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조. 중모리 장단. 다소 길어서 뒤로 누르셔도 됩니다잉.
2011 하반기 공채에서 가고싶은 분야와 회사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떨어졌다.하하하하하. 시원하고 맑게.
가고싶었던 기업에 떨어지다보면 마음과 머릿속은 이런 것들로 휩싸이게 된다. 그 불합격 횟수가 점점 늘어날수록...심해진다...
'자신감 상실'+'자기부정'+'의욕상실'+'현실인식'+'부모님께 죄송'+'대인기피 살짝'+'자기변명'+
'명절 기피증 4배 증가'+'약간의 우울증세' +'그래도 근거없는 희망'= 100
각각 대략 10%씩. 참..근거없는 희망은 1%정도.
그야말로 복잡오묘한 감정이다. 취업시장에 몸을 던진 한 인간의 내면에 '온갖 부정적 생각들'이라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이다. 이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후 지원한 대학에 떨어졌을때의 감정과도 비슷할 것 같다.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학생들. 그들은 적어도 내가 겪었던 심리상태를 한번쯤 겪지 않을까?
지원한 기업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수차례 받으면, 50만명이 넘는 취업준비자들중 반 정도는 다음과 같은 심리상태를 겪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가고 싶었던 기업 줄줄이 불학격후 내 심리관찰일지
1.자신감 상실
이건 뭐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동안 품었던 긍정적인 생각, 꿈, 좋은 추억을 다 쓸어버리고 가슴을 공허하게 만든다. 몇 권읽었던 자기계발서적은 공중으로 분해된다. 신체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동공이 멍해지고, 한 숨을 푹푹 쉰다는 점. 어깨가 좀 쳐지고, 그림자는 힘이 없다. 주변의 힘내라는 말도 귀에 안들어오는 난청증상도 함께.^^;나자신에에 대한 믿음이 대폭 줄어든다.
2.자기부정
주변의 취업준비생들을 보면, 저마다 그동안 나름대로 의미있게 대학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시장'에서는 그런 생각들이 무참히 깨지고 만다. 내가 해왔던 것들이 잘못되었나, 아무것도 아니었나하는 자기부정을 하게 된다. 신체증상은 머리가 아프다는 점. ㅜㅜ.
3.의욕상실
만사가 귀찮아진다. 에라 모르겠다하는 자포자기의 생각도 두더지 머리처럼 불쏙 솟아난다. 그럴땐 망치로 때려서 집어넣야 하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신체증상은 ? 밥을 뜰때 힘이 없다는 것? ㅋㅋ. 목소리도 힘이 없다는 것. 노래방갈때는 빽빽 소리지르던 그 목청 어디로 가는지..원..ㅜ.
4.현실인식
쿵. 베토벤의 운명고향곡이 장대하게 고시원방에 울려퍼진다. 따따단 딴딴딴...딷딷따...그리고 지난 대학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가 취업시장에서 이 정도구나하는 자각이 밀려온다. 그때는 이미 늦었지만 ....뭐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만고의 명언이 있으니 살짝 힘을 낸다. 부족한 점을 체크하고 채워나가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떨어진 원인도 분석한다.
5.부모님께 죄송
자식 교육비때문에 등골이 휘시는 부모님. 거..참...많이 죄송해진다. 집에도 잘 안가게 되고..신체증상은 눈을 잘 못마주친다는 것. 그러다가 부모님 안심시키기 신공에 들어간다. 요새 취업이 어렵잖아요, 좀만 기다려보세요 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한가지 변화는 아버지와 그나마 없던 대화가 더 단절된다는 거. 아버지와 나 사이에 북극의 빙하가 떡하니 가로 막고 있다.
6.대인기피 살짝(?)많이(?)
주변에서 누가 취업했네, 누구 아들 대기업 들어갔네하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러면 참 착잡허다..가슴이 징그랍게..
그냥 몇일간은 혼자있고 싶어진다. 누구를 축하해줄 여력도 별로 없다. 만나서 축하해주지 않고, 문자나 페이스북으로 축하해준다. 내 처지가 영 아니올시다이면 사람이란 것이 희한하게 작아진다. 내가 좋은 일 있으면 떵떵거리며 자랑하고 싶어 하면서 말이다. ㅎㅎ진정으로 축하해주는 것, 이것 참 쉽지는 않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간사하게도...
7.자기변명
취업준비하다보면 변명이 많이 늘어난다. 영어공부해야되요. 공부해야해서 시간이 없어요. 저녁약속잡으면 ...학원가야되요. 실은 집에서 인터넷도 좀하고 블로그도 좀 하고, 드라마도 좀 보면서 ㅋㅋㅋ. 괜시리 핑계가 많아진다. 뭐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그런 사람들은 다 취업했겠지..또 취업에 실패하면...변명이 시작된다. 취업준비할때는 공부한다는 이유로 사람만나는 것도 줄이다가, 취업이 실패하면 또 그것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을 줄이게 된다. 늦게서야 부족한 공부를 한다고 사람만날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순환이다. 거...참...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가슴답답한 상황이다.
8.명절기피증 4배 증가
그냥 명절이 싫어진다. 어렸을적 세뱃돈 받을 때는 좋았지만....이건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 곧 설날도 다가오는데...두둥...개봉박두...
친척들도 보고, 고향친구들도 보고. '요새 뭐하고 지내냐?'는 인사치레 말이 세상 그 어떤 기업 면접질문보다도 대답하기 어렵다. 징그랍게 어렵다. 참말로!
9.'약간의 우울증세'
캔디노래를 불러줘도 소용없다. 눈물이 글썽인다. 간절히 원했던 회사에서 떨어지면, 눈물도 떨어진다. 대책 없다. 그냥 울때는 울어야 한다. 찌질해 보일지언정, 속은 후련해지므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그때 가슴속에는 꽃이 하나 핀다...바로 '희망'이라는 꽃이...놀라운 일이다.
척박한 마음에 꽃이 핀다. 희망이 싹튼다. 거,...참...신비롭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그 '희망'은 미래에서 타임머신 타고 여행왔을까?
사람의 마음상태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미래에 어느 곳에 합격한, 김기욱이라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현재로 시간여행 왔을지도 모른다.
그 김기욱의 '희망'이.
'감정'을 시간여행 보내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내 감정을 과거로 전달할 수 있고, 미래로 전달할 수도 있고,
엉뚱한 데로 샜다. 이게 내 주특기지만....다시 돌아와서...
10. 그래도 근거없는 희망이 생기더라.^^
위 9가지의 심리상태를 다 겪고 나면, 얼마 있다 괜찮아진다. 참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재밌다. 1박2일, 개그콘서트 한번 보면 어느새 또 실실 웃고 있다. 근거없는 희망이 싹튼다. 에이 잘되겠지....하고 말이다. 물론 취업나가리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쉼없는 공부와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그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테니, 여기서는 그저 지원한 기업 불학격이후 심리상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부질없어 보이지만, 사실 부질없지 않다.
마음의 다음과 같은 기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11. 마음의 신비를 발견하다, 자절작용!
불합격이후 내 심리상태를 따라가보며 이런 생각이 스쳤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좌절하기도 하지만, 자절하기도 한다고.
사람의 마음엔 자절기능이 있다. 생물학적인 용어인 '자절'의 뜻은 이렇다.
자절[autotomy, 自切] :
동물이 몸의 일부를 스스로 절단하여 생명을 유지하려는 현상으로 무척추동물에 많고, 편형동물(촌충·와충)·환형동물(지렁이)·연체동물(문어·오징어)·극피동물(바다나리·불가사리)·갑각류(게·새우) 및 곤충류와 척추동물의 도마뱀 등에서 볼 수 있다. 대부분 탈리절(脫離節)이라고 하는 미리 정해진 일정한 부위에서 일어나며, 중추신경계와 관련하여 일어나며 재생력이 강하므로 대개의 경우 상실된 기관은 그후 재생된다.
어느 도마뱀은 꼬리가 잘려도 그 꼬리가 다시 재생된다.
사람의 마음은 도마뱀 꼬리를 닮았다.
슬픔을 마음에서 톡 떼어낸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 슬픔이 다시 자라나 있다.
기쁨이 마음에서 사라진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 기쁨이 다시 자라나 있다.
분노가 사그라들었다도, 다시 재생된다.
한껏 화가 치밀어 올랐다가 다시 그 '화'부분을 잘라내기도 한다.
마음은 자르고 잘라내도 스스로 재생한다. 참 신비하다.
그런데 마음이 '자절'기능을 잃고, 말그대로 '좌절'속에서 허우적 댄다면?
그때 사람의 마음은 재생[再生]되지않고, 계속 잘려나간다. 줄어든다. 그러면 공허함이 순식간에 밀고들어온다.
살아가면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마음이 가지고 있는 '좌절'과 '자절' 기능.
2011년엔 '좌절'했지만, 2012년엔 '자절'하련다!
청춘이여, 좌절금지! 김기욱, 너도 좌절금지!
마지막으로 시인 김춘수의 시 '꽃'을 패러디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뜬금없지만.
제목 : 신입사원
그가 내 이름을 합격자명단에 올려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우리 옆집 아줌마 아들래미의 이름을 합격자명단에 올렸을때
그 친구는 그에게로 와서
으랏차차 신입사원이 되었다
내가 자기소개서에 그 회사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향기로운 직업을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신입사원이 되고 싶다.
취업준비생,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한명의 인재가 될 수 있다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횡설수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이 있다면, 20대 취업준비생의 마음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외계인 여러분, 지구를 방문하실 때는 일자리 100개씩 양손에 들고 오세요. ^^
맨날 뉴스에 나온 것처럼 쌩왔다가 쌩하고 날라가지 마시고요.
넓디 넓은 우주에서 서로 쌩까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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