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움에 펜을 들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에 살고 있는 독도입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으로 꿋꿋이 제 자신을 지켜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다른 곳에 나누어 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 곳은 바로 100년 전 간도협약으로 중국 땅이 되어버린 간도입니다.
간도협약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이 저지른 일입니다. 1952년 중‧일간 평화조약에 ‘1941년 이전에 체결된 모든 협약은 무효’라고 명시되었음에도 지금까지 간도를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단군 고조선시대부터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펼쳤던 일제강점기까지, 우리 민족과 함께 그 질곡의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어쩌면 영영 되찾지 못 할 수도 있는 간도씨에게, 지금 이 순간 편지를 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힘내라는 말만은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아,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 쓰지 않으면 영영 제 편지를 받아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잠이 오지 않는 새벽녘, 불현듯 펜을 들었습니다.
독도가 간도에게 쓰는 편지
간도씨, 보고싶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땅 ‘독도’입니다. 언젠가 꼭 당신을 만나고 싶었지만, 어쩌면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제는 잠 못 이루었습니다. 보초를 서고 있는 한 병사의 측은한 눈빛아래, 당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 간도, 당신은 우리 민족이 피땀 흘려 개간한 오랜 삶의 터전입니다, 단군의 고조선이래로 수천년 동안 한민족의 얼과 그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청‧일간에 간도협약(1909년 9월 4일)이 체결 된지 벌써 100여년이 흘렀습니다. 간도협약의 근거인 을사늑약 (1905년)이 무효이기에 간도협약 또한 무효이지만,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올 뿐이었습니다.
우린 서로 만난 적 없지만, 영토분쟁의 시련만은 오랜 시간 함께 겪었습니다.
당신과 나의 길고 긴 한 숨이 압록강 따라 흐르기를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이었죠.
그러다 강가에서 썰매를 타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 슬픈 미소라도 지어야만 했습니다. 그 한 숨 한 숨이 북풍에 실려 오면, 한 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애꿎은 소나무 가지를 붙잡고, 흔들며 통곡했지요.
당신을 중국으로부터 되찾아야한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온 세상을 덮을 것처럼 눈발로 휘날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흔적없이 녹아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아, 당신은 이러한 무관심과 홀대 속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겨울을 견뎌냈던 겁니까?
미안합니다. 가슴 아픕니다. 오랫동안 당신을 잊고 살아서...
그동안 나는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정부의 망언 속에서,
두 개의 사랑니처럼 아프게 솟아 있었습니다.
한국정부의 미진한 대응 속에서, 쓸모가 없어 뽑아버려야 하는 땅이 아닌가하는 고뇌에도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습니다. 그 관심을 그동안 혼자만 독차지 한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당신을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습니다.
아주 먼 옛날, 나는 화산폭발로 태어났습니다. 그 때는 밤이었고, 별들이 총총 떠 있었죠. 처음엔 그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파도소리마저 꼭 별들이 반짝이며 내는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수천 번 밤을 지새우다, 한 갈매기로부터 이곳이 동쪽 바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나보다 훨씬 크고 넓은 땅이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죠.
그 넓은 땅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 꿈속에서, 지금은 흔적만(일제에 의해 강제 철거) 남은 백두산 정계비가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기상이 힘차게 북쪽을 향해 뻗어있고,
만주벌판을 누비던 독립투사들의 피와 땀 그리고 한이 스며 있는 곳! 오천년 역사의 숨결을 꽃 한송이 한송이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곳, 강대국들의 이권다툼으로부터 지켜져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 곳!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다시 세워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