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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충남도민리포터로서 작성한, 충남도청 홈페이지(http://www.chungnam.net/)에 먼저 실린 글입니다.^^ 제 블로그에 옮겨왔습니다.
농촌의 농부들은 한해 농사를 짓느라 참으로 부지런하다. SNS와 개인블로그를 통해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고가는 요즘 세상엔 더욱 부지런해져야 할 판이다. 열심히 농사지었다고 끝날 것이 아니라, 농산물에 '이야기'라는 생명을 불어넣어 스토리텔링하고 PR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농업>의 저자 안병권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농부들의 농산물과 함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구매하는 세상
"자신이 생각하는 작물이야기, 농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실적인 이야기, 뭔가 의지가 읽혀지는 마음으로 다하는 정성으로 소소한 일상을 일기로 담아낸 농부들이 결국 도시민들과 통하고 상품으로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5년, 10년, 거침없이 기록해온 농부들의 이야기는 스스로 진화하면서 매출로,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간다. 도시민들은 그런 차이를 명확하게 읽어낸다. 농부들의 이야기를 상품과 함께 사랑해주고 격려해준다. 그래서 이야기농업을 하는 농부는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161쪽-
시골에서 이야기로 먹고 사는 '이야기농업'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분이다. 저자는 농촌에서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식으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말해준다.
◆ 뺀질이 사과와 왕세자를 책봉하는 사과
대표적인 이야기농업의 한 사례로 전북 무주 상은농장의 '무주 양한오 사과'를 꼽고 있다. 무주 양한오 사과는 2009년 당시 '뺀질이 사과, 범생이 사과, 멍텅구리 사과'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입소문을 타며 큰 매출을 올렸다. 평범한 농산물에 특별한 이야기를 불어 넣은 재미난 사례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당장 사서 한 입 베어 먹고 싶은 충동이 든다.
책에 따르면 사과나무에 열리는 사과들도 사람처럼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니고 살아간단다. 가지 가운데 달리는 사과는 별 탈 없이 잘 자라니 모범생 같고, 가지 끝에 달리는 사과는 체구가 작고 맛이 없어 보여 뺀질이처럼 보인단다. 또 나무줄기 근방에 자라는 녀석들은 덩치는 크지만 왠지 색깔도 옅고 멍청해 보여서 지은 별명이라고 한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과인데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과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 덕택에 뺀질이 사과가 살고 있는 사과농장에 놀러오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더불어 상은농장은 '사과나무 왕세자 책봉론' 스토리텔링으로도 화제였다. 사과들 사이에서도 왕세자 책봉을 한다는 귀자 쫑긋해지는 이야기였다. 사과나무는 한 꽃 봉오리에 사과로 자랄 수 있는 6개의 화방을 가지고 있단다. 기후조건에 따라 첫 번째 화방이 사과가 되지 못하면, 두 번째 화방이 사과가 될 준비를 한다. 사과나무는 후사를 위해 여섯 명의 왕세자 화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 왕세자 사과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어진다. 이야기가 있는 농산물이 지닌 힘이 아닐 수 없다.
◆ 농사지으며 농기구만큼 소중한 것은 '이야기', 그 특별한 힘
이처럼 이야기가 있는 농산물은 소비자들의 지갑뿐만 아니라 그 마음까지 열게 한다.
이토록 '이야기'가 힘을 발휘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또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스토리텔링이라는 우리가 가야 할 여정에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며 따라다니는 존재가 있다. 바로 '기록으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레코드텔링'이라고 이름 지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상품자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에 담겨있는 의미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몰입과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감성지향적인 마케팅활동이다.
-49쪽-"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상품에 대한 정보가 아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여주 칠성농원 '점순이 복숭아'가 대표적인 예다. 2009년 6월의 어느 날 경기도 여주에 구슬만한 우박이 쏟아졌고, 복숭아들이 그 우박에 맞아 상처를 입고 말았다. 복숭아 주인은 우박 맞은 복숭아를 어떻게 팔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김유정 소설 '봄봄'에 나오는 '점순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점순이 복숭아'라고 이름 붙였다. 소설 속에서 점순이는 씩씩한 캐릭터다. 사람들은 '점순이 복숭아'의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는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을 움직였다. 그 결과 너도 나도 이야기가 있는 '점순이 복숭아'를 구매했다.
◆ 농부여 기록하라, 이야기의 밭을 갈아라!
한편,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농업'에서 필요한 것은 '기록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처럼 글이라는 것, 기록이라는 것은 진정성이 담겨지면 세상 사람들에게 그 뜻이 전달되게 마련이다. 농촌에서의 기록 그리고 장면을 담은 사진, 더 나아가 UCC로 만들어진 농업적 삶은 우리의 문제와 우리 농업의 문제를 푸는 핵심고리다.
-171쪽-
한 농부의 기록은 농산물 안에 담긴 이야기를 살아있게 한다.
사는 것 자체가 기록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록이 없으면 산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한 것에 불과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주인공이 분명한 삶의 어느 시점, 직접 써내려간 메모나 글, 사진 등으로 기록을 하면서 살아야 비로소 살아 있는 것이다.
-47쪽-
나아가 이야기농업은 농촌을 춤추게 하고, 농사짓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게 한다. 나도 과연 이야기농업을 할 수 있을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저자는 이렇게 사람들을 격려해 준다.
"만약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거나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이나 김연아의 공중 3회전 점프처럼 화려할 필요는 없다. 단지 내가 잘하는 것, 가장 자신 있는 것 하나면 충분하다."
-45쪽-
농부라면 저마다 가장 잘 알고, 그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농산물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과여도 좋고, 배추여도 좋고, 감자여도 좋다. 펜을 들고 그 농산물들의 마음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라. 농사를 짓는 과정을 기록하고, 자식 같은 농산물의 삶을 써내려가라.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줘라. 그러면 이미 이야기농업의 반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농업을 위한 마음가짐과 자료수집 방법, 컨셉과 키워드 만들기, 농촌동영상 만들기까지, 이야기농업을 만드는 과정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 책<이야기농업>. 이 책 한권을 머리맡에 두고 읽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저자의 블로그 : http://ec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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