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취업준비생에게 사계절이 있을랑가 모르겠다. 봄도 봄이 아니요. 설렘도 온전한 설렘이 아니다. 오로지 지난 겨울의 세찬 바람만이 가슴의 문풍지를 뚫고 지나갈 뿐이다. 그럼에도 실날같은 희망을 붙잡기 위해 달리고 있으며, 실날같은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취업준비의 시간도 생각보다 불행한 시기는 아니며, 행복하지 못할 시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 순간에 레오보만스가 엮은 책 <세상 모든 행복>은 마침 내 어깨를 토닥여 준다. 내 방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한권이 놓이니 참 좋다. 몇 장 읽어내려가다가 눈물이 핑 도는 글귀 하나를 만난다.
잠시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를 갖자. 실패를 재구성해 목표를 조금만 수정하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 로버트 비스와스 디너(긍정심리학의 대가)의 말, 책 29쪽 -
실패의 순간을 딛고 힘겹게 일어서려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참으로 힘이 되는 문장이다. 구직을 하며 몇 번의 실패와 조금의 성공(?)이 있었다. 어떤 면에는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렸고, 너무 취업에만 매몰되어 여유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실패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슬퍼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솟아나는 희망으로 다시 힘을 내기도 했다. 그중에서 내 주변을 돌보지 못하고,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산 점이 아쉽다. 그런 내게 이 책은 행복해지기 위한 레시피를 알려준다.
기본 재료 : 믿을 수 있는 친구(사이가 약간 좋지 않은 친구가 있으면 상대평가 가능),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한 번에 한 명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도전적인 일, 기본욕구를 채워줄 만큼의 돈(가끔은 약간의 사치를 누릴 수 이을 정도라면 더 좋음), 매일 세 가지의 좋은 일이 있는 것, 만약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면 감사하다는 마음.
선택재료 : 하나 또는 그보다 많은 아이, 섬김과 신앙, 몇 년 이상의 공부, 몸과 마음의 건강, 가끔 실패와 좌절의 쓴 맛
-두브라브카 밀코빅과 마이다 리아벡 박사의 말, 책 54쪽-
'가끔 실패와 좌절의 쓴 맛'이 행복의 선택재료에 있다니 놀라웠다. 쓴 맛을 겪어봐야 인생의 단맛과 행복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는 뜻일까? '취업준비생'이라는 이유로 온갖 슬픔을 다 짊어진 것 처럼 지낸 것이 부끄럽다. 웃긴(?) 이야기지만 지내보니 구직의 시간도 지낼만하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본다면 구직중인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청춘'이라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단, 취업준비생들은 병을 지니고 있다. 백수의 시기라도 마음은 여유롭지 않다는 게 취업준비생의 병이다. 하는 일 없이 노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마음만은 분주하고 괴로울 때가 있다. 이것이 '취업에 이르는 병'이 아닐런지. (키에르 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또 '자기부정'이라는 이름의 병을 지니고 산다. '나는 왜 안되는 거지? 내겐 단점이 많구나, 아...'라는 말로 그 병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또 다시 엄마미소로 다독여준다.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은 자기긍정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사랑해야 한다.
- 마레크 블라트니 교수의 말, 책 171쪽-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이다. 취업준비생의 '자기부정'이라는 병이 치유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다. '자기긍정'의 힘을. 책<세상 모든 행복>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행복유전자'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아까 처음에 '내게 사계절이 있을랑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취소해야겠다. 적어도 삶의 어떤 순간에도 '행복'이라는 이름의 계절은 있고, 또 반드시 찾아올 테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면접현장을 힘없이 걸어 나오거나, 집에서 불합격 메일을 받은 청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다음은 yes24.com에 실린 책 소개입니다.>
세상 모든 곳의 행복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전 세계 행복학 권위자들의 과학적·실증적 연구를 집대성한 글로벌 프로젝트
벨기에 교육잡지 클라세 편집장이자 작가인 레오 보만스가 세상 모든 곳의 행복을 모아 엮은 책이다. ‘못 말리는 낙관주의자’, ‘행복 전도사’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행복에 천착해온 보만스는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유쾌하게 하며,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메커니즘을 이해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행복을 퍼뜨리자는 취지로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바로 전 세계 행복학 권위자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을 어떻게 찾는가’를 질문하고 그들의 대답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사진, 감각적인 일러스트, 읽기 쉬운 글
행복한 책 읽기로 안내하는 매혹적인 행복 인문학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 행복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에 수록된 8,000여 건의 논문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전 세계 50개국 100명의 학자들을 엄격히 선정하였다. 이 책의 필진은 세계적인 심리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 그리고 OECD나 유럽연합의 행복 정책수립을 담당했던 전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서 그들은 행복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고 있지 않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삶을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사·분석하여 얻은 행복론을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설명한다. 인문학적인 개념으로 막연하게 이야기되었던 것을 이미 입증된 과학적 발견과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행복에 관한 명확한 시선을 제공함은 물론 현실적인 행복 실천법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의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한국어판의 감수자인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 그는 행복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에드 디너 교수의 애제자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종신교수직을 받았다. 한국 학자를 대표해 그는 이 책에서 행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조건-타고난 기질, 풍부한 인간관계, 자신만의 공간-을 정리하여 짚어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행복 목록의 최상위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흐름출판에서 선물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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