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는 일은 어렵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책을 출판하는 경우는 유명인이나 사회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다. 아니면 자신이 쓴 원고를 가지고 수십군데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후 책을 내는 경우도 있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그동안 쓴 작품들을 모아 시집이나 작품집을 내기도 한다.
나같은 범인은 스스로 쓴 글을 부꾸러워 하며 쭈뼛쭈뼛하다가 허송세월 한다. '제가 무슨 책을 낼 수 있겠어요.' '이런 글을 누가 책으로 내주겠어'. '내가 책을 내도 될까.' 이러한 쓸데없는(?) 걱정으로 자신감을 갉아먹기 일쑤다. 머릿속에 벌레 한마리를 키우는 꼴이다. 남이 쓴 책만 읽고 내 자신의 결과물을 내지는 못한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한단계 성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요즘 세상은 나같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 바로 스스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페북록'을 냈다. 개인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몇 편 뽑아 책으로 엮었다. 자가 출판 비용이 따로 없어 돈이 들지 않는 전자책을 출간했다. 전자책 출간 플랫폼에서 책을 내면 ISBN 번호를 대행해서 등록해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책을 내기 쉬운 세상이지만, '좋은 책'을 출간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구나 책을 내지만, 그 책들이 모두 좋은 책들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독자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진 꼴이다. 쏟아져 나오는 책들 속에 양질의 책을 고르기가 점점 어려운 세상이다. 내 '페북록'도 그런 독자들의 어려움에 일조한 듯하여 양심이 찔리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내 '페북록'은 9,000원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무엇인가 내 알몸을 수건으로 가린채 걸어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 이런 기분이구나. 나 같은 자기만족형(?) 출간인도 이런 기분일진데 독자들로부터 진정 사랑받고 인정받는 훌륭한 책들을 쓴 저자들의 기분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전자책을 출간하고 생긴 생각의 변화가 있다. 바로 다음 책은 뭘 낼까. 이런 생각을 감히(?) 한다는 점이다. 나는 저 작가처럼 어떻게 좋은 책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내가 쓴 글들을 수십번 고치고 되돌아보면서 생각의 되새김질을 한다는 점이다. 부끄러운 첫 책이지만 그 부끄러움이 자신감으로 바뀔 날을 고대하며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든다는 점이다.
첫 걸음마를 뗐다. 앞으로 걷고, 뛰고, 오를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미래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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