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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결코 '은행'이 아님에도, 단 한번이라도 '부모님'을 마치 '은행'처럼 여긴 적은 없었는지 반성하며 쓴 글입니다.
요새 부모님께서 힘들다(경제적으로)는 표현을 자주 하십니다. 자식한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어려운 일일겁니다. 꺼내고 싶지 않을텐 말이죠. 그저 힘들기만 한 일은 말씀 안하시고, 정말 너무 너무 힘이 들때 그제서야 자식한테 말씀하시는가 봅니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님의 '힘듦'을 알았을 땐, 이미 늦는 것이지요. 그 '힘듦'을 쉽게 회복할 수 없을 때가 되서야, 자식이 부모님의 '힘듦'을 눈치채니까요.
지금 취업도 안한 상태에서 부모님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잘 떠오르지 않네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방값내고 생활비 대고 하면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돈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저 힘내시라는 말을 드리기에는,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부모님'이라는 은행과 시중은행은 다르다
'부모님'을 은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저로서도 꺼려지는 일입니다. 그동안 방값, 대학교 등록금, 용돈, 생활비를 대주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감사하면서 죄송스럽습니다.
부모님은 결코 '은행'이 아님에도,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은행'처럼 여겨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시중은행과 이렇게 다른데 말이지요.
1.예금한 돈이 없어도, '부모님'이라는 은행에서는 자식에게 용돈을 주신다
우리는 시중은행에 '예금'을 하면 나중에 그 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부모님'이라는 은행에 돈을 맡긴 적이 없습니다.그럼에도 용돈이 필요하면 부모님께 달라고 떼쓴 적이 많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돈이 땅에서 솟아나는게 아닐 텐데 말이지요. 부모님께서도 뼈빠지게 일하면서 겨우겨우 모은 돈일 것이고요.
그런데도 자식이 용돈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주려고 하시지요. 용돈이 필요할 때는 부모님께 애교도 부리고 하지만, 정작 부모님께서 잔소리하시면 금새 화를 내고 전화도 퉁명스럽게 받습니다.
맡겨놓은 돈도 없는데, '부모님'께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2010년 부터는 알바하면서 조금씩 부모님께 갚아(?) 나가고 있지만, 지난 날 부모님 역시 돈이 없으셨을 텐데 어떻게 제게 꼬박꼬박 용돈을 주셨을까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라는 은행에서는 자식에게 그 용돈을 갚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식이 그 돈으로 어디가서 굶지않고,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고, 맛있는 거 사먹길 바라지요. '부모님'은 자식에게 무한정 베풀기 때문에,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은행'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2. '부모님'이라는 은행에서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시중은행에서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풍경이 익숙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라는 은행에서 저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자식이 언제나 1순위이기 때문이지요.
부모님은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슴아파하고,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지 해주시려고 합니다. 자식이 부모님께는 언제나 VIP고객이지요. 이제는 자식인 제가 부모님을 VIP로 모셔야겠습니다. 갑자기 번호표를 뽑지 않고도, 부모님께 달려가 안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
3.'부모님'은 24시간 운영되는 현금입출금기가 아니다
시중은행은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부모님'이라는 은행은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자식이 SOS를 하면 언제든 문을 여시는 부모님입니다. 그래서 부모님 주머니사정은 안하고 이기적으로 용돈을 달라고 했을 때도 많았지요.
초등학교 때는, 장난감을 사달라며 주무시는 어머니를 깨운 적이 있습니다. 또 미니게임기가 갖고 싶어서 어머니 지갑에서 몇 만원을 빼간 적도 있구요. 비싼 등록금내고 처음 들어간 사립대학교에서는 반년을 다니다가, 적성에 안맞는다며 자퇴를 하기도 했네요. 그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빚까지 냈다고 하셨는데 말이죠,ㅜ.
새로 들어간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술마시고 새벽에 전화를 걸어, 용돈 좀 부쳐주라고 어머니께 전화드리 적도 있네요ㅜ. 부모님이 무슨 '새벽'까지 운영되는 현급입출금기도 아니고, '은행'도 아닌데도 말이지요.
4.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으면 이자도 갚아야 하지만,
'부모님'이라는 은행에서 받은 '사랑'엔 그 어떠한 이자도 없다.
지금까지 부모님을 '은행'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부모님이 '은행'이 아님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이라는 은행에서는 대출, 예금, 이자, 펀드 상품이 없지만, 그보다 훨씬 큰 '사랑'이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사랑은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하면 이자도 갚아나가야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은 자식에게 어떠한 이자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자식이 건강하게 잘 살길 기도할 뿐이지요.
지금까지 살면서 '부모님'을 은행처럼 대한 것이 아닌가하고 반성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의 제목은 '부모님은 결코 은행이 아니랍니다'입니다. 얼른 좋은 직장 들어가서 부모님이 기댈 수 있는 아들이 되고 싶네요. 그래서 이제는 부모님께 '아들'인 제가 든든한 은행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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