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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벽화에서 팝아트까지. 책'빅아트북' 겉표지에 써진 문구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라는 영화 제목이 문득 떠오른다.
두 손으로 들고 보기엔 팔이 아플 정도로 무거운 책이다.
마치 '미술'이라는 이름의 아기를 안고 있는 것 같다.
기원전 37000년전의 미술부터 20세기의 미술까지 한 권이 책에 담겨 있다.
중간중간 미술작품과 관련된 종교,문화, 역사적인 배경이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덕분에 미술역사에 대한 흐름을 잡기가 수월하다.
책을 읽으며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에 유독 끌렸다.
화가들은 왜 자신들의 얼굴을 화폭에 옮기는 것일까?
사진으로 찍는 것보다 그리는 일은 분명 시간이 오래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나 자신과 대면할 시간이 많아지지 않을까?
중간에 공용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보며 조금 야윈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에 끌리다
책속에는 반 고흐의 자화상이 실려있다.
그 중에서도 무척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느낌의 자화상.
자화상 (Autoportrait)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후기인상주의 / 1889년 / 유화 / 캔버스에 유채 / 54.5x65cm / 오르세 미술관 소장
위 그림은 반 고흐가 끈임없는 망상과 발작에 시달렸을때 그린 것이라고 한다.
1889년은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해이다.
그가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은 사람들이 그의 모델이 되기를 꺼려했기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그의 정신속에 소용돌이 치는 무언가가 화폭에 그대로 옮겨진듯하다.
갑자기 궁금했다. '반 고흐가 웃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없을까?'하고 말이다.
나도 내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질 않는다.
자화상이 아니라면 자기 자신과 오랜 시간 대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 때?
잠에 들기전 깜깜한 천장을 응시할 때?
눈을 감을때?
책을 읽을때?
아니면 셀프카메를 찍을때?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감상할때?
혼자 밥먹을때?
무슨 방법으로든 자기자신과 대면할때 어떤 느낌이 밀려올까?
쓸쓸함?행복?아픔?즐거움?
무슨 방법으로든 자기자신과 대면할때 어떤 느낌이 밀려올까?
쓸쓸함?행복?아픔?즐거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나다
갑자기 영화'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정원(한석규 분)이 생각난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관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찍는다.
불치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전 찍는 독사진.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자기자신의 초상화를 찍는다는 낯설음.
처음엔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세상을 떠나기전
여러가지 표정을 남긴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하지만 이내 밝게 웃는다.
그리고 영화속에 잠깐 나왔던 할머니 한 분이 생각난다.
그녀는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족들과 함께 사진관에 들렸다가 독사진을 찍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가족들과 사진 찍으러 왔다가 독사진을 찍은 할머니..마음은 편치 않다...
하지만 그때 너무 어두운 표정으로 찍었다 싶었는지 사진관을 다시 찾았다.
제사상에 올릴 것이라며 잘 찍어달라는 할머니.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 다시 사진관을 찾고 밝은 표정으로 독사진을 찍으신다.
이번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독사진을.
책<빅아트북>을 읽다가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는 이유는 이런 잡생각들때문이 아닐까?
한권의 책을 읽으면, 책 내용보다 내 머릿속 잡생각이 더 많이 남을 때가 있다.
미술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보기도 했지만, '과연 나는 세상에 어떤 표정, 어떤 자화상을 남기고 있을까' 자문해보았다.
또 '삶의 마지막에 가까운 순간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훗날 쓰일지도 모르는 변변한 독사진 하나정도 가지고 있는가'하고.
훗날 쓰일지도 모르는 변변한 독사진 하나정도 가지고 있는가'하고.
얼굴은 '살아있는 자화상'이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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