈 때마다 든 생각은 "이곳에서 멍 때리면서 책 읽고 싶다"였다. 자연 그대로를 품은 듯한 제월당에 걸터 앉으면 신선이 된듯 하다. 세속의 혼탁함이 사라지고 맑고 명징한 거울에 내 마음을 비추고 싶은 충동이 일렁인다.
책 <한국정원기행>을 읽으며 코로나19로 답답한 이 가슴에 청명한 바람을 보낸다.
제월당은 주인이 거처하며 조용히 책을 봤던 곳으로 그 이름은 송나라 황정견이 주무숙의 사람됨을 '흉회쇄락여광풍제월'이라고 비유한 데서 따왔다. "가슴에 품은 뜻의 맑고 맑음이 비 갠 뒤 부는 청량한 바람과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 같다."는 뜻이다. 제월당 담장 너머 서쪽에는 공터가 있다. '고암정사'와 '부훤당'이 있던 자리다. 고암정사는 양산보의 둘째 아들인 고암 양자징이, 부훤당은 셋째 아들인 지암 양자정이 1570년 경에 세운 서재이다.
제월당 마당 끝으로 난 일각문을 내려서면 담으로 둘러싸인 정적인 공간이 있고 그 아래로 돌층계가 이어진다. 돌층계를 하나하나 내려서다 보면 어느새 세속의 혼탁함은 사라지고 고요한 선계가 펼쳐진다. 층계를 내려 도달한 곳은 '광풍각'. 고경명이 물 위에 뜬 배와 같다고 한 광풍각은 소쇄원 원림의 한복판에 있다. 손님을 접대하던 사랑방으로 옛날에는 손님을 맞고 보내는 버드나무가 서 있었다.
-58~59쪽, 한국정원기행,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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