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노트

독서노트(747) 일의 감각

by 이야기캐는광부 2026. 1. 17.
반응형

옛 직장 근처 스타벅스에서 매거진 B의 발행인인 조수용 씨의 책<일의 감각>을 읽었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트렌드를 읽는 세련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일의 주도권을 쥐고 내 일처럼 몰입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집에 매거진 B를 50권 이상 가지고 있다. 책장에 진열해 놨다. 발행인을 책으로 만나니 더욱 반갑다.

 

저는 내 취향을 깊게 파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높이 쌓아 올린 결과 만들어지는 것이 ‘감각’이라 생각합니다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카카오톡 채팅 창 상단에 광고 배너를 넣은 것도 메신저로서는 상당히 도전적 시도였습니다.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광고가 메시징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세심한 ‘광고 디자인 가이드’를 만들고, 가이드를 준수한 광고만 게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광고는 카카오의 중요 수익모델로 자리 잡은 것을 넘어 사실상 국내 모바일서비스 배너 광고의 표준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광고주에게 광고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하고 규정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건 실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돈을 내는 광고주가 ‘갑’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돕고 싶은 마음’은 사업의 성과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동료들과 일하는 과정에도 꼭 필요합니다. 제가 JOH(제이오에이치)를 창업하고 세컨드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을 열었을 때의 일입니다. 정식 오픈 전에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의 부모님과 가족을 먼저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먼 지방에서 올라와 아들에게 너무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고 기뻐하며 펑펑 우시던 한 아버님이 기억납니다. 이렇게 서로 마음을 모아준 동료들 덕분에 세컨드키친의 팀워크는 늘 탁월했고, 언제나 한 식구 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네스트호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입니다. 일반적으로 호텔 객실은 침대 발끝이 향하는 곳에 텔레비전이 위치하고 머리 쪽에 벽이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상황을 주로 가정하는 겁니다. 반면에 네스트호텔은 발끝이 창가를 향하도록 침대를 배치했습니다. 창밖으로 서해 바다의 일몰과 일출이 보이는 호텔에서 텔레비전이 꼭 우선순위여야만 할까 하고 생각한 거죠. 그동안 호텔에서 묵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순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침대의 헤드보드를 벽에서 떨어뜨려 책상으로 해석했고, 테이블과 소파, 짐 푸는 곳을 구조적으로 연결해서 방을 구성했습니다. 이 모두는 기존 호텔 객실이 하던 방식을 따르지 않고 호텔을 드나들던 ‘손님’의 관점에서 객실을 해석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구조가 흔한 것처럼 보여도, 침대 한쪽을 벽으로 붙여서 한 방향만 쓰도록 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진정 바라는 건 전문가만 알아보는 디자인이 아니라 바로 이런 ‘직관적 유용성’입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에 대한 해결책을 떠올릴 방법은 오로지 평소 직접 소비자가 되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영종도 네스트호텔도 부지 선택 이후의 모든 프로세스를 위임받았던 프로젝트입니다. 저는 인천공항 가까이에 위치한 이 호텔이 공항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색 없는 환승호텔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오히려 휴식을 취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호텔이 되기를 바랐고, 해외 브랜드에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독자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호텔을 만들려면 꼭 전권을 위임받아야만 했습니다. 결국 저는 호텔 콘셉트의 기획, 건축설계, 네이밍과 브랜딩, 가구와 소품 선정, 레스토랑 메뉴 하나까지 모든 부분에 경계를 두지 않고 내 일처럼 몰입했습니다. 그 결과 영종도 네스트호텔은 한국 최초로 디자인호텔스 닷컴designhotels.com에 리스팅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시간을 내 일부러 휴식을 위해 찾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사공이 하나여야 목표로 한 세계관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네스트호텔 인천 / 사진 출처: https://www.booking.com/hotel

 

사운즈한남, 네스트호텔이 성공한 게 과연 저나 JOH 직원들의 취향이 좋아서였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어떤 일이 성공하려면 나만의 취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합니다. 나의 선호와 타인에 대한 공감이 만나는 지점, 서로 밀고 당기는 압력이 느껴지는 그 미세한 지점을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내 취향과 세상의 취향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우선 ‘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단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 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분야를 잘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많이 알면 알수록 더 구체적으로 좋아하게 됩니다.

  제게는 좋아하는 것을 ‘디깅’하는 저만의 순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하나 사고 싶으면 오랜 시간 자전거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첫 시작은 가장 비싼 자전거, 하이엔드 브랜드를 알아봅니다. 그리고 전문가용과 보급형으로 시장을 구분해서 찾아보고, 단계를 내려가며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집요하게 찾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전거 커뮤니티의 댓글을 살펴봅니다. 또 그 분야의 잡지를 찾아서 광고까지 빠짐없이 봅니다.

  이런 방식의 좋은 점은 해당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내 소비만을 위한 거라면 추천받은 특정 브랜드만 살펴봐도 충분합니다. 반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새로운 기획과 감각적인 아이템을 찾고 싶다면 사람들이 시장을 보는 방식을 알고 거기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이 자전거가 좋은 것 같은데 저 사람은 왜 저 자전거가 더 좋다고 할까?’를 궁금해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저는 너무 전문가스럽지 않으면서 기가 막히게 접히는 기능적 아름다움에 반해 브롬톤Brompton의 자전거를 선택했고, 이 브랜드를 매거진 <B> 5호에서 다뤘습니다. 이후 몰튼Moulton을 알아보는 데까지 이어졌지만… 지금은 몰튼을 현관에 잘 모셔두고 있습니다.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조수용 씨가 기획하고 만든 2007 네이버 녹색창 그린윈도우 / 출처: https://logoproject.naver.com/logonaver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흐름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이것이 감각의 원천입니다.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획이라는 일에는 정해진 틀이 없습니다. 자기 분야의 벽을 깨고, 이 일이 가야 할 방향과 그 본질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일, 그것이 기획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일하다 보면 브랜드가 되는 것이고요.

  요즘 브랜딩의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본질은 뒷전이고, 소비자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포장하는 일을 브랜딩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다들 소위 브랜딩 전문가에게 요즘 트렌드는 어떻고, 캠페인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의견을 구하고 싶어 합니다.

    실은 브랜딩에 전문가는 필요 없습니다. 진짜 브랜딩은 포장이 아닌 내면에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이란 일의 본질이자 존재 의미를 뾰족하게 하는 일입니다. 포장은 곧 벗겨지기 마련이고 그럼 얼마 안 가 본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니까요.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사업을 위한 생각의 기초는 어떻게 만들어갑니까?

    “일을 시작할 때, 제일 피해야 할 게 있어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사람들은 이걸 좋아할거야’라는 접근법. 가령 카페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요즘 애들은 드립 커피 좋아하지 않나? 인테리어가 중요하지 않나? 너무 뒷골목이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간판도 중요하다며? 이러다가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이상한 엣지만 주게 돼요.

    저는 이렇게 해요. 내가 카페에서 언제 좋았지? 내가 그때 무슨 기분이었지? 아! 그때 메뉴판이 이래서 좋았구나. 그때 음악이 없어서 새소리가 들렸구나. 오로지 내가 좋아했던 순간을 끝까지 추적해서 구체화하고 단단하게 정리해요. 그게 ‘브랜딩’ 이에요. 그런 다음은 이것저것 안중요한 걸 빼요. 불필요한 걸 빼고 나면 오히려 남다른 캐릭터가 생겨요.”
<일의 감각>, 조수용 - 밀리의 서재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