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문득 고향이 그리워지는 추석입니다.
대학교를 다니느라 타지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떠올리면 왜 우시는 모습이 생각나는 걸까요?
어머니께서 언제 한번은 '사는게 왜 이리 힘드냐'며 전화기에 대고 흐느껴 우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게 자꾸 가슴에 걸렸습니다.
제가 살면서 어머니가 눈물 흘렸던 순간을 지켜본 결과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의 눈물은 때론 액체가 아니라 고체다!'
자식과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 때문에 흘렸을 어머니의 눈물은
액체와 고체 두 가지 특성 모두를 지녔다고 말이지요.
어머니는 어떨 때는 서럽게 우시다가도, 자식 앞에서 차마 눈물을 보이지 못하고
가슴으로 우시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자식은 부모 앞에서 마음껏 울 수 있지만 부모는 그렇지 못합니다.
슬프고 힘들어도 그 모습을
전부 다 자식에게 내 보이지는 않지요.
부모가 가슴으로 울 때는 그 눈물이 그 가슴속에 한동안 돌덩이처럼 박혀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릴 때는 두 눈에서 돌덩이가 튀어나오는 것과 같기 때문에,
더욱 아픈 것 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던 중 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에 들려 TFT-LCD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9월 기사아이템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 참을 읽다보니 갑자기 LCD가 어머니의 눈물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TFT-LCD는 초박막 액정표시장치 (Thin Film Transistor Liquid Crystal Display)의 약자로, 액체와 고체의 중간 특성을 가진 액정의 상태 변화와 편광판의 편광성질을 이용하여, 통과하는 빛의 양을 조정함으로써 정보를 표시하는 첨단 디지털 디스플레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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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T-LCD를 이처럼 정의 할 수 있다면, 어머니의 눈물은 다음처럼 정의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머니의 눈물은 액체와 고체의 중간 특성을 가졌으며, 자식과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의 속썩임이 계속되면, 가슴을 통과하는 恨, 화, 분노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슬픔을 표시하는 아날로그 디스플레이입니다. 밖으로 흐를 때는 액체의 특성을, 차마 다 쏟아내지 못하고 가슴에 남은 눈물은 응어리져서 고체의 특성을 지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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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어머니는 살아가면서 밖으로 보이지 못하는 눈물이 많으실 겁니다.
남들에게는 슬퍼도 웃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제가 어머니의 눈물이 액체이면서 고체이기도 하다는 걸 느낀 건
3년 전 제 친누나의 결혼식장에서 였습니다.
그때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한 여인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는 걸 보았지요.
그 여인은 바로 저의 어머니였습니다. 언젠가 어머니는 제게 말씀하셨죠.
"누나에게 해준 게 없어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 시집 보내니 가슴이 아프구나. "
이제는 누나가 출가외인이 되었기에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품에 안고 싶을 때 안을 수 없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결혼식장에서 흘린 눈물은 차마 다 흐르지 못하고
지금도 가슴속에 고여 있을 것 같습니다.
친지들과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보는 앞아서 그 많은 눈물을 다 쏟아낼 수는 없으셨을 테니까요.
그 눈물 안에는 딸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 그리고 안타까움이 들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응축되어 가슴속에 멍울처럼 잡혀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돌덩이가 되어 가슴을 짓누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딸을 생각할 때면 가슴이 턱 막힌 것처럼 답답할 때도 있을테지요.
그 날 저는 느꼈습니다. 어머니의 눈물은 액체이면서도 고체이기도 하다고 말입니다.
어머니의 눈물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 들여다보면 TFT-LCD만큼이나 복잡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눈물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한 액체가 아닙니다.
다가오는 추석엔 어머니 얼굴만 보고 올 것이 아니라,
그 가슴 속 깊은 곳을 들여다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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