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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쓰느라 오늘 새벽도 뜬 눈으로 지새우는 사람들이 많으시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취업까페 '닥취고 취업' BEST 50 글에 다음과 같은 명시(?)가 있더군요. 너무 공감되고, 가슴을 울려서 퍼왔습니다. 이런 시는 대체 누가 쓴 것일까요? 존경스럽네요.하하. 우리나라 명시들을 패러디한 또 하나의 걸작들. 한번 감상해보시지요.
개인적으로 맨 마지막 <서시-불학격 ver.>이 가장 공감!하하.흑흑.
출처 : http://cafe.daum.net/4toeic/Fjud/329
자소서 쓰는 밤
모니터를 메운 하얀 화면 위에는
xx바이트 제한 문항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이제 ctrl+q+i의 도움도 없이
쳐내려간 글자수를 다 헤일 듯 합니다.
쓰다 쓰다 지친 문항들을
그래도 더 채워보겠다 고민하는 것은
마감까지 조금은 더 남은 까닭이요,
더 이상 패를 늘릴 수는 없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희망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자소서 하나에 담배 한 모금과
자소서 하나에 맥주 한 캔과
자소서 하나에 좌절 한 번과
자소서 하나에 눈물 한 방울과
자소서 하나에 그래도 희망과
자소서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자소서 하나에 지나왔던 회사 하나씩을 불러봅니다. 첫 서류 물 먹었던 곳의 이름과, 깨달았을 땐 벌써 마감이 끝나버린 곳의 이름과, 성적 기준선이 안 되어 도전조차 못 한 곳의 이름과, 나이제한이 있는 곳, 불합격은 통지조차 없는 곳, 일하고 싶지만 제 전공을 안 뽑는 곳, 그러나 혹시 해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곳, 이런 회사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적성검사도 아직 한 번 못 봤기에.
어머님,
그래도, 당신은 합격통지서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무언가가 기대되어
이 많은 자소서가 쌓인 한글 위에
내 학점과 토익 점수를 써 보고,
황급히 delete 키를 눌러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쓰는 취업 준비생은
어딘가 날 찾아주는 회사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믿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취업 전선에도 봄이 오면,
선배후배동기들이 그렇게 떠나갔듯이
내 이름자 쓰인 자소서 위에도
자랑처럼 합격이 무성할 거외다.
----
(취업 준비생의) 참회록
화면에 뜬 자소서 위에
내 학점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젊은 날의 소산이기에
이다지도 낮을까
나는 나의 자소서를 한 줄이라도 더 늘리자
---- 만 xx년 x개월을
무엇을 하며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마감 날에
나는 또 한 바닥의 자소서를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어학연수도 안 가고 뭘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자소서를
머리로 손으로 열심히 써보자.
그러면 어느 기업 인사과에서 홀로 보내주는
기쁜 합격 알림 문자가
자소서 속에 떠올라올..까?
----
서시 - 불합격 ver.
취업 하는 날까지 기업을 우러러
더 이상은 패가 없기를,
모르는 사이에 온 스팸문자 하나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취업 후의 생활을 그리는 마음으로
모든 자소서에 정성을 쏟아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질 합격 문자를
기다려야겠다.
오늘 밤에도 키보드 소리가 모니터를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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