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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독서노트(718) 넷플릭스 그 이후는?

by 이야기캐는광부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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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국내 창작자 집단에게는 각성의 순간이었다. 수십 년간 스스로 가두어 두었던 족쇄가 풀리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방송사가 아니어도 상업적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방송과 영화의 경계선이 의미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되었다. 한 인터뷰에서 김은희 작가는 “솔직히 지상파에서는 <킹덤>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47”라며, 지나칠 정도로 넷플릭스의 간섭이 없어서,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 작가의 이런 평은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된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또한 <킹덤>은 드라마 작가인 김은희와 영화감독인 김성훈의 합작이다. 자연스럽게 드라마 창작 방식과 영화 제작 방식이 결합되었다. <킹덤> 주인공인 주지훈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모호해졌구나48를 실감했다. 이런 방식이라면 드라마 출연을 망설일 필요가 없겠다”라고 할 정도였다. 영화인들이 드라마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목을 터준 셈이다. 영화판에 들어가면 드라마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업계의 정설이 무너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더 이상 대충대충 제작비를 정산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새로운 각성의 대상이었다. 넷플릭스는 <킹덤>의 제작사 에이스토리를 내사하면서 영상 산업의 비용 관리를 시스템화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었다. 가능성은 현실이 되어야 하고, 그 현실은 경험치의 누적이다. 넷플릭스는 ‘새롭고 혁신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설파하고자 했다. 고객이 보고 싶은 것을 가장 빠르게 수급하고, 고객이 접해보지 못한 콘텐츠를 만들어 실험하며, 상업적이지 않지만 보고 싶은 명장의 새로운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소개했다.
<After Netflix>, 조영신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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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선전을 세상은 목도했다. 콘텐츠 강자들은 넷플릭스가 얄미워 보였고, 자기가 한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저렴한 가격으로 세상을 훔쳤으나 그 정도라면 넷플릭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OTT에 뛰어든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성공 문법을 그대로 좇았다. 잘 만든 오리지널 하나만 있으면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 변화와 확장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56고 믿었다. 이 모든 것이 넷플릭스 효과였다.

이른바 오리지널 콘텐츠 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전통의 채널 사업자들은 드라마 제작 비율을 높였다. 지상파는 월화 드라마를 포기57했지만, tvN을 비롯, 종편 채널과 ENA의 가세로 드라마 공급이 늘어나면서 채널 사업자의 드라마 총량은 늘어났다. 여기에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ICT 업체도 가세했다. 카카오는 음악이나 예능, 드라마 등을 제작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M을 통해 제작한 콘텐츠를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에 유통해 사업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안이었다.58 적어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만큼은 넷플릭스에 견줄 플랫폼 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현이기도 했다. 김성수 전 CJ E&M 대표가 선임되고,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숲엔터테인먼트 이상 3개 기획사를 인수했다.59 네이버는 YG 엔터테인먼트에 지분투자를 했고, 네이버 웹툰은 자사의 웹툰을 IP화하기 위해서 ‘스튜디오 N’을 설립,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할 계획을 세웠다.
<After Netflix>, 조영신 - 밀리의 서재

 

해외 사업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외 미디어 사업자들은 제대로 된 콘텐츠 하나 없이 성공의 탑을 쌓아가고 있는 넷플릭스에 공분했다. 디즈니가 그랬고, NBC가 그랬고, CBS가 그랬다. 지난 반세기 동안 콘텐츠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이들 모두가 넷플릭스를 따라 OTT 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그러기 위해서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 유통 전략을 뜯어고쳤다. 우선 NBC는 2021년부터 넷플릭스에 <오피스Office>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에 2020년 출시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5년 동안 이를 독점 방송한다고 보도했다.61 <오피스>는 <프렌즈Friends>에 견줄 NBC의 대표 콘텐츠로 2001년 시즌 1이 처음 방송된 이후 시즌 9까지 만들어진 작품이다. 2018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드라마로 꼽혔으며, 식지 않은 인기로 시즌 10 제작도 확정된 상태다.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 중단을 선언한 곳은 비단 NBC뿐만 아니었다. 미국 통신사 AT&T가 인수한 워너미디어Warner Media 역시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프렌즈> 등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가 제작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폭스Fox를 인수한 디즈니도 <마블Marvel>과 같은 대표 상품을 넷플릭스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오피스>를 포함해 넷플릭스 시청 상위 10개 콘텐츠가 모두 떠날 예정이다.62 여기에는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 <수퍼내추럴Supernatural>, <NCIS> 등이 포함되어 있다.
<After Netflix>, 조영신 - 밀리의 서재

 

예상대로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넷플릭스는 2021년 오리지널 콘텐츠 13편을 선보였는데, 이 중 <지옥>, <오징어 게임>, <D.P.>, <마이 네임>, <킹덤: 아신전>, <스위트홈>이 시차를 두고 글로벌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스위트홈>-<지옥>-<D.P.>-<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진 흥행 성적은 넷플릭스와의 혈전을 각오했던 후발 주자들을 넋 놓게 만들었다. 단순히 국내시장의 평정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아시아 시장, 더 나아가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먹힐 수 있음을 숫자로 증명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은 대만에서 인기를 끌었고, 넷플릭스가 해외 유통권을 확보한 <사랑의 불시착>대만 명 애적박강愛的迫降도 대만에서 인기를 끌었다. 필리핀에서는 아이유의 <호텔 델루나>(2위), <킹덤>(6위), <좋아하면 울리는>(8위) 등이 상위권을 휩쓸었고, 태국에서는 <킹덤>(4위)과 <좋아하면 울리는>(8위)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싱가포르에서도 <킹덤>이 7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최고의 흥행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미러>,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에 버금갈 정도의 흥행력을 증명한 것이다. 어떤 이는 “한국 창작자가 한국어로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전 세계라는 더 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After Netflix>, 조영신 - 밀리의 서재

 

<오징어 게임>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오징어 게임>은 영어권, 비영어권을 통틀어 세계 1위를 찍었다. 한국 콘텐츠에 붙어 다니던 ‘비영어권’이란 수식어가 사라졌다. 조금이나마 가졌던 의심의 눈초리가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확신을 가지는 순간 한국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시각이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협상력이 높아져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대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국내·외 OTT 업체가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는 제작사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102고 본 것이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제작 편수와 제작비가 동시에 증가했다. 2019년까지 매년 100편 전후에 그쳤던 드라마 제작 편수가 2020년 이후 130~140개 수준으로 늘었고 회당 제작비도 30억 원을 넘는 사례도 많아졌다. 분명 시장은 조심스럽게 국내 OTT들의 패전을 예상하고 있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전과 투입 가능한 제작비 규모에서 넷플릭스에 절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 국내 OTT 사업자의 한계가 너무도 선명했기 때문이다.103 연달아 방영된 <D. P.>와 <오징어 게임>은 각각 200억 원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9부작인 <오징어 게임>을 기준으로 하면 회당 약 22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 6부작인 <D. P.>로 환산하면 회당 제작비는 33억 수준으로 올라간다. 이 정도의 금액을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손익 구조를 맞출 수 있는 사업자는 넷플릭스뿐이었다. 달리 이야기하면 국내 OTT 사업자는 저 정도의 콘텐츠 비용을 투입했을 때 손해가 난다는 말이다. 콘텐츠의 성공 여부도 투입된 비용과 정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적은 비용의 콘텐츠가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갈수록 낮아진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내 OTT는 장기적으로 콘텐츠 구매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After Netflix>, 조영신 - 밀리의 서재

 

<가장 많이 시청한 100대 콘텐츠> 중에서 미국, 한국, 일본의 콘텐츠 중 상위 콘텐츠의 분포와 깊이를 파악해 보았다. 콘텐츠의 특성과 유형에 따라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영·미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시청하는 콘텐츠라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다만 굳이 국가별 TOP 10 순위로 선호도를 평가한다면 북미 = 유럽 > 남미 > 아시아의 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아시아라고 한다면 인도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를 의미한다. 반면에 일본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동남아시아 > 유럽 > 북미 시장의 순으로 인기를 가지고 있지만, 선호를 가진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지 않고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지구적인 마니아서는 일부 제한적인 층에서만 소구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색깔이 옅다.
 
이상의 콘텐츠 소구 지역 자료를 보고 난 뒤 글로벌 콘텐츠 수급자의 관점에서 어느 나라의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를 판단해 보자. 일단 북미와 유럽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라고 한다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미국과 영국 콘텐츠가 선택지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아시아 콘텐츠는 가성비 차원에서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다양성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일 뿐이다.
<After Netflix>, 조영신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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