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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리뷰

17년전 초등학교 동무들에 띄우는 글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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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정읍 영산초등학교는 한 반에 20명 정도였을까?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어서인지, 학년이 올라갈 때도 계속 그 동무들과 같은 반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그때 그 이름들을 하나 하나 기억할 수 있다. 비록 중간에 전학을 가서(정읍남초등학교) 함께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명서, 정우, 율궤, 충만, 호진, 호준(지금은 하늘 나라에 있는 친구), 정은, 기은, 희숙, 영우, 명준, 지숙, 종성, 선화 1, 선화 2, 아라, 은미, 태정, 주희, 금자,수지, 재훈

이 동무들과 봄, 가을소풍만 하더라도 한 6번은 함께 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소풍을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말해주지 못하겠다. 왜냐면 그 때는 학교 근처 아무 뒷 산이나 무작정 올라갔기 때문이다.^^; 뭐 선생님들께서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것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소풍은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던 이벤트였다. 점심을 먹고 장기자랑 시간이 오면, 나는 그 날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고 자진해서 무대로 올라가 막춤을 췄다. 그 때 산속에 음악이 어디있겠는가? 친구들이 노래를 불러주면 그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추는 거였지.  무대는 역시나 산속이라서 그런지 주인 모를 무덤 앞이 되곤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되어 춤추던 어린 시절

 그 때는 한 창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라는 노래와 춤이 히트를 쳤던 시기였다.


나 또한 유행에 뒤쳐질 수 없어 집에서 연습한 서태지의 춤을 장기자랑 시간에 펼쳐 보였다.
그 날 산속에는 동무들의  '난 알아요'란 노래가 까치울음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 나를 떠나야 한다는 그 사실 그 이유를 이젠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사랑을 한다는 말을 못했어.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어~그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다시 말해주자면 아홉살인 그 때 나는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마침 나와 뜻을 같이 하던 여동무 금자와도 몇 번 무대에 함께 섰다. 금자와 나는 '군대동'을 대표하던 막춤꾼(?)이었다. 나중에는 그녀의 동생 태감이까지 합세에 가을 소풍 장기자랑 무대를 평정(?)했던 걸로 기억한다.

'안무'라는 단어도 몰랐던 그 시절. 서태지가 놀러와서 내 춤을 봤더라면 까무라쳤을 것이다. 자신의 훌륭한 춤을, 듣도 보지도 못한 희한한 막춤으로 승화시켰으니 말이다. 그것도 고작 9살밖에 안된 시골 어린이가...

크레파스 세트 때문에 밤무대도 아닌 낮무대를 뛰었지

그렇게 한번도 뵌 적없는 조상님들의 무덤앞에서 재롱잔치를 펼치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연필 몇 자루와 크레파스 세트였다. 물론 처음부터 그걸 받기 위해 낮무대를 뛴 것이었다. 덤으로 여학생들의 인기 좀 얻어 볼까하는 응큼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그 날 소풍장소에 자식과 함께한 그 여동무 부모님들의 눈에 쏙들었다는 사실 하나로 위안을 삼았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그 당시의 생활통지표를 보면 '아이들과 친화력이 높으며 귀염성이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지금도 집에 가면 보물상자안에 깊숙히 보관되어 있다.

그렇게 나의 아홉살 인생은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흘러갔던 것이다.

오마니 아부지께서 꼭 안아주었던 내 아홉살 인생

한편. 우리 부모님은 아들이 소풍가서 재롱떠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하셨다. 그 당시 양계장을 하고 계셨는데 닭모이주랴, 물갈아 주랴 밤낮없이 일하셨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 대신 장롱앞에서 막춤을 보여드렸던 걸로 기억한다.

밤늦게 일이 끝나고 방에 들어오셔서, 맨 날 합체 로봇 사달라고 조르고 떼쓰던 어린 아들을 꼬옥 안아주시던 그 체온을 잊을 수 없다. 그 아홉살 인생의 따뜻함을....

지금 이 자리를 빌어 부모님과 내 유년을 유쾌하게 만들어 준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내 추억의 장소가 되어준,

이름모를 그 뒷산아! 고맙다잉~~! 아, 참..또 있다..

 

 명서, 정우, 율궤, 충만, 호진(지금은 하늘 나라에 있는 친구), 호준, 정은, 기은, 희숙, 영우, 명준, 지숙, 종성, 선화 1, 선화 2, 아라, 은미, 태정, 주희, 금자,수지, 재훈

어린 시절, 함께 웃고 뛰놀며 추억을 만들어준 동무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야들아 잘 있지? 혹시 이 글을 읽게 되면 댓글 남겨주길 바란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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