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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지금 꾸고있는 가장 황당무계한 꿈은 무엇입니까?


/책<인생기출문제집>속 싱어송 라이터 이상은씨의 질문 - '담다디'라는 노래로 스타가 되었던.../
 

Q : 지금 당신이 품고 있는 가장 황당무계하게 큰 꿈이 무엇입니까?
 

이십대는 자신이 성인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칼 융의 분석심리학적으로 보면 아직은 무의식 상태에 많이 빠져드는, 즉 어린아이같은 백일몽을 꿀 수 있는 나이입니다. 반은 의식이 발달한 어른, 반은 아직 아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소 종종 미래의 비전을보곤 합니다.
- 책<인생기출문제집>, 225쪽, 이상은의 말 - 



이상은씨의 이 질문에 대해 나의 생각을 적어보련다. 내가 꾸었던 꿈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꿈'은 외로운 단어


나는 지금 20대다. 꿈이라....세상에 이보다 외로운 단어가 있을까? 꿈은 그 꿈을 꾸어주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다. 그 때 꿈은 철저히 혼자가 된다. 어른이 되면 그 꿈은 점점 고독해진다. 그 꿈을 꾸어줄 어른들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힘든 현실에 치여, 그 꿈은 고아가 된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꿈은 껌(gum)의 영어발음과 비슷한 발음이어서, 껌처럼 단물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는 꿈을 껌처럼 씹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하고 말이다. 꿈의 단맛이 사라지고 현실의 쓴맛이 느껴질때면, 그 꿈을 껌처럼 길바닥에 뱉어버리지 않는가? 꿈은 한번 씹고 버리는 존재가 아님에도 말이다. 꿈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 같다. 적어도 20대의 내게는 말이다.
 


1단계 - 초등학교때의 꿈 - 모든 꿈이 용서받을 수 있는 시기


우리는 꿈을 꾼다. 가장 먼저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에 꿈을 적는다. 어렸을 때는 대게 멋드러진 직업을 적기 마련이다. 나는 아마도 왠지 이 꿈이 멋지다고 생각해, '판사'라고 적은 적이 있다. '판사'되기가 어디 쉬운가? 사법고시에 패스해야 하고, 연수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또 다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판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시절의 특권은 어떤 황당무계한 꿈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그 당시 장래희망에 단순하게 직업을 적었다는 것이다. 보다 멋진 꿈이 많이 있었을텐데 말이다. 예를 들면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 모든 곳을 여행하고 싶다'라는...마징가 Z를 타고 하늘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2단계 - 중,고등학교때의 꿈 - 그나마 꿈을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시기


중학교때까지 적어도 그 꿈은 용서받을 수 있었다. '판사?' 그래, 열심히하면 될 수 있을거야. 나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시험을 보면 제법 등수안에 들었다. 이대로 열심히하면, 좋은 대학에도 가고 좋은 직업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우물안 개구리였지만. 아쉽게도 중학교때의 꿈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책읽는 것을 좋아했고, 학교 수업시간에 매일 어믄 짓을 했다는 것만이 기억난다.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고등학교는 어떨까?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현실을 보다 직시하는 시기이다. 대학입시가 코 앞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등학교때 내 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황당무계한 것이었다. 꿈의 내용은 이랬다. '제 꿈은 우주여객회사를 만들어, 우주선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별도 구경하고, 다른 행성에도 관광할 수 있는 회사를 차리는 것입니다.저렴한 비용으로...'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지구밖에서 지구를 구경하며 놀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당시 그 회사의 이름을 'SOA'라고 지었다. 'SOA'는 '쏘아 올리자'라는 우리말 뜻이 담겨 있었다. 이런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책<스컹크웍스>때문이었다. 그 책에는 스텔스 비행기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에피소드가 재밌게 담겨 있었다. 열여덟 소년의 가슴은 비행기로 가득차 있었다. 연습장에 매일 만들고 싶은 비행기를 그리기도 했고, 조선시대 비녀를 닮은 헬리곱터와 꽃잎을 날개로 달고 있는 비행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행기를 낙서했다. 그 당시 내 꿈을 별로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수도 있지...기욱이가 그렇게 될 수 있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 꿈은 나의 도피처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치열한 입시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처였다는 것을...
 



3단계 - 스무살 - '꿈'의 '현실에 대한 면역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조금 깨닫던 시기


나는 우주여객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모 대학 재료공학과에 들어갔다. 물론 수능성적에 맞추었고, 가능한한 항공관련 업종으로 나갈 수 있는 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반개월만에 자퇴를 했다. 수학과 물리가 너무 싫었는데, 고등학교때의 '꿈'에 빠져 잠시 착각을 했던 것이다. 꿈을 위해서라면 싫어하는 것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 때 '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꿈은 꾼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의 대화가 부족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물론 '비행기'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환상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위한 실질적인 노력(공학에 필요한 수학과 물리 등등..)을 하지도 않았고, 대책없이 '꿈'을 쫓았다.

물론 이런 시간들은 아깝다. 고등학교때 항공관련 잡지를 꾸준히 읽었던 것과, 나만의 비행기를 노트에 설계(?)해 봤던 추억들이 말이다. 또 고등학교시절 꿈에게 미안하다. 그 꿈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고, 그 꿈을 버려 버렸다. 그런 꿈을 꾸되, 그 꿈을 이루나가기 위한 과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로켓에 빠져 신기전을 복원한 채연석박사님이 되지 못했다. 내 꿈은 그 때부터 병들기 시작했고, 아파서 앓아 누었다. 꿈은 현실에 대한 면역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4단꼐 - 20대를 살면서 -  다시 꾼 꿈은 불안했다.



스무살 때 학교를 자퇴하고, 두번의 수능을 더 치뤘다. 한번은 세개 대학교에 모두 떨어졌고, 삼수끝에 겨우 지금의 대학에 올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찾은 것은 '국어국문과'. 주변사람들은 밥벌이가 시원찮은 과를 왜가느냐고 말렸다. 물론 나도 확실한 꿈과 비젼이 있어서 간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재수, 삼수시절에 과거의 나를 진지하게 돌아봤고, 그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책을 좋아했고, 모의고사 시간에도 땡땡이치고 시립도서관으로 달려갔던 내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인문계열학과중에서 고르고 고른 끝에 선택한 '국어국문과'. 그 때도 의심은 들었다. 과연 잘한 선택일까? 학교를 자퇴하고 수능을 두 번이나 더 보며 선택한 것에 대해 나는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그저 불안했다. 꿈은 '불안'이라는 단어의 유의어였다. 그때 사실 꿈은 없었다. 끊임없이 질문만 했다. 과연 지금 이 길이 옳은 것인가? 꿈을 꾸는데 신중해졌다. 꿈은 원래 막, 아무렇게나, 황당무계하게 꾸는 것이 아니었던가? 씁쓸했다.

1학년을 어영부영 다니고, 그러다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의 2년. 그 때는 꿈을 생각이나 했을까? 꿈보다 전역날짜만 손꼽아 기다렸을 뿐이다. 그 때까지 다시 꾼 꿈이 있었을까? 꿈을 꾸어보기라도 했을까?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5단계 - 대학 졸업을 앞 둔 지금 - 내 '꿈'은 인공호흡기를 차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아도 고등학교때의 꿈이후로 꿈을 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다. 그저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왠지 무책임한 말같아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꿈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아닌가?
'꿈'은 '현실'이라는 단어와 겉모습만 다를뿐이지, 실은 같은 단어가 아닐까?

애석하게도 섣불리 말할 수 있는 꿈이 없다. 명확한 꿈과 목표가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고등학교때의 꿈을 소환하자니, 피식 웃음만 나온다. 앞으로의 꿈을 생각하자니,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직장'이 먼저 떠오른다.

 
황당무계한 꿈을 꾸자니, 부모님 얼굴과 현실의 내 모습이 떠 오른다. 물론 꿈은 황당무계한 것만이 아니다. 내일 삼겹살을 왕창 먹고 싶다는 것도 꿈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품고 있는 가장 황당무계하게 큰 꿈이 무엇입니까?'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이상은씨의 질문은 불가능에 도전 할 수 있는 용기와 패기를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꿈을 꾸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 있냐고 묻는 것이 아닐까?  꿈이 없다고 작아지면 안된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 꿈을 적어보련다. 황당무계한 꿈을...

그 꿈을 글로 옮겨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그 꿈을 내 안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있다. 내 꿈이 인공호흡기를 차고 있다는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직 꿈에게 숨이 붙어있다는 것. 꿈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그 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나의 몫이다. 

올 해가 가기전에 모두 황당무계한 꿈을 꾸어보자.. 꿈을 외롭게 홀로 버려두지 말자. 꿈 역시 꾸어주는 사람없이 고독해질 때 병들어 죽는다. 우리네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