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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들아,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다."
"예?"
"나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예?"
"나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그날 따라 어머니는 힘든 일이 있으셨는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셨습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바로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저 멀리 강원도에서 전라도로 시집 온 어머니는 일년에 한번 외갓집에 갈까말까 하십니다. 어쩔때는 1년에 한번도 못가실 때가 있지요.
하루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통닭가게 일때문에 그렇지요.
외할머니 틀니를 해드려야 하는데 돈이 없다며 늘 마음 아파하시던 어머니. 외할머니 옷 한벌 좋은 놈으로 해다 드리고 싶은디 언제 외가집에 간다냐하시며 한 숨을 푹푹 쉬던 어머니입니다.아들인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저의 어머니이기이전에 외할머니의 귀하디 귀한 딸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저와 아버지께서 어머니 속을 박박 긁어 놓으면 외할머니는 그 얼마나 속이 아플까요.
어느 날은 외할머니께서 강원도에서 고구마 한 상자를 소포로 부치셨다고 합니다. 그 고구마를 보면서도 한동안 울음이 쏟아졌다고 하십니다. 고구마 하나 하나를 집을 때마다 외할머니 얼굴이 생각나서였을 겁니다.
재작년에 외갓집에 갔을 때 외할머니는 예전보다 부쩍 늙으셨고, 더욱 야위셨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자식에게 손벌리기 싫다며 하루 일당 얼마를 받으며 늘 밭에 가서 일하셨지요. 어머니는 자식으로서 외할머니가 편하게 남은 여생을 사셨으면 좋겠는데, 외할머니를 도울 경제적 여력이 안되니 많이 가슴 아파 하십니다.
요즘들어 가끔씩 전화를 드리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아들아. 왜 이렇게 사는게 힘겨운 지 모르겠다."
전에는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던 강하디 강한 어머니셨습니다. 그런데 이젠 대학교 4학년인 아들을 두고 어머니는 속깊은 이야기까지 다하십니다. 어머니도 지치실 때로 지치신 거지요. 자식 뒷바라지하랴 매일 매일 밤늦게 까지 일하시랴 시어머니 모시랴 그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이 잘 벌리는 것도 아니고, 하루 하루 입에 풀칠하며 사는 삶을 수십년동안 계속 해오셨습니다. 비단 저희 어머니 이야기만은 아닐터지요.
한편 외할머니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딸을 보며 무척 가슴이 아프실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잘되면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가까운 곳에 살 수 있도록 집 한채 지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외할머니도 1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딸이 얼마나 보고싶으실까요.
언제쯤 이런 말이 어머니의 입에서 나올까요.
"아들아, 왜 이렇게 사는게 즐거운 지 모르겠다." 하고 말이지요.
요새 부모님이 전화를 해도 퉁명스럽게 받는 때가 많았습니다. 알아서 할테니깐 상관하지 마시라고 버릇없게 말했던 적도 있습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어머니께 화를 내게 됩니다. 그토록 자식을 위해 한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께 말이지요. 갑자기 외할머니께 죄송스럽습니다.
"아들아,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다"
영화 '친정엄마'를 보다가, 갑자기 그 말이 귓가에 계속해서 맴도는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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