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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목련에 빗방울 떨어진날, 철학까페에서 문학읽기








이 글을 쓸 때 창밖의 세상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시원 앞에 목련꽃이 피어 있는데 더욱 더 청초해졌다. 마음이 착 가라앉는 순간, 김용규님의 책<철학까페에서 문학읽기>를 펼쳐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 작품들을 이야기해주면서, 그 작품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이었다. 가슴속에 여전히 명작으로 남아있는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부터 중학교 시절 뭣 모르고 읽었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같은 책을 읽고도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저자가 읽어내는 수준높은 철학적인 통찰에 혀를 내두르고야 말았다. 역시 그동안 문학작품들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는 반성과 함께 한장 한장 읽어나갔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품인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깊게 읽었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가 <어린왕자>에는 인간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이 흐르고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어린왕자는 장미꽃들에게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와 나사이의 소중한 '관계'라는 것에 대해 말한다. 어떤 것에서 느끼는 소중함은 그것과 맺고 있는 관계(길들여짐)로 인해 생겨난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꽃이 되어준 그 장미꽃은 한 송이지만, 수백 송이의 너희들보다 나에겐 중요해. 왜냐하면 그 꽃은 내가 직접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우고, 바람막이를 세워주고, 그 꽃이 다치지 않게 벌레까지 죽였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투덜댄다거나 뽐낼 때, 심지어 토라져 아무 말도 안 할 때에도 나는 귀를 기울여주었어. 그건 바로 내 장미꽃이니까.- 어린왕자 中에서"


저자는 <어린왕자>에 나타난 관계의 의미를 고찰하면서 철학자 마르틴 부버(1878~1965)의 저서 <나와 너>를 소개해준다. 





"'나', 그 자체란 없으며 오직 근원어 '나-너'의 '나'와 '나-그것'의 '나'가 있을 뿐이다.(중략) '너'와의 만남은 은혜로 이루어진다.(중략)너와 나는 오직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만날 수 있다. 온 존재에로 모아지고 녹아지는 것은 결코 나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된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책<나와 너>中에서-"


부버역시 '나'란 존재는 '너'라는 존재를 통해 그 의미를 획득한다는 뜻이었다. 나와 너의 참된 만남이 있기 때문에, 나와 너의 소중한 인연이 있기때문에, '지구'라는 별에서, '우주'라는 광할한 공간에서 덜 외롭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너'는 친구일수도, 소중한 연인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가족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면, '나'홀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무슨 삶의 의미가 있을까? 품에 안길 수 있는 어머니, 소주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 껴안을 수 있는 연인 등.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는 일. 그것이 없다면 삶은 사막이지 않을까?


책<철학까페에서 문학읽기> 매력은 이것이었다. 이처럼 어떤 문학과 그와 관련된 철학들을 버무려 이야기해주고 또 다른 생각의 맛을 우러나게 해주는 점!


과연 괴테의 <파우스트>를 통해 '자기 체념'에 대해 말하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통해 '성장'에 관해 말하고, 사르트르의 <구토>를 통해 '일상의 권태'에 대해 말하고,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통해 '반항'에 대해 말하고, 이청준의 <당신의 천국>을 통해 '디스토피아'에 대해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