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맞는 말일세...
모리 히로시는 저서 『작가의 수지』를 통해 수입에 대해 세세히 설명한다. 기본적인 인세와 단행본, 문고본 판매 수익 비율, 해외 번역 출간 수익, 영상물 등 2차 창작물 관련 수익, 강연료와 TV 출연료 등 다양한 항목을 놀랄 만큼 상세하게 적었다. 작정하고 까발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그는 일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니까 쓴다는 사람은 열정이 식었을 때 슬럼프에 빠진다. 자랑할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받으면 의욕을 잃는다. 그러니까 그런 감정적 동기만으로 버티면 언젠가 감정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이니까 쓴다는 사람은 슬럼프를 모른다. 글을 쓰면 쓴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이외의 직업, 아니 어떤 직업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놓고 ‘보람’이니 ‘꿈’이니 하는 환상을 품는 젊은이가 많다. 그것은 그런 이미지를 심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인데, 현실 사회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환상일 뿐이다.’
책을 읽다 무릎을 탁! 쳤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그 안의 외로움을, 우울함을, 배고픔을, 불행을 모두 견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정도는 감수하라는 식의 말을 쉽게 뱉는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또 듣다 보면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일주일쯤 샤워도 세수도 하지 않고, 밤을 꼬박 새운 시뻘건 눈으로 일, 일, 오로지 일만 해야 할 것 같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든 뭘 팔든, 나에게 영감을 달라고 울부짖어야 할 것 같다. 웃기고 있어 진짜.
좋아하는 일만 쏙쏙 골라서 하는 건 어렵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러니 당장 해야 할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게 효율적이다. 일이 있으니 하는 것이고, 마감이 있으니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20년을 일했다.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챙기는 게 무엇보다 먼저였는데 “열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요!”라며 커피를 1리터씩 들이켜는 식이었다면 애저녁에 하얗게 타서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 밀리의 서재 / 책<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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