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은 지극히 상호적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남의 정서를 공유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습니다.* 그래서 정서를 공유하지 못할 때, 외로워집니다. 외로움의 본질은 내 감정을 남과 공유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슬픔은 더 슬프게 느껴지고, 기쁨도 슬픔으로 변합니다. 웃을 때, 옆 사람을 살짝 때리거나 건드리는 이유는 기쁨과 즐거움을 공유하자는 무의식적인 메시지입니다. 혼자 기뻐야 아무 의미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1이라고 표현합니다. 인플루엔자influenza가 전염되듯이 감정도 전염된다는 뜻이지요. ‘터치touch’는 감정 공유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 - 밀리의 서재
실제 연구 결과가 그렇습니다. 만지면 아주 쉽게 넘어갑니다. ‘터치’의 효과에 관한 고전적인 실험을 소개합니다. 미국 일리노이주 휘턴대학교의 클라인키Kleinke 교수 연구팀은 공중전화부스 선반에 10센트 동전을 미리 놓아두었습니다. 남자가 전화를 걸다가 동전을 발견하여 손에 넣고 부스를 나올 때, 여자 실험자가 접근하여 “혹시 동전을 봤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이때, 여자가 남자의 팔을 가볍게 터치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터치할 때, 동전을 돌려줄 확률(96%)이 그렇지 않을 때(63%)보다 훨씬 높았습니다.2
터치에 남자만 예민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부탁할 때, 가볍게 신체 접촉을 하면 요청을 수락할 확률이 월등하게 높아집니다.
<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 - 밀리의 서재

셀프 터치가 ‘자기 위안’이 되는 이유는 엄마의 품처럼 안정적인 상호작용으로 회귀하려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외롭고, 슬플수록 자신의 신체를 만지게 됩니다. 미국의 노스다코타 주립대학교의 연구진은 ‘팔짱 끼기arm-crossing’의 심리적 의미와 영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13 일단 피험자를 팔짱을 끼도록 유도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잠재적 위협 상황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팔짱을 낀 그룹’의 사람들이 ‘도망가기’ 혹은 ‘탈출하기’ 같은 회피 반응을 더 많이 보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상하가 명확한 집단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팔짱 끼는 행동을 자주 합니다. 권위를 세우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여기기 쉽지만, 심리학자의 눈에는 그저 불안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외롭습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혼자 해야 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입니다. 그래서 자꾸 자신을 만지는 겁니다.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 싶다는 뜻입니다. (보편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팔짱을 더 자주 낍니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가 더 비겁해집니다.)
<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 - 밀리의 서재
피부와 뇌의 신경계가 발생학적으로 같다면, 어릴 때 많이 만져줘야 인지능력과 소통 능력이 좋아진다고 얼마든지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실제 연구 결과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캥거루 케어kangaroo care’라고 불리는 연구입니다. 캥거루 케어는 신생아를 부모의 맨 가슴에 직접 안기는 피부 접촉 방법입니다.* 생후 6주 동안 하루에 최소 1시간 이상 캥거루 케어를 하도록 지시받은 집단의 아기들 뇌는 그렇지 않은 집단의 아기들에 비해 정서 조절, 인지능력, 호기심 등과 관련된 영역에서 훨씬 더 활발한 활동을 보였습니다.16 뿐만 아닙니다. 유아기의 다양한 피부 접촉은 언어 발달과 스트레스 대처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릴 때 많이 만져줘야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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